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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부지 교환하면 비용 안든다고?

사드 부지 교환하면 비용 안든다고?
국가 재정 손실은 안 보이나!
[민중의소리] 구영희 전문기자 | 발행 : 2016-11-22 18:41:13 | 수정 : 2016-11-22 19:33:13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후보지로 떠오른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전경 ⓒ민중의소리

지난 16일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배치할 부지 취득을 위해 롯데상사측과 협의를 진행한 결과, 롯데스카이힐 성주C.C.와 유휴 예정 군용지인 남양주 부지를 교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양측의 교환 대상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통해 구체적 방안이 확정된다.

국방부는 이 교환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 소유였던 땅을 롯데에 주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국유재산이 줄어든다. 더구나 이 땅은 지금 부대 이전을 앞두고 매각 대상이었기 때문에 당장 국가 재정에 손실이 발생한다. 현금 대신 땅을 주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는 의미다.


남양주 군부대 부지 교환은 국가 재정 손실 초래

국방부가 롯데에 주기로 한 땅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일대 육군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15보급대대와 7급양대의 부지 20만3000㎡이다. 대신 국방부는 롯데로부터 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 및 주변 임야 등 148만㎡를 받고 이를 미군 측에 공여할 예정이다.

이 교환이 성립하면 당장 국방부가 소유한 국유재산이 줄어든다. 더구나 롯데에 주기로 한 부지는 국방‧군사시설이전 특별회계(이하 국특회계)의 세입 대상이어서 국가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국특회계는 국방‧군사시설 이전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만든 제도다. 즉 도심에 위치하여 민원이 많은 군부대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때 기존 부지를 팔고, 그 돈으로 새로운 부지를 사들이는 개념이다.

국특회계는 2006년 설치되었는데 처분되는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의 처분대금을 세입으로 하고, 이전사업에 필요한 토지의 매수, 시설의 이전 및 건설에 필요한 경비를 세출로 하고 있다. 당연히 국특회계의 예산과 결산은 국방부 예산안과 결산안에 포함되어 매해 국회의 심의와 의결 절차를 거친다.

올해 7월 결산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5년 국특회계에서 토지매각대금 3,450억 원을 세입으로 편성해 2,700억 원을 수납하고, 750억 원을 미수납했다. 미수납은 매각을 계획했으나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미수납 대상 토지에는 이번에 롯데 측에 넘기기로 한 남양주시 퇴계원 소재 군부대 4곳이 포함되어 있다. 601수송대대부지 93억 원, 15보급대대 이전부지 82억 원, 7급양대 이전부지 29억 원, 1101공병단 117대대 이전부지 33억 원 등 237억 원이 그것이다. 이 금액은 4곳의 군부대 전체 매각 예상금액의 10%에 해당한다.

2015년 6월 내놓은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 매각 입찰공고 예정 및 진행 현황’에 따르면, 국방부는 남양주시 퇴계원 소재 매각대상 군부대 부지를 2,370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그중 이번에 교환 대상이 되는 부지는 1,407억 원 규모의 매물이다. 실제 금액은 감정평가 시행 후에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번에 사드 배치가 추진되지 않았으면 국방부는 이 부지를 매각한 수입을 국특회계 세입으로 편성하게 된다. 해당 부대들의 이전사업이 국특회계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방부의 설명처럼 이 부지를 롯데에 넘겨주게 되면, 들어와야 할 돈은 공중으로 사라진다. 결국, 그 비용만큼 미군을 지원해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부지의 매각을 포기하면서 이전 사업에도 ‘생돈’이 들어가게 된다. 국방부는 15보급대대 이전에 486억 원, 7급양대 이전에 111억 원, 601수송대대 이전에 576억 원 등 1,173억 원을 들여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쓸 돈은 그대로인데, 받을 돈이 없으니 이 사업에는 꼼짝없이 국고가 들어가게 된다.

이들 부대의 이전 사업은 이미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것이다.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받은 사업이 중간에 다른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국회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 의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롯데상사 측 계산은 괜찮을까?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 배치 부지로서 롯데의 성주 골프장을 확보하기 위해 국유재산법에 따른 교환을 선택하고 롯데가 이에 동의한 것은 롯데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일이 된다.

대개 사유지를 미군에게 공여하려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따른다. 즉 롯데에 현금으로 보상하고 토지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토지 매입에 따른 비용 부담 및 이에 대한 국회 동의 요구를 회피할 방법으로 국유재산법에 따른 교환 방식을 택하였다.

국유재산법에 따른 재산 교환은 말 그대로 재산을 교환하는 것이며, 교환대상의 가격이 유사하면 가능하다. 유사한 재산의 교환은 토지 교환, 건물 교환, 동산 교환의 경우에 적용된다. 여기에 ‘보상’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감정평가가 시행되지 않아 양측의 교환 대상 부지의 가격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분명치 않다.

문제는 당장 돈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토지보상법을 적용할 경우, 국방부는 롯데 측에 토지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건물 등 물건 보상, △투자비용과 예상 수익 및 거래가격 등을 반영한 권리의 보상, △영업의 손실에 대한 보상, △휴직 또는 실직하는 근로자의 임금 보상, △생활근거를 상실할 경우 이주대책의 수립 등이 포함된다.

국유재산법에 따른 재산 교환에서는 이런 항목들이 제대로 평가되기 어렵다.

▲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최종 타깃으로 지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지난 9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했다. 롯데의 곤궁한 처지는 국방부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김철수 기자

롯데가 받기로 한 남양주 일대 군부대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방부가 군 소유 부지를 일반에 매각하는 경우 환경오염 조사를 하고 오염이 발견되면 이를 정화한 후 매각하여 소유권을 이전하게 된다. 그러려면 통상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국방부는 내년 1월까지 롯데 측과 소유권 이전을 위한 계약을 하겠다는 입장이므로, 환경오염 조사 및 정화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롯데로서는 땅 밑에 무엇이 묻혀있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일단 땅을 바꾸고 보는 게 된다.

롯데 측이 운영하는 골프장 중에 성주 골프장이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곳이라는 보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롯데 측이 골프장 운영을 축소할 계획이었다거나 남양주 일대에 어떤 사업을 펼칠 계획이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롯데 측이 경영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골프장과 군부대의 교환 방식에 합의했다고 추측하게 한다. 자칫 롯데상사 경영진이 배임을 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단독] 사드 부지 교환하면 비용 안든다고? 국가 재정 손실은 안 보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