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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시위꾼, 악성노조’ 운운,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가

‘전문시위꾼, 악성노조’ 운운,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가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17-03-07 07:18:56 | 수정 : 2017-03-07 15:38:51



6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한지 1년 8개월만에 백혈병을 얻어 23세의 나이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10주기였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영화로도 잘 알려졌고 많은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마침 이날은 박근혜, 최순실과 결탁한 삼성 이재용의 범죄에 대해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공여했다”고 확인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재벌천국, 삼성공화국이다.

바로 이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를 돕는 모임인 ‘반올림’을 향해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삼성전자에서 상무까지 지낸 뒤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된 인물이다. 파문이 일자 양향자 최고위원이 뒤늦게 사과했으나 반올림이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등과 함께 싸워온 것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며칠 전에는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내고 문재인 캠프의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전윤철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했고 악성노조까지 감안하면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규제개혁과 새만금 카지노 건설 등 자본편향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악성노조’ 발언도 이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전윤철 전 원장의 발언을 접하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묻게 된다.

정경유착과 권력농단 주범 박근혜를 탄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의 촛불열망이 자칫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 없다.

특검 수사로 재확인된 청와대와 삼성 간의 뇌물과 이권청탁, 권력사유화가 과연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개인의 일시적 일탈인가. 국민 대다수가 알 듯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재벌독점과 정경유착을 막지 못했다. 말 그대로 누적된 폐단이 오늘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게이트로 폭발한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이라면 국가적 위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은가.

삼성전자의 임원을 지냈다면 자신은 왜 직업병으로부터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으며 정경유착을 방관했는지 통렬히 반성해야 하지 않은가.

국가경제의 주체이자 중요한 축으로서 노동자도 대화하고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노동자들은 70년 동안 희생하고 양보해왔다.

국가의 부를 독점하고 이를 빼돌려 권력과 거래하고 법 위에 서서 기득권을 대물림 받은 것은 재벌이지 노동자가 아니다.

특히 ‘전문시위꾼, 귀족노조, 악성노조’ 등의 발언은 한 집단을 낙인찍고 혐오한다는 면에서 지역감정 조장이나 종북몰이와 다르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기승을 부리던 비열한 언어폭력을 야당 고위 인사들이 휘두르는 것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민주당의 이런 인식과 행태로는 촛불과 함께 한다고 할 수 없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울 수도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출처  [사설] ‘전문시위꾼, 악성노조’ 운운,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