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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성과연봉제 어떤 폐해 낳기에...공공부문 종사자 총파업까지?

성과연봉제 어떤 폐해 낳기에...공공부문 종사자 총파업까지?
공공병원과 경찰·소방, 철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폐해 분석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6-09-17 10:39:18 | 수정 : 2016-09-17 10:39:18


▲ 양대노총 공공·금융부문 노동조합이 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말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정부가 강행하려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도입 문제로 전국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에 돌입한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같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및 퇴출제로 인해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개인의 실적 경쟁으로 내몰리고, 공공성 훼손과 안전위협 등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 5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법행위와 국민피해로 이어질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공공·금융기관 종사자 약 20만명이 9월말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도 국민 불편이 크게 우려되는 파업을 피하고 싶다”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우리 노동자들도 ‘무노동 무임금’으로 엄청난 임금 손실과 고된 집회를 감수해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파업을 멈추거나, 혹은 무기한 파업 돌입 이후에라도 해결할 수 있는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갔다”며 “정부가 노동조합과 성실한 교섭에 나서고,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공공부문 종사자들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기에 노조가 이처럼 무임금·무노동의 고됨과 국민들의 일시적 불편을 감수하고 파업을 진행하는 것일까. 성과연봉제 도입이 공공병원과 경찰·소방, 철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봤다.

▲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 보건의료노조는 2일 서울중앙보훈병원 앞에서 ‘보훈병원 성과연봉제 강압행위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의소리



환자를 희생양 삼은 성과주의 확대
보훈병원과 서울시동부병원 사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부문은 의료분야이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서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라는 편법이 발생하고, 병원비 부담과 환자안전 위협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보훈병원과 서울시동부병원을 예로 들었다.

보훈병원은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 전국 5개 광역시에 설립된 국가유공자를 진료하는 특수목적공공병원이다. 현재 보훈병원은 3급 이상 간부직과 의사직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로 인해 ▲이중진료와 이중오더 등 과도한 검사, 과다처방, 과잉진료 남발 ▲진료시간과 상담 및 설명시간 줄어 서비스 질 하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재수 정책국장은 “국가유공환자수는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건수를 확대하려다 보니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국가유공환자들이 수익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폐해가 나타나 다시 호봉제로 전환한 서울시동부병원의 사례 또한 성과연봉제가 의료기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동부병원은 지난 2005년경 정부 방침에 따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전환했다. 그렇게 9년간 성과연봉제를 실시했지만 ▲객관적 수치로 업무능령 평가 불가능,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과 감정에 따라 진행 ▲직원들 간의 위화감과 불화 조성 ▲업무향상과 생산력 증가보다는 상급자 눈치보기, 줄서기, 부서이기주의 등이 만연 ▲근무환경 열악, 이직률 상승, 간호인력 부족현상 등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동부병원은 2013년 다시 호봉제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정재수 정책국장은 “실제로 서울시동부병원의 근무환경이 악화되면서 2011년 간호팀 이직률이 43%에 다다르게 됐다”며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간호인력 응시자가 모집정원을 넘었으나, 성과연봉제 시행 이후 모집정원도 못 채우는 경우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익창출이 어려운 취약계층 환자보다 일반환자와 보험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게 됐다”며 “그렇게 되면 공공병원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도 낮아 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국장은 “성과주의가 확대되면서 환자는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다”며 “성과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거나 깎는 성과연봉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업무특성이나 조직문화에 전혀 맞지 않는 제도이다”라고 주장했다.

▲ 이희우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이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과주의 도입에 따른 국민피해 증언 및 해결방안 시민사회 공동토론회'에 참석해 공직사회 성과주의에 의한 국민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공직사회의 성과주의, 국민 고문까지?
‘양천서 고문사건’과 ‘소방 통계조작 폭로’

경찰과 소방에서도 성과주의로 인한 폐해가 지적된 바 있다. 지나친 성과주의에 대한 맹신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개인의 성과급과 승진을 위해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다. 소방에서는 동료 간 협력문화가 무너지고, 통계조작으로 가짜 성과 보고가 만연해지기도 했다.

