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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공사한다고 하루 쉬라더니... 자정에 문자로 해고"

"공사한다고 하루 쉬라더니... 자정에 문자로 해고"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⑥]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
[오마이뉴스] 글: 장태영, 편집: 손지은 | 17.02.28 18:26 | 최종 업데이트 17.02.28 18:26


박근혜 정권이 출발할 때부터 최강서 열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었다. 송파 세모녀도 절망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사고로 삶을 잃었고, 구의역 김군을 비롯하여 한 해 2400명이 산재로 죽었다.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회를 만들지 말자는 다짐이다.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들이 왜 죽었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에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기획을 내보낸다. - 기자 말

▲ 지난 2월 8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조 등 전국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시국농성투쟁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태영

2017년 2월 8일, 전국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공동 시국농성투쟁 100일째 날이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이곳은 얼음장보다도 차가운 정부서울청사 앞입니다. 청와대를 코앞에 둔 이곳에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입니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5년 경북 구미공단에 입주했습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용 유리 기판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6월 30일 자정 자신들의 하청업체 노동자 170여 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습니다. 9년 만에 전기 공사를 한다며 노동자들을 하루 쉬게 한 뒤 갑작스럽게 통보한 것입니다. 이 기업과 맞서 싸우는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노조 비정규직 지회 지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동조합 만들자마자 날아온 '해고 문자'

▲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받은 해고통보 문자. ⓒ 조정훈

-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되는 과정이 어땠나요?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2015년 5월 29일 설립되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첫 번째, 시급을 8,000원으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9년째 일한 노동자와 신입사원의 임금이 똑같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저희는 이것이 너무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불편한 작업복을 교체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딱 이 두 가지를 위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만든 후 딱 한 달 만에, 회사가 이전에 없었던 공사를 한다며 하루 쉬게 한 뒤 일방적으로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이사회에서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청 업체는 폐업한다며 2번에 걸친 희망퇴직을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노조원들이 '정리'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10여 년 만에 새로 만들어진 노조가 확대되어 다른 노동조합들이 결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 아사히글라스는 노동 문제 말고, 다른 문제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것이 있나요?
"네, 맞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미쓰비시의 주요한 자회사로 전범기업에 올라 있는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해를 끼쳤던 전범 기업임에도 그들은 50년간 국내에서 12만 평이나 되는 부지를 무료로 사용하는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매출액 1조를 올리고 있으면서 세금 혜택도 받아가며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2004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아사히글라스에 40만㎡의 땅을 5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법인세 등 국세는 5년, 지방세는 15년 동안 감면해 주었다. - 편집자 말)

그러면서도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계속 최저임금만 고집하며 노동 환경은 하나도 나아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헌법에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해지를 하는 회사입니다. (아사히글라스 측은 계약 해지 이유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용 유리 제조 물량이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지만, 노조가 결성된 하청업체만 계약을 해지했다. - 편집자 말)"

- 저는 이것이 비단 아사히글라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노동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노동부는 대처 자체를 피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2015년 9월 노동부에 부당 노동 행위, 불법 파견을 포함한 총 5건을 들어 고소했습니다. 이것을 조사하기 위해 노동부는 대구의 근로감독관을 구미까지 파견했는데요. 파견된 5명의 근로감독관은 2주일간 특별근로감독에 준하는 근로감독을 했습니다. 근로감독관들은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에 관한 자료를 5,000페이지가 넘도록 수집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2017년 2월인 지금까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혐의없음으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이 원청과 하청이 공모해 일을 벌였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뒷짐지고 있는 '노동'부

▲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 차헌호

- 노동부는 '노동'부인데 노동자들의 편에 있지 않고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요?
"노동부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지방자치단체는 철저히 기업의 편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아사히글라스보다 이들에게 더욱 분노합니다. 이 사회구조가 매우 심각하게 불평등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투쟁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로 분노합니다.

노동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저들의 편에 있는 노동부에 가서 이야기합니다. 하루아침에 문자해고로 쫓겨났다고. 용역 깡패들에게 쫓겨났다고. 이럴 때 노동부가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노동부는 자본의 앵무새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결국, 우리 노동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단결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또한, 개별 사업장에서 싸워 승리하는 것보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업장과 연대합니다. 그것을 이루려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기업의 곳간이 넘쳐나는데도 정리해고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맞서 싸울 노조를 만드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기업의 반노동 풍토를 내버려 두고만 있는 정부는 각성해야 합니다."

- 지금 이 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억압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차헌호 위원장께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노동자들의 힘이 얼마나 세고 위대한지 알아야 합니다. 자본들이 실제로 그렇게 강하지 않고 우리들의 힘이 훨씬 더 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대다수입니다. 사회의 절대적 다수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제대로 된 권리를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일상적이며 휴가도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구미공단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가장 분노할 때 하는 말이 '노동부에 가자'는 겁니다. 만약에, 그들이 노동부를 찾아간다면 바로 해고를 당할 겁니다. 그렇기에 겁을 먹고 싸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단결하면 못 하는 것은 없고, 저들의 힘보다 우리의 힘이 세기에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최저임금도 매우 적습니다. 이미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지키기 위해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연대를 이룬 투쟁입니다."

- 그렇다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이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조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구미에서는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 현장 조합원들의 의구심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고사하고 정규직 노조도 없는데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동지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누가 노동조합을 가장 먼저 주도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헌법에 보장되어있는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거나 만들면 해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은 선뜻 나서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노조원들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구미 지역의 비정규직 노조 미조직 사업장에 가 1년이 넘게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조합원 510명인 민주노조가 설립되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최악입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자신감,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싸워낸다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더디지만, 진보한다"

▲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 차헌호 제공

- 우리나라에서는 불합리함을 알고도 해고 우려 때문에 투쟁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노동부는 노동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본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노조 파괴를 일삼는 거대기업과 함께 사실상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1년 반이 넘도록 아무 판단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 노동부는 무슨 생각일까요?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눈을 감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 자본일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노동부가 기업을 비호한다는 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지금은 진보 쪽으로 다시 세상을 당겨올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 함께 현장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더디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10년간 엄청 퇴보했지만 진보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출처  "공사한다고 하루 쉬라더니... 자정에 문자로 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