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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비망록 "김기춘이 노태우 복권 검토 지시"

김영한 비망록 "김기춘이 노태우 복권 검토 지시"
노태우에 대한 '보은'일까
[경향신문] 허진무 기자 | 입력 : 2016.12.14 15:39:00 | 수정 : 2016.12.14 17:31:53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청와대가 행정자치부에 노태우의 연금 지급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밝혀졌다. 전두환 정부 시절 ‘유배’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을 중용한 노태우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노조가 공개한 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2014년 11월 18일 자를 보면 “장(長·김기춘 전 실장을 지칭)/김옥순 여사 민원(정해창 실장)/인사혁신처 송부 검토→법무부 조회토록 재검토 지시(중립성)/복권 해석건→법무부/회신 시 보다 완벽하도록/회신에 대한 행정검토”라는 기록이 있다.

비망록에 등장하는 김옥순 여사는 노태우의 부인이다. 정해창 실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해창 실장은 김기춘 전 실장과 함께 유신헌법 등 비상국무회의의 법률 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았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비서실장에 임명돼 2년여 동안 장수했다.

이 비망록 내용을 종합하면 정해창 전 실장이 김기춘 전 실장에게 노태우 예우와 관련된 민원을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는 1997년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연금과 사무실 지원은 받지 못하는 상태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 외 예우를 받지 못한다. 앞서 1997년 대법원 상고심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으로 징역 17년형을 받은 노태우는 전직 대통령 예우가 중단됐다.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실제로 행정자치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는 행정자치부 의정관실 담당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1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014년 11월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민원비서관실이 해당 사건을 이첩해 예우 회복을 검토한 적이 있다. 법무부에 의견을 달라 요청했는데 정확한 판단이 아닌 애매한 답변이 왔다. 이후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은 전두환 정부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노태우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 국장 당시 1977년 유운학 중령의 월북 사건을 조사하면서 국군보안사령부의 정보처를 폐쇄하고 권한을 축소했다. 그러나 국군보안사령관을 지낸 전두환의 신군부가 들어서자 김기춘 전 실장은 위기를 맞았다.

1982년 한직인 법무연수원 검찰연수부장으로 밀려난 김기춘 전 실장을 구제한 ‘은인’이 노태우다. 김기춘 전 실장은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자 1988년 검찰총장을 거쳐 1991년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출처  [단독] 김영한 비망록 "김기춘이 노태우 복권 검토 지시"…노태우에 대한 '보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