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불구속’ 삼성신화를 무너뜨린 특검수사의 비밀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 발행 : 2017-02-18 09:47:49 | 수정 : 2017-02-18 13:25:54
마침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9년 동안 유지해온 ‘그룹 총수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삼성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초대회장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 사건’이 적발되었음에도 처벌되지 않았다. 2대 회장인 이건희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조성 사건’과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의 위기가 있었으나 모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친절한’ 검찰과 법원의 ‘배려’로 불구속기소 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아 구속을 면했다.
특검은 2017년 1월 삼성그룹 예비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등에게 국정농단의 ‘실탄’을 제공한 혐의였다. 공여한 뇌물액수가 사상 최대인 433억 원 뇌물사건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삼성그룹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특검과 영장전담판사에 대응한 맞춤형 변호인단을 꾸려 ‘법리공방’을 펼쳤고,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동원해 ‘그룹총수가 구속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조의연 판사는 1월 19일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등의 이유로 특검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총수 불구속 신화는 3대째 이어지는 듯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 원칙이 삼성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법학교수와 변호사 277명이 법원의 영장기각에 항의표시로 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사법사상 최초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광화문의 촛불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구성된 특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검은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고 집요하게 증거를 수집해나갔다.
특검은 1차 수사를 통해, 삼성이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아 ‘제일모직 - 삼성물산’ 합병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3조 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 박근혜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합병과정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을 받은 사실을 입증했다.
일반적인 뇌물사건이라면 이 정도의 증거를 내밀면 대부분 뇌물공여자는 자백을 하기 마련이다. ‘최강의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백은커녕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 청와대가 강요해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1차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조의연 판사는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거짓은 흔적을 남기고,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의지가 있는 자의 눈에는 진실이 보이게 마련이다. 특검은 26일 동안 보강수사를 통해 3가지의 ‘스모킹 건’을 확보했다. 첫 번째의 스모킹 건은 새롭게 확보한 ‘안종범 수첩’ 39권이었다. 이 수첩에는 삼성전자 사장 박상진이 합병 1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안종범 수석을 만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청탁했고, 그 후 장충기 사장이 안종범과 수십 차례 연락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동안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박근혜의 강요에 당했다’는 이재용의 진술이 거짓임을 증명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두 번째 결정적 증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특검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컴퓨터에서 ‘깨알 메모’를 발견했다. 합병 이후 삼성SDI는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6개월 이내에 강제처분해야 했다. 이 업무를 담당한 부서의 서기관이 작성한 메모였다. 일지 형식으로 기재된 메모의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공정위의 위원장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 1,000만 주를 처분하도록 했던 것을 그 며칠 후에 부위원장이 그 결제를 뒤집고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500만 주로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상부의 지시사항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관련 일지를 작성한 것이다. 특검은 이 메모를 압수한 후 그 공무원을 불러 메모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위원장 결재까지 난 사안을 뒤집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조사했다. 그로부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나 부탁을 받았고, 최상묵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부터 매각주식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메모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후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고, 청와대는 이러한 청탁을 받은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처분해야 할 삼성SDI 주식 수를 줄여준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은 박상진 사장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하면서 의외의 ‘월척’을 낚았다. 박 사장이 2016년 9월 27일 독일에서 최순실을 만난 뒤 작성한 메모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했다. 세 번째 결정적 증거였다. 이 메모에는 “야당 공세 이번에도 OK, 그러나 내년 대선 전 또는 정권교체 시 검찰수사 가능성, NGO 등에서 고발하고 검찰수사 개시되면 우리는 자료를 제출해야 함. 삼성 폭발적... 프로그램 일시 중지, 정보 소스 단속”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삼성 관계자들은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범죄이고, 정권교체가 되면 그 범죄행위로 인해 검찰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수사결과 삼성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새롭게 확보한 3가지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과 종전에 확보한 증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퍼즐을 맞춰나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자신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박근혜 정권의 실세’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최순실의 도움을 받아 2014년 9월 박근혜와 첫 번째 독대를 했다. 이 부회장은 이때부터 박근혜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그 대가로 최순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도움이 필요했다. 박상진 사장은 2015년 6월 24일 김종 차관을 만나 “정유라를 지원하기로 약속할 테니 도와달라”고 했고, 합병 1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안종범을 만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부가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안종범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는 문형표 장관에게 ‘합병 의결 때 삼성의 손을 들어주라’고 지시했다. 결국, 2015년 7월 17일 삼성이 원하는 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해야만 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합병 직후인 2015년 7월 25일 박근혜와 두 번째 독대했다. 독대를 위해 작성된 ‘삼성그룹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삼성그룹의 희망 사항이 무엇인지 분명히 적혀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단순화, 후계구도 내부 정리 완료,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드릴 부분,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을 희망’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독대 직후인 2015년 8월 26일 최순실 모녀가 설립한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와 213억 원 규모의 컨설팅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9월과 10월경에 코레스포츠에 80억 원을 송금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최순실의 조카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가량을 지원했다.
