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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당시 “‘4번 탱크 평형수’ 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4번 탱크 평형수’ 없었다”
해경 열적외선 영상 분석 결과 147톤 평형수 안 나타나
관계 전문가 “전면 재조사 시급”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7-04-03 05:50:55 | 수정 : 2017-04-03 05:57:38


최근 인양된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해경 초계기로 촬영된 열적외선 동영상을 <민중의소리>가 관계 전문가와 함께 정밀 분석한 결과, 배의 복원력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4번 탱크의 평형수(147.5톤)가 비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선박 관련 전문가들은 4번 탱크의 평형수가 사라진 원인과 함께 세월호 침몰 진상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해양경찰청은 침몰 상공을 선회한 초계기(CN-235)가 촬영한 3시간 분량(오전 9시~낮 12시)의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동영상은 일반 카메라와 열적외선 카메라 기능을 번갈아 작동시켜 열적외선 동영상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열적외선 동영상은 열적외선 카메라가 감지한 해당 물체의 온도 차이에 따라, 색상이나 명도가 달리 나타나게 된다.

▲ 9시 36분 01초 열적외선 동영상에서 평형수, 힐링, 연료 탱크 등이 구분되어 촬영된 모습. 위는 원본 사진, 아래는 각 탱크별로 명도차가 난 부분. 파란색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주변보다 명도가 높고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주변보다 명도가 낮음. 명도가 높을수록 즉, 밝아질수록 온도가 높다. (사진은 해경이 공개했던 세월호 침몰당시 촬영 영상을 캡쳐한 모습이다) ⓒ민중의소리


세월호가 좌현으로 쓰려져 침몰할 당시인 오전 9시 36분 01초 전후의 열적외선 동영상을 보면, 세월호 우현 쪽의 선저 표면이 온도 차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1번 연료 탱크와 2번 연료 탱크는 연료의 특성상 다소 온도가 높게 하얀색으로 정확하게 표시되고 있다. 또 해수가 들어 있는 2번 평형수 탱크와 5번 평형수 탱크 및 우현 힐링 탱크(배의 좌우 양 측면에 위치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함)는 바닷물과 명도와 비슷하게 검게 표시되고 있다. 평형수가 없이 비어 있는 탱크(3번)나 나머지 선체 부분은 중간 정도의 비슷한 명도로 구분되어 표시되고 있다.

▲ 세월호 평형수, 힐링 탱크, 연료 탱크 등 입체 그래픽 사진 ⓒ세월호 특조위


세월호는 운항 당시 그래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번, 4번, 5번 평형수, 그리고 4번 평형수 탱크 좌우 양쪽에 위치한 힐링 탱크 등에 해수를 채운 상태에서 운항했다. (3번 평형수 탱크는 비움) 그런데 평형수가 들어 있어야 하는 4번 탱크 부분은 공교롭게도 비어 있는 탱크나 일반 선체와 같은 명도로 열적외선 영상에서 표시되고 있다. 세월호 열적외선 동영상 곳곳에서 이 같은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된다. 초계기가 세월호 선저를 일반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전부 파란색으로 동일하게 표시되나, 열적외선 카메라로 전환하면 각각의 구분이 명확하게 표시되고 있다. 따라서 평형수가 들어 있어야 할 4번 탱크가 비어있는 다른 선체 부분과 같은 명도로 표시된다는 것은 침몰할 당시 이 탱크가 비어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 세월호 일반 동영상과 열적외선 영상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알 수가 있다 ⓒ해경 영상 캡처


이 같은 사실은 세월호의 침몰이 더욱 진행된 오전 10시 21분 40초 전후의 열적외선 동영상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해당 열적외선 동영상을 보면 206.3톤의 평형수가 적재된 2번 평형수 탱크와 51.3톤이 적재된 우현 힐링 탱크, 그리고 중앙 양쪽으로 두 탱크에 223톤이 적재된 5번 평형수 탱크는 각각 명확하게 검은색 명도로 표시되고 있다. 검은색 부분도 해당 평형수의 용량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표시된다. 하지만 우현 힐링 탱크와 이어져 147.5톤의 평형수가 있어야 할 4번 탱크는 비어 있는 일반 탱크나 선체와 같은 명도를 보인다.

