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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은 돈 받아내고 우병우는 말 안듣는 공무원 매질”

“안종범은 돈 받아내고 우병우는 말 안듣는 공무원 매질”
특검 관계자가 밝힌 ‘우병우 역할’
삼성 봐주기 거부 공정위 감찰하고
블랙리스트 불이행 공무원 솎아내기
다시 수사 맡아 시험대 오른 검찰
우-검찰총장 등 통화 규명해야

[한겨레] 김정필 기자 | 등록 : 2017-03-06 16:06 | 수정 : 2017-03-07 08:47


▲ 특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떠나고 있다. 의왕/김태형 기자

최순실(61·구속기소)이 박근혜와 공모해 벌인 각종 국정농단 현장에는 ‘군기반장’ 역할을 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결론 냈다. 최순실이와 박근혜가 권력을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우병우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이들을 길들였다는 것이다.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돈을 받아내는 일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좌파를 척결하는 일을, 우병우 전 수석은 이 과정에서 말을 안 듣는 공무원에게 매질을 가하는 일을 했다”는 말로 우병우의 역할을 정리했다.

박근혜가 이재용(49·구속,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대가로 편의를 봐준 삼성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할 때도 우병우가 깊이 관여된 정황이 밝혀졌다. 특검팀은 우병우가 삼성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에스디아이(SDI) 처분 주식수를 줄이는 문제로 청와대와 공정위 실무진이 대립각을 세우던 2015년 10~12월 김재중(56) 당시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을 표적 감찰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공정위 실무진이 삼성 처분 주식수를 줄이는 데 반대 의견을 내자 청와대가 우병우를 내세워 공정위를 길들이는 차원에서 김 전 소장을 찍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상반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5명을 솎아낸 사건과 관련해, 김종(56·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해당 명단을 최순실에게 전달한 뒤 우병우가 똑같은 명단을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에게 건네 인사 조처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도움이 안 되는 공무원 명단을 작성해 최순실에게 보고했고, 이 명단이 ‘최순실→박근혜→우병우’를 거쳐 김 전 장관에게 통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우병우가 김 전 차관에게 부탁해 기존에 없던 문체부 직책을 만들어 자신의 지인을 취업시킨 정황도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인사 청탁이 있었다”는 김 전 차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한겨레> 보도 등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본격 알려지자 우병우가 진상을 은폐하는 실무를 총괄, 운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불러 “지난해 10월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 의혹이 보도된 뒤 우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실 파견 검사 등이 ‘법적 검토’ 의견 등 대응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맞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 부인 명의의 가족회사인 ㈜정강 자금 관련 의혹 등은 특검법의 수사대상 제한과 짧은 수사기간 문제 탓에 검찰로 넘겼다. 특검팀에 고발·진정·수사의뢰된 우병우 의혹은 총 16건에 이른다. 여기에는 우병우가 변호사 시절 성공보수금을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 취임 이후 의뢰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 변호사 수임료를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의 우병우 수사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4개월 동안 수사하는 시늉만 내다 같은해 12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수사를 끝냈다. 특검팀 수사에서는 지난해 검찰 특수팀 수사 당시 우병우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병우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검찰이 수사 주체이자 객체가 된 모순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수사는 검찰을 개혁하는 작업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 또다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졸속 수사를 하면 검찰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안종범은 돈 받아내고 우병우는 말 안듣는 공무원 매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