최순실 등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 청와대는 그 대가로 201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해야 할 삼성SDI 주식 수를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 주었다. 2016년 2월경에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지주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부분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가 두 번째 독대 때 서로 ‘주고받기로’ 합의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러한 추론을 토대로, 433억 원은 ‘합병과정에서 청와대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대가’만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전 과정(합병-순환출자 문제 해결-중간금융지주회사 입법 추진)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라고 재구성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자 특검은 2017년 2월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면서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7시간가량 법리공방을 했다. 변호인은 보강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로 무장한 특검을 감당할 수 없었다. 법원은 2017년 2월 17일 새벽 5시경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79년 동안 이어온 ‘총수 불구속’ 삼성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국민의 힘을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치밀하게 수사해온 특검의 완승이었다. 그것은 정경유착의 적폐 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든 국민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또 다른 재벌의 구속과 탄핵결정 후 ‘민간인 박근혜’ 구속을 알리는 신호탄일 것이다.
출처 [이재화 칼럼] ‘총수 불구속’ 삼성신화를 무너뜨린 특검수사의 비밀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 발행 : 2017-02-18 09:47:49 | 수정 : 2017-02-18 13:25:54
마침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9년 동안 유지해온 ‘그룹 총수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삼성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초대회장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 사건’이 적발되었음에도 처벌되지 않았다. 2대 회장인 이건희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조성 사건’과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의 위기가 있었으나 모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친절한’ 검찰과 법원의 ‘배려’로 불구속기소 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아 구속을 면했다.
묵묵히, 그러나 치밀하게
특검은 2017년 1월 삼성그룹 예비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등에게 국정농단의 ‘실탄’을 제공한 혐의였다. 공여한 뇌물액수가 사상 최대인 433억 원 뇌물사건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삼성그룹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특검과 영장전담판사에 대응한 맞춤형 변호인단을 꾸려 ‘법리공방’을 펼쳤고,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동원해 ‘그룹총수가 구속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조의연 판사는 1월 19일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등의 이유로 특검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총수 불구속 신화는 3대째 이어지는 듯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 원칙이 삼성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법학교수와 변호사 277명이 법원의 영장기각에 항의표시로 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사법사상 최초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광화문의 촛불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구성된 특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검은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고 집요하게 증거를 수집해나갔다.
특검은 1차 수사를 통해, 삼성이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아 ‘제일모직 - 삼성물산’ 합병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3조 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 박근혜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합병과정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을 받은 사실을 입증했다.