▲ 오전 10시 21분 40초 열적외선 동영상에서 촬영된 평형수, 힐링, 연료 탱크 부분. 명도차가 확연히 보인다. (사진은 해경이 공개했던 세월호 침몰당시 촬영 영상을 캡쳐한 모습이다) ⓒ민중의소리



열적외선 전문가, “4번 평형수 부분은 비어있는 부분과 명도가 같다”
청해진 관계자 “모두 채우고 운항했다. 진상 조사 필요”

3월 31일, 세월호 열적외선 동영상을 분석한 열적외선 카메라 관련 세계적인 업체의 한국 지사 전문가는 "해당 초계기에 장착된 열적외선 카메라는 감시와 판별에 쓰이는 카메라로 보이며, 충분히 해당 물체의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적외선 카메라는 물체에서 발생하는 온도 에너지를 감지하는 원리로 작동한다"며 "해당 초계기와 세월호 거리에서도 열적외선 카메라는 해당 물체의 온도 차이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체 열적외선 동영상도 물체 온도 차이에 의해 명도를 달리하고 있다"며 "검은색으로 표시되는 부분(2번, 5번 평형수, 우현 힐링 탱크)은 해당 물체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밝은(흰)색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그 물체의 온도가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해당 부분들이 각각 물과 기름 등을 담고 있다면, 각각 같은 명도로 표시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또 "4번 탱크로 알려진 부분은 확연하게 다른 평형수 탱크 부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함께 분석에 참여한 또 다른 전문가는 "해당 영상이 아날로그 형태의 촬영 영상이고, 소스가 없어 정밀한 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 육안으로도 분명하게 구분된다"며 "평형수로 알려진 부분은 바닷물과 비슷한 명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번 탱크로 알려진 부분은 분명히 다른 평형수 탱크로 알려진 부분과는 다르다"며 "비어 있거나 물이나 기름이 없는 다른 선체 부분과 거의 같은 명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월호의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의 고위 관계자는 4번 평형수 탱크 관련 열적외선 동영상에 관해 "해당 영상을 보니,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면서도 "4번 평형수 탱크가 침몰 당시 비어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2, 4, 5번 평형수 탱크는 한국에서 운항하면서 항상 모두 채워진 상태였다"며 "조선소에서 점검 이후 해당 평형수 탱크를 조정한 적도, 조정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가 출항할 당시부터 4번 탱크에 평형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느냐"의 물음에 "세월호가 일본에서 운항할 때는 3천여 톤이 넘는 화물을 적재하고도 단 300여 톤의 평형수만으로도 운항했다"면서 "당시 세월호는 2, 4, 5번 고정 평형수를 건들지 않고 다른 평형수 조정만으로도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 표시선)을 맞출 수가 있어서 건드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우리 선원들이 4번 평형수를 뺐다면, 검찰 조사에서 다 드러났을 것"이라며 "만약 2, 4, 5번 평형수에 손을 댔다면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4번 평형수가 없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것은 반드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 호가 31일 오후 유가족들의 오열속에 목포신항에 접안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박 전문가, "평형수 조정은 스위치로 가능"
세월호 특조위, "충격적인 내용, 특조위 재가동 통한 전면 재조사 필요"

한 선박 관련 전문가는 '4번 평형수 소멸' 가능성에 관해 "선박의 평형수 조절은 펌프 스위치 작동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세월호도 조타실뿐만 아니라, 선미 쪽에 관련 컨터롤 박스 스위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의 기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이 스위치 작동으로 평형수를 빼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컨트롤 박스에 잠금장치 등이 없느냐"의 질문에 "그냥 일반적인 스위치 보호캡만 있고 잠금장치 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한 선박 전문가는 "세월호의 평형수가 만일, 운항 중에 사라진다면, 조타실에서는 알 수 없느냐"는 질문에 "펌프가 작동하고 있다는 램프 외는 따로 알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전문가는 "조타실 한쪽에 있는 이 램프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 이상 모를 수도 있다"며 "특히, 배 중간에 있는 4번 평형수가 사라졌다면, (기울어짐이 둔해) 선원들은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또 "만약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140여 톤에 달하는 평형수가 없었다면, 이는 복원력 상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체가 인양된 이상, 이와 관련해 우선적인 조사가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침몰 당시 '세월호 4번 평형수 소멸' 가능성에 관해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을 역임한 한 전문가는 "열적외선 동영상 분석 내용은 충격적이고도 중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선체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이라는 것은 특조위도 파악했었다"며 "열적외선 영상에 관해서도 정밀 분석 등을 의뢰하고자 했지만, 특조위가 조기에 강제 해산되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일 4번 평형수가 침몰 당시 없었다면, 복원성 계산 등 침몰 원인에 관한 모든 기존 보고서나 추론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며 "이번 분석 내용은 세월호 특조위를 재가동해 침몰 원인에 관해 전면전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더욱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열적외선 동영상 확인 결과, ‘4번 평형수가 없었다’는 <민중의소리> 단독 보도와 관련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일, “현재 세월호 인양 추진단에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세월호 인양 추진단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목표로 하는 부서”라며 “침몰 원인에 관해 조사한 산하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관련 내용을 파악해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단독] 침몰 당시 세월호 “‘4번 탱크 평형수’ 없었다” 열적외선 영상 분석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