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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119명 “백남기 유족 동의 없는 부검은 위법”

변호사 119명 “백남기 유족 동의 없는 부검은 위법”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6-10-07 09:17:07 | 수정 : 2016-10-07 09:17:07


▲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모습 ⓒ민중의소리

변호사들이 7일 故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 때문이며 백씨의 유족 동의가 없는 부검영장 집행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119명은 이날 ‘고 백남기 씨의 부검과 관련한 변호사 119인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설사 주치의 주장대로 백씨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볼 때 물대포 직사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1993년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치료 과정에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억제해야하는 데도 김밥과 콜라를 먹었다가 합병증으로 숨진 사건의 1994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살인의 실행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다른 사실이 기재돼 그 사실이 치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살인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설사 백남기씨 주치의 백선하 교수의 주장대로 백씨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물대포 직사와 백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영장에는 부검 실시 이전에 부검 시기와 방법, 절차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이는 결국 법원이 부검에 유족의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하고, 유족 동의가 없는 부검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부검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백씨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경찰이 부검을 하려 하기 때문이고, 유족들은 경찰이 부검을 통해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은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하고, 영장 집행에 대한 최종 판단 역시 특별검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변호사 119명 “백남기 유족 동의 없는 부검은 위법”





<故 백남기 씨의 부검과 관련한 변호사 119人의 입장>

故 백남기 씨가 사망한지 열흘이 넘었다. 법원은 경찰이 부검을 위해 신청한 압수ㆍ수색ㆍ검증 영장에 대해 조건부로 영장을 발부했다. 그 사이 서울대병원ㆍ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故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가 사망진단서 작성지침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역시 사망진단서가 대한의사협회 공식 진단서 작성기준인 <진단서 등 작성 교부지침>을 어겼다고 공식발표했다.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의료적 판단이 필수적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법적인 판단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우리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1) 법적으로 볼 때, 경찰이 故 백남기 씨의 상반신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것과 故 백남기 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

대법원은 칼에 찔린 피해자가 치료 과정에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밥과 콜라를 먹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살인의 실행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다른 사실이 개재되어 그 사실이 치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칼로 찔린 것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고, 피해자의 사망에 피해자 자신의 과실이 개재되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설사 故 백남기 씨 주치의 백선하 교수의 주장대로 故 백남기 씨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물대포 직사와 故 백남기 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

(2) 故 백남기 씨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부검 즉 압수ㆍ수색ㆍ검증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 압수ㆍ수색ㆍ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재상 교수의 형사소송법 교과서는 이에 대해 “여기의 필요성은 단순히 범죄수사를 위하여 압수ㆍ수색ㆍ검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강제처분인 압수·수색·검증을 하지 않으면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고 해야 한다...따라서 임의수사에 의하여도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때에는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310쪽)

故 백남기 씨가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이미 여러 개의 동영상으로 남아 있다. 또한 법원은 이미 故 백남기 씨의 진료기록에 대해 압수·수색을 허용하였다. 여기에 위 대법원 판례를 종합해 보면, 故 백남기 씨의 사망은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굳이 부검을 하지 않아도 수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처음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기각할 때에도 같은 취지에서 “현 단계에서 변사자에 대한 입원 기간 중의 진료기록 내역을 입수해 조사하는 것을 넘어 사체에 대한 압수ㆍ검증까지 허용하는 것은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판단했다.

(3) 영장의 집행에는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영장에는 부검 실시 이전에 부검의 시기·방법·절차에 관하여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법원이 정보의 단순한 ‘제공’을 넘어서 ‘공유’까지 요구한 것은 부검의 모든 과정에서 유족이 공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법원이 부검에 유족의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유족의 동의가 없는 부검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

(4) 故 백남기 씨 사망사건은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한다.

유족들이 부검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故 백남기 씨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경찰이 부검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경찰이 부검을 통해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족의 그러한 불신에는 합리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특별검사가 수사를 해야 하며, 영장의 집행에 대한 최종 판단 역시 특별검사에 맡겨야 한다.

나승철 외 변호사 118人 일동


참가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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