일반적인 뇌물사건이라면 이 정도의 증거를 내밀면 대부분 뇌물공여자는 자백을 하기 마련이다. ‘최강의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백은커녕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 청와대가 강요해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1차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조의연 판사는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 최순실-박근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 팀 박영수 특별검사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3가지 ‘스모킹 건’ 확보
거짓은 흔적을 남기고,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의지가 있는 자의 눈에는 진실이 보이게 마련이다. 특검은 26일 동안 보강수사를 통해 3가지의 ‘스모킹 건’을 확보했다. 첫 번째의 스모킹 건은 새롭게 확보한 ‘안종범 수첩’ 39권이었다. 이 수첩에는 삼성전자 사장 박상진이 합병 1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안종범 수석을 만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청탁했고, 그 후 장충기 사장이 안종범과 수십 차례 연락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동안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박근혜의 강요에 당했다’는 이재용의 진술이 거짓임을 증명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두 번째 결정적 증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특검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컴퓨터에서 ‘깨알 메모’를 발견했다. 합병 이후 삼성SDI는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6개월 이내에 강제처분해야 했다. 이 업무를 담당한 부서의 서기관이 작성한 메모였다. 일지 형식으로 기재된 메모의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공정위의 위원장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 1,000만 주를 처분하도록 했던 것을 그 며칠 후에 부위원장이 그 결제를 뒤집고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500만 주로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상부의 지시사항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관련 일지를 작성한 것이다. 특검은 이 메모를 압수한 후 그 공무원을 불러 메모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위원장 결재까지 난 사안을 뒤집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조사했다. 그로부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나 부탁을 받았고, 최상묵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부터 매각주식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메모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후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고, 청와대는 이러한 청탁을 받은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처분해야 할 삼성SDI 주식 수를 줄여준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은 박상진 사장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하면서 의외의 ‘월척’을 낚았다. 박 사장이 2016년 9월 27일 독일에서 최순실을 만난 뒤 작성한 메모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했다. 세 번째 결정적 증거였다. 이 메모에는 “야당 공세 이번에도 OK, 그러나 내년 대선 전 또는 정권교체 시 검찰수사 가능성, NGO 등에서 고발하고 검찰수사 개시되면 우리는 자료를 제출해야 함. 삼성 폭발적... 프로그램 일시 중지, 정보 소스 단속”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삼성 관계자들은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범죄이고, 정권교체가 되면 그 범죄행위로 인해 검찰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수사결과 삼성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퍼즐 완성
특검은 새롭게 확보한 3가지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과 종전에 확보한 증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퍼즐을 맞춰나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자신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박근혜 정권의 실세’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최순실의 도움을 받아 2014년 9월 박근혜와 첫 번째 독대를 했다. 이 부회장은 이때부터 박근혜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그 대가로 최순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도움이 필요했다. 박상진 사장은 2015년 6월 24일 김종 차관을 만나 “정유라를 지원하기로 약속할 테니 도와달라”고 했고, 합병 1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안종범을 만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부가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안종범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는 문형표 장관에게 ‘합병 의결 때 삼성의 손을 들어주라’고 지시했다. 결국, 2015년 7월 17일 삼성이 원하는 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마친 뒤 차를 이용해 서울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해야만 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합병 직후인 2015년 7월 25일 박근혜와 두 번째 독대했다. 독대를 위해 작성된 ‘삼성그룹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삼성그룹의 희망 사항이 무엇인지 분명히 적혀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단순화, 후계구도 내부 정리 완료,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드릴 부분,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을 희망’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독대 직후인 2015년 8월 26일 최순실 모녀가 설립한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와 213억 원 규모의 컨설팅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9월과 10월경에 코레스포츠에 80억 원을 송금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최순실의 조카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가량을 지원했다.
최순실 등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 청와대는 그 대가로 201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해야 할 삼성SDI 주식 수를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 주었다. 2016년 2월경에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지주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부분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가 두 번째 독대 때 서로 ‘주고받기로’ 합의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무너진 신화
특검은 이러한 추론을 토대로, 433억 원은 ‘합병과정에서 청와대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대가’만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전 과정(합병-순환출자 문제 해결-중간금융지주회사 입법 추진)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라고 재구성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자 특검은 2017년 2월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면서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7시간가량 법리공방을 했다. 변호인은 보강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로 무장한 특검을 감당할 수 없었다. 법원은 2017년 2월 17일 새벽 5시경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79년 동안 이어온 ‘총수 불구속’ 삼성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국민의 힘을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치밀하게 수사해온 특검의 완승이었다. 그것은 정경유착의 적폐 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든 국민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또 다른 재벌의 구속과 탄핵결정 후 ‘민간인 박근혜’ 구속을 알리는 신호탄일 것이다.
출처 [이재화 칼럼] ‘총수 불구속’ 삼성신화를 무너뜨린 특검수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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