‘양천서 고문사건’은 대표적인 경찰의 성과주의 폐해사례다. 지난 2010년 3월, 국가인권위에 양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인권위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양천서에서 조사받고 기소돼 구치소 등으로 이송된 32명을 대면조사한 결과, 그 중 22명이 고문을 받았다고 진술해 양천경찰서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해당 경찰관은 피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각각 징역3년과 자격정지 5년, 징역1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희우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은 “당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성과주의 강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 또한 조직 전반에 성과주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었다”며 “이 사건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개인의 성과급과 승진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킨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스를 통해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므로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며 “검거율이 성과평가지표를 만들기 때문에, 훈방을 통한 교화도 충분한 잡범까지 기소하면서 전 국민 전과자 만들기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희우 정책연구원은 “범죄자나 수배자 검거는 검거한 관서의 성과로 직결되는데, 이런 이유로 경찰서끼리 협력체계를 무너뜨리고 협력 수사 중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폐해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방서에서도 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해 통계조작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7월6일 류충 음성소방서장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화재와의 전쟁은 소방방재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글을 올려 소방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한 통계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일선 소방관들이 양심선언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이같은 소방관들의 통계조작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성과주의 정책 중 하나인 ‘화재피해 저감정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는 화재피해 최소화와 화재로 인한 사망률을 10% 이상 저감 한하는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달성한 소방서에는 특진과 인센티브를, 부진한 소방서에는 페널티를 주는 정책이다. 실제로 2010년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한 소방서는 소방서장과 소방관 한 명이 특진한 반면, 부진한 지역은 소방본부장이 직위 해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희우 정책연구원은 “소방당국은 성과와 실적에 따라 포상이나 불이익을 주면서 소방관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이 과정에서 허위보고와 실적조사를 양산 한 것이다”라며 “이같은 공직사회의 성과주의에 따른 폐해는 담당 공무원과 담당부서 및 부처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거짓이라도 잘 밝혀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1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철도노조 2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조깃발을 앞세우고 성과연봉제 반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의철 기자



철도·지하철 성과연봉제 도입의 폐해
“사고의 은폐, 각 부서 간 책임회피”

지난 7일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에 반대하는 파업을 27일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성과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현장인력 감소 및 외주화가 철도·지하철에 확대되면 국민 안전이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허인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성과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각 부서 간에 책임을 회피하다가 서로 입을 맞춰 사고를 은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팀 간에 성과를 비교할 경우, 사고가 발생했었는지 등의 여부가 평가 지표가 된다”며 “이런 이유로 작은 사고의 경우, 사고를 은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철도·지하철부문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 영역 상당부분을 외주화 시켰다. 이런 이유로 서울메트로 외주 하청업체 청년 노동자가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리작업 시 ‘2인1조’가 원칙이지만, 인력부족을 겪고 있던 당시 외주 하청업체는 김군(20) 한 명에게 작업지시를 내렸다. 김군은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도중, 미처 전 역에서 달려오는 전철을 보지 못했다.

허인 집행위원장은 “철도지하철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수익사업을 본격화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각 안전분야를 축소하고 있다”며 “특히 ‘차량 점검 주기를 확대’하고 안전점검 현장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하던 차량 안전 점검 주기는 점차 확대돼 5일에 1번, 7일에 1번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사고 발생 확률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시민 사회 공동행동 출범 및 공공부문노조 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9월 27일까지 성과연봉제, 민영화 정책 중단이 없으면 공공기관 노동자 6만명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 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시민사회 “공공부문 노동자 조건 악화, 곧 민간부문에서도 나타날 것”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당에서도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및 퇴출제 저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의 성과연봉제 일방적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월17일,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퇴출제 저지를 위해 시민·노동단체·정당 등 88개 집단이 모여 시민사회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시민사회공동행동은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자의적인 평가에 따라 정하도록 하는 성과연봉제 및 퇴출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반 노동 정책의 일환이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성과연봉제·퇴출제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노사합의, 전문적 검증도 전혀 없이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성 개선과 노동시장 실업과 불평등 해결을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퇴출제 도입은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동시장 문제를 악화시키는 등 국민 피해로 돌아 올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성과연봉제 어떤 폐해 낳기에...공공부문 종사자 총파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