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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날아오른 최도은의 ‘불나비’, 슬픈 이들과 함께

15년만에 날아오른 최도은의 ‘불나비’, 슬픈 이들과 함께
[민중의소리] 양아라 기자 | 발행 : 2016-09-11 14:16:08 | 수정 : 2016-09-11 14:16:08


▲ 민중가수 최도은씨가 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당 열린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사 주간지 워커스 제공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그리워
하얀 꽃들을 수레에 싣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우린 불나비”


민중가수 최도은씨가 부르는 ‘불나비’가 400여명의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최도은 2016년 애가’ 콘서트가 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 자리했다.

최도은씨는 자본과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뜨겁게 때로는 꿋꿋하게 싸워왔던 사람들을 위해 28년간 거리에서 불렀던 자신의 대표곡인 ‘불나비’를 열창했다. ‘폭풍 속으로’를 부를 땐 51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아들과 손잡고 찾은 세월호 광장에서 단원고 2학년 1반 문지성군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아이를 잃고 800일을 넘게 밥 한술을 입에 넣지 못하고 자판기 커피 30잔으로 하루를 버티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제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이 지겹다’는 사람들의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래 세 곡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선 무대 뒤 화면에 노란 리본에 나타났고, 그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다짐하듯이 ‘웅얼거림’과 ‘세월애가’를 읊조렸다. 최도은씨는 바로 우리가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는 길에 동승한 탑승자’라며 두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김관홍 잠수사의 추모가 ‘그대 고마운 이여’를 이어갔다. 관객들은 눈물을 닦으며 가사를 보며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 그는 빼앗긴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소녀상을 지켜달라며 ‘진주(소녀애(愛)가)’를 두 손 모아 불렀다. 우리의 5천년 역사를 뒤집어엎으려는 시도를 규탄하며 거리로 뛰어나온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곡인 ‘국정교과서 반대’도 노래했다.

▲ 민중가수 최도은씨가 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당 열린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사 주간지 워커스 제공


“힘을 냅시다!
이 나라의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이렇게 못된 짓을 하는 데
우리도 힘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연에는 일터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도 빠질 수 없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 유성기업에서 6년간 노조를 지키기 위해 싸워오다 자신의 몸을 던진 고 한광호 열사를 기억하며 ‘웅크림’이라는 곡을 목 놓아 불렀다. 최도은씨는 “광호씨는 177일이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영안실 냉동고에서 꽁꽁 얼어붙어 얼음이 되고 있다”면서 “형 석호씨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24일째 단식 농성을 전개했다”고 호소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 후 사람들은 “한 곡 더”를 외쳤다. 앙코르 공연 첫 곡은 지난해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을 위한 곡이었다. 그녀는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빌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함께 블렀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고통 받는 이웃들의 아픔을 노래로 달래고 싶어 15년 만에 개인 콘서트를 준비했다. 최도은씨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위기에 처한 남편의 변호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었다.

그의 남편인 이진영씨는 철도노동자이자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전자도서관인 ‘노동자의 책’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경찰은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고전인 ‘러시아 혁명사’와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을 ‘이적표현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려 한다.

이날 공연에서 최도은씨는 “‘노동자의 책’도 지켜 달라”며 “68년의 썩어 문드러진 국가보안법을 이제는 끝장내자”라며 외쳤다. 공연장에서 만난 남편 이진영씨는 “경찰 조사만 4번 받았다. 추석 후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년간의 재판이 예상된다며 긴 싸움을 예고했다.

두 사람의 아들인 이한결(12)군은 아빠의 구명을 위해 함꼐 피켓시위를 나섰다. 아들은 공연 내내 엄마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한결군은 “엄마가 허리가 아파 근육 주사를 맞고 노래를 불렀다”이라며 “사람들이 엄마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어 좋다”고 말했다.

최도은씨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유명하지 않은 ‘비주류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목소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한 해고 노동자의 말처럼. 민중가수 최도은은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며 늘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교감한 사람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 민중가수 최도은씨가 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당 열린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중의소리


출처  15년만에 날아오른 최도은의 ‘불나비’, 슬픈 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