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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에 맞서 파업 결의하는 이유

화물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에 맞서 파업 결의하는 이유
화물연대 “물류자본만 살찌우는 정부방안 반대한다”, 총파업 돌입 총회 개최 예정
[민중의소리] 지형원 기자 | 발행 : 2016-09-24 11:40:25 | 수정 : 2016-09-24 11:40:25


▲ 화물연대 (자료 사진) ⓒ민중의소리


택배 등을 운반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오는 24일 총파업 결의를 다진다. 노동자들은 그간 정부가 추진하던 ‘화물운송 개편안’에 반대해 왔으며 이날까지 소통에 진척이 없을 경우 총회를 통한 10월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화물연대는 그간 열악한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 추진을 촉구해 왔다. △저운임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표준운임제 도입 △노예계약 근절과 화물노동자의 권리 확대를 위한 지입제 폐지 △적재정량 단속을 위한 도로법 개정으로 국민의 안전과 물동량 확대를 위한 과적 근절 방안 마련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수급조절제 유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는 이같은 근본 대책은 사실상 무시됐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물류자본의 이윤을 위한 화물시장 구조개악’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동자 죽이고 ‘쿠팡’ 살리는 정부 발표 안”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쿠팡의 로켓배송’ 등에 직접적 혜택을 제공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쿠팡 기업은 살릴지 모르지만 기존 노동자들은 죽어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부 발표 안에 따르면 택배 대기업들은 1.5톤 미만 소형 화물차(택배차)를 대수 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게 개편된다. 택배시장 과부하를 막기 위해 시행했던 규제가 12년만에 풀린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철폐한 이유로 “택배차량의 원활한 공급으로 합법적‧안정적 일자리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유통시장 내 ‘경쟁’ 촉진”으로 서비스 질을 향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방안이 고질적 다단계 착취구조(지입제 등)는 해결하지 못하고 내부 경쟁만 부추겨 안전사고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그간 정식 면허 없는 택배차량을 운영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방안에 따라 논란에서 벗어나고 택배 차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택배 시장 과열로 내부 경쟁과 저운임 구조가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직영 차량이 많아진다고 홍보하는 정부의 기대 효과에도 비판한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택배업 종사 기업이 직영 차량을 늘려나갈 경우 ‘실적신고 의무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통한 권장만 할뿐 다단계 구조에 대한 개선은 없다. 노조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쿠팡 측 택배차량만 늘어나고 기존 노동환경에 변화는 없다”며 “오히려 택배 차량 증가로 1~2분당 한 개씩 배달하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대기업들이 차량 관리 유지·보수, 물품 책임 등 모두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손쉬운 다단계 구조를 인센티브 하나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화물연대 화물트레일러 (자료 사진) ⓒ뉴시스



“노동자 경쟁 붙이고 살찌우는 기업들”

노조는 간소화되는 운송업 업종구분과 관련해서도 비판했다. 정부 방안대로 개편될 경우 과적에 따른 안전사고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운송업 업종구분은 화물트럭 적재량 등에 따라 용달(1t 이하)·개별(1~1.5t 이하)·일반(5t 이상)으로 구분된다(1대 보유 기준). 과적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고려해 업종을 구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방안에 따르면 기존 3가지로 구분된 업종구분이 1.5t을 기준으로 소형·중대형 두 가지로 구분된다. 1.5t만 넘으면 모두 중대형 차량에 속한다. 업종구분을 간소화해 용량변경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취지다. 일례로 대형 화물에 일거리가 몰리면 별도의 업종변경 없이 화물차 용량을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노조는 업종 간소화가 실제 현장에 적용될 경우 과적에 따른 안전사고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업종 변경이 자유로워진 노동자들이 일거리가 몰리는 화물 시장에 경쟁 과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노조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면 화주들은 무리하게 좋은 조건을 내놓는 노동자들을 찾게 된다”며 “20톤 물량을 내놓면, 15톤 트럭을 가진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과적이라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돈은 기업이 벌고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들은 서로 경쟁만 하다 안전사고를 당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화물연대는 ‘물류자본만 살찌우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반대한다!’는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부터 봉평터널 버스사고까지 화물과적이나 장시간 운행이 어떤 사회적 비극을 만드는지 똑똑히 목격했다”며 “결국 화물차의 무한 증차는 화물노동자의 생계만이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 일대에서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저지! 법 개정 투쟁 승리! 화물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 및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를 진행한다.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화물운송 노동자 6천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출처  화물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에 맞서 파업 결의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