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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임자 허용, 적폐 청산의 출발점

전교조 전임자 허용, 적폐 청산의 출발점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 | 발행 : 2017-04-03 15:57:50 | 수정 : 2017-04-03 15:57:50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교육운동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운동연대·교육혁명공동행동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교육정책 방향의 근본적 전환과 전교조 전임자 부당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전교조 전임자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2016년 전임자 33명이 직권면직되었고, 2017년 신규 전임 신청자 16명에 대한 허가는 보류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강원교육청, 서울교육청에 이어 경남교육청이 전임자 허가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교육부는 전임 허가는 위법한 행정행위라면서 취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전임자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전교조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노동부는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습니다. 조합원 6만 명 중 9명의 해직자, 비율로 0.015%의 비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로 교원노조법에서 정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현재 전교조와 같이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은 구비하였으나 설립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근로자단체를 이른바 ‘법외노조’라고 합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는 실질적 요건입니다.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으로 헌법이 부여한 노동3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근로자 주체성, 자주성, 목적성, 단체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법외노조는 헌법상 단결체로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법외노조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긍정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9 결정). 따라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로 교원노조법에서 정한 권리는 향유할 수 없지만, 헌법상 단결체로서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습니다.


전교조 전임허가가 가능한가요?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27일 ‘기업의 근로자대표에게 제공되는 보호 및 편의에 관한 협약’(ILO협약 제135호)을 비준하였고, 따라서 위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4. 5. 29. 선고 2010헌마606 결정).

ILO협약 제135호 제2조는 “적절한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자 대표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편의에는 유급 또는 무급의 근로시간면제가 포함됩니다.

설립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전교조가 6만 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헌법상 단결체로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ILO협약 제135호에 비추어 보더라도, 전교조의 전임허가는 가능하고 또한 필요합니다.

한편 교원노조법 제5조 제1항은 “교원은 임용권자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원의 임용권은 각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시·도 교육감은 합당한 재량권의 범위에서 전교조의 전임허가를 결정할 수 있고, 교육감의 전임허가 결정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3월 24일 서울 2명의 교사에 대해 전임 허가를 하면서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교육당국과 교원단체가 아이들이 행복한 질 높은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원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의 전임허가 결정의 취지도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6만 여명의 교원이 소속된 전교조를 배제한 채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현장의 교원을, 선생님을 배제하고 수준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임허가를 불허하여 교사들을 징계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벌어질 것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 방지,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구축을 통해 교육의 발전을 기하겠다는 교육감의 전임허가 결정은 교원노조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합당한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부당 후속조치 철회, 참교육 전교조 사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복귀 거부 전임자 삭발투쟁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마친 전교조 조합원이 얼굴을 만지고 있다.(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교육부가 전임허가를 결정한 교육감들을 징계할 수 있나요?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감의 전임허가 결정에 대하여 취소를 요구하려면 ① 전임허가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②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먼저 교육감의 전임허가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교원노조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전임허가 여부는 교육감들의 재량권에 속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법에서 정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전임허가 결정이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최근 교원에 대한 자율연수 휴직제도로서 자율 무급휴직제도가 도입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같은 무급 휴직제도인 전임휴직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6만 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전교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여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교조를 배제하고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교육행정을 하는 것이 공익을 해친다고 봄이 상당합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시정요구나 징계요구는 법적 근거 없는 부당한 조치로 중단되어야 합니다.

▲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부당 후속조치 철회, 참교육 전교조 사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복귀 거부 전임자 삭발투쟁 기자회견에서 변성호 위원장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삭발하고 있다.(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전임허가 문제, 궁극적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전임허가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 제한해야 하고(헌법 제37조 제2항),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헌법 제75조).

노조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지 ‘법률’이 아니므로 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할 수 없고, 법률에서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사항을 위임하지도 않았습니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합니다. 이 규정은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손꼽히던 구 노조법의 노동조합해산명령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제도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같은 해 11월 여야 합의로 삭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8년 노태우 정부가 국회 심의를 피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한 것이 바로 현재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입니다.

입법 연혁만 놓고 보더라도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제시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모법의 위임없이 제정되어 무효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교사·공무원의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파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을 비롯한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국제공공노련(PSI)는 긴급 항의 행동에 나서고, 국제노동기구(ILO)가 두 차례나 긴급 개입에 나선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의 문명국가 중에서 해직된 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고, 6만 명의 조합원 중에서 9명(비율로 0.015%)의 조합원 자격이 문제된다는 이유로 당해 조합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부는 하루빨리 전교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혼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출처  [기고] 전교조 전임자 허용, 적폐 청산의 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