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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개신교인이 늘어난 까닭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개신교인이 늘어난 까닭은?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7-01-16 09:35:36 | 수정 : 2017-01-16 09:35:36


얼마 전 우리나라 종교인구 분포와 관련한 통계가 발표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신자 숫자가 가장 많은 종교는 개신교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 1985년부터 매 10년마다 종교인구 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 조사에서 개신교가 신자수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불교는 2위로 밀려났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43.9%는 종교를 가지고 있었고, 종교가 없다고 밝힌 사람은 56.1%로 나타났다.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사람은 19.7%(967만명)였고, 불교 신자라고 밝힌 사람은 15.5%(761만 명)였다. 천주교는 7.9%(389만 명)였으며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이 뒤를 이었다. 2005년과 비교하면 개신교 신자는 125만 명이 증가한 반면 불교는 296만 9천 명, 천주교는 112만 5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개신교만 유일하게 신자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감소했던 개신교 신자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125만 명 증가

개신교 신자 숫자의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변화와 함께 살펴보면 아주 흥미있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개신교 신자 숫자는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지난 1985년엔 648만 9,282명이었고, 1995년엔 876만 336명으로 나타났다. 2005년엔 861만 6,438명이었고, 2015년 조사에선 967만 5,761명을 기록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85년에서 1995년 사이엔 200만 명 넘게 증가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1995년에서 2005년 사이엔 10만 명가량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05년과 2015년 사이엔 개신교만 유일하게 신자숫자가 125만 명 증가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유형별 인구(1995, 2005, 2015) ⓒ통계청


이러한 정치 권력 변화에 따른 개신교 신자 숫자의 변화는 단순히 우연에 불과할까? 아니면 정치 권력의 변화와 맞물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통계 변화와 관련해 CBS 변상욱 대기자는 지난 5일 청어람 ARMC, 학원복음화협의회 등 개신교 단체가 주최한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 특별포럼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이념적으로 충돌이 커지면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종교를 찾게 되는데 대게 보수적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개신교로 많이 간다고 하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특히 개신교인들 70%가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한국 사회가 보수화하는 것과 개신교의 성장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희 집권 당시 884.3% 증가한 개신교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개발과 발전의 논리와
조국 근대화 논리를 개신교가 적극 수용

정치 권력과 개신교 성장의 상관관계는 1985년 이전의 통계에서도 보인다. 기독교대연감과 한국종교연감 등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개신교는 박정희 집권시기인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박정희 집권 첫해인 1961년 60만7천여 명이던 개신교 신자는 박정희가 사망한 1979년 598만여 명으로 884.3% 증가했다.

박정희 집권 기간 동안의 개신교의 폭발적인 성장과 관련해 최동규 서울신대 교수는 지난 2011년 서울신학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주최한 정기 세미나에서 박정희 집권 당시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개발과 발전의 논리와 조국 근대화 논리를 개신교가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잘살아보세’를 구호로 삼고 추진된 새마을운동은 가난에 찌들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고, 물질적 번영은 기독교인들에게 축복의 증거로 여겨졌다”면서 “이 시대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축복에 대한 강조는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보세’ 구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1980년 전두환을 위해 개신교계가 연 조찬기도회 모습 ⓒ기타


보수 세력의 집권기와 개신교 성장 시기가 겹치는 이유는 개신교와 권력의 유착 관계를 통해서도 분석해볼 수 있다. 개신교계는 그동안 매년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어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개신교는 보수 권력과 독재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왔다.

1968년 열린 첫 공식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고 김준곤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며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8월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개신교 목사들은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전두환을 칭송하는 기도를 올렸다.

권력을 향한 개신교의 찬양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선 김삼환 목사가 박근혜를 향해 “대통령이 하나님의 일꾼인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 훌륭한 여성 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교회의 영향”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한다. 가정이 없는 박 대통령은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력과 유착해 함께 성장해온 개신교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주요 요직 독차지

이런 권력을 향한 찬양은 개신교 성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신교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엔 각종 제도적 혜택을 부여받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한국 기독교 흑역사’는 권력으로부터 받은 개신교의 특혜를 이렇게 설명했다.

“1974년부터 한국기독교는 재개발지역에 교회 건축물의 신축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재개발구역, 주택전용지구, 공장단지에는 교회 신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기독교는 교회대지 및 면적제한을 철폐해주고, 기존교회가 도로 설계상 철거해야 할 경우 근방에 환치해줄 것, 재개발사업이 완성되기 전이라도 교회 건축물의 신축 및 증축에 관한 시기를 완화해줄 것 등을 건의하였다. 이때 한국기독교는 교회가 학교, 유치원과 같은 공공건물이라고 주장하였다. 공공성의 논리로 규제의 완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는 개신교가 대통령을 만들어낸 1등 공신으로 부각되면서 권력과 한몸이 됐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투쟁과 2007년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개신교 보수 세력들은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당선을 주도한 세력이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진홍 목사 등이 많은 개신교 목사들이 이명박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이명박 당선 이후엔 개신교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독식하는 등 기반을 확대했다. 박근혜 당선에도 한목을 한 개신교는 이후 주요 정부 인사와 주요기간 대표 등에 적극 진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주춤했던 개신교 신자 숫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급증하게 된 배경이다.

▲ 박근혜가 지난 2016년 3월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지금 탄핵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박근혜를 지키는 세력도 개신교가 주축이다. 최성규 인천 순복음 교회 원로목사는 국민대통합 위원장을 맡아 박근혜에게 힘을 보탰다.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는 쓰러져 가는 새누리당을 살리겠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거리에서 탄핵 무효를 외치는 이들의 중심에도 개신교 목사들이 있다.


양적 성장한 개신교
하지만 신뢰도는 최하위

하지만 권력과 유착해 성장을 거듭한 개신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만 16세 이상 전국의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종교별 신뢰도 조사에서 개신교가 가장 낮은 신뢰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종교별 신뢰도에서 천주교가 39.8%로 가장 높았고 불교는 32.8%를 기록한 반면에 개신교는 10.2%에 불과했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 역시 신부가 51.3%로 가장 높았고 스님은 38.7%인 반면에 목사는 17%에 그쳤다. 때문에 개신교 내부에서도 내용적인 성장이 없는 양적 성장을 두고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종교 인구 조사에서 개신교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서도 개신교 내부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수께서 활동하던 당시 예수살렘의 성전은 화려하고 거대했다.

예수는 민중의 아품은 외면한 채 황금과 가식으로만 가득한 이스라엘의 성전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너희 같은 눈먼 인도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성전을 두고 한 맹세는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성전의 황금을 두고 한 맹세는 꼭 지켜야 한다’하니, 이 어리석고 눈먼 자들아, 어느 것이 더 중하냐? 황금이냐? 아니면 그 황금을 거룩하게 만드는 성전이냐?”

예수가 이스라엘 성전을 향해 던진 질문은 신뢰를 잃은 채 양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는 한국 개신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예수는 오늘의 개신교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무엇이 중한가? 황금인가? 교회인가? 교회의 양적 성장인가 아니면 교회의 사명인가?

정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개신교는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출처  [기자수첩]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개신교인이 늘어난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