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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부정 재승인’ 방통위도 이제 국민이 감시해야

TV조선 ‘부정 재승인’ 방통위도 이제 국민이 감시해야
[민중의소리]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발행 : 2017-04-02 14:53:32 | 수정 : 2017-04-02 14:53:32


3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결국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을 인가했다. 자신들이 구성한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한 달 전인 2월 24일 끝났었다. 불합격점을 받은 TV조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 끝에 ‘조건부 재승인’을 내놓은 것이다.

방통위는 이제 저질 종편 퇴출을 요구한 촛불 민심을 외면하고, 국민보다는 일개 사업자의 편을 든 결과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TV조선이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혼쭐이 나서 엄청 ‘진지하고 멋진’ 개선안을 내놨고, 그래서 아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방통위의 이번 재승인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어떻게 표현해도 이해할 수 없는 방통위의 ‘봐주기 재승인’

불합격점을 받은 방송사를 온갖 이유를 다 붙여서 승인해준 이번 심사는 누가 뭐래도 ‘솜방망이 봐주기 재승인’이다. 언론단체는 따라서 이를 이는 ‘부정 재승인’이라고 표현한다. 의결 당일 방통위 분위기를 여당 추천 위원이나 야당 추천 위원 TV조선 방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었다. 방통위에는 3만3000건의 종편 관련된 의견이 접수되었고, 그중에서 95%가 종편의 '문제 심각하다', '잘못하고 있다', '재승인을 취소하라'등의 요구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여당 추천 김석진 위원도 “지금까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아무나 출연시켜가지고 그야말로 싸구려 막말 방송 오보방송 근거 없는 그런 주장들 하고 자극적인 언사 써가며 시청률, 수익성에 매몰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위원도 “심사위원들의 평가결과는 조건을 붙여 재승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62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줌으로써 ‘사업자의 자격을 박탈하라’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힌 것입니다. 단서의견을 근거로 조건부 재승인을 해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심사위원회 평가결과를 임의로 취사선택하는 것은 물론, 재승인 심사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5인의 방통위원은 결국 전원합의로 TV조선을 구제해줬다.


OBS도 불합격점 받았지만 재승인을 해줬잖아! NO!

이번 종편 재승인 과정에서 OBS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과 TV조선이 많이 비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OBS는 TV조선처럼 콘텐츠 투자부터 방송의 공공성까지 모조리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OBS는 단지 자본잠식이라는 경영상의 이유였다.

또한 OBS 구성원들은 세 번의 임금 반납과 호봉동결 등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면서 자구책,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까 시민들이 경인방송 관련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재허가, 승인을 해 달라고 촉구를 했던 것이다.

반면 TV조선은 의원들의 로비가 있다는 소문들은 있지만 TV조선을 살려야 된다고 하는 국회의원이 여야 공히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상황이 다르다. 또한 고삼석 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TV조선은 이미 2013년 재승인 과정에서 한차례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어떻게 말을 해도, 어떤 변명을 해도 구차하다. 방통위는 국가 공익보다 한 방송사의 사익을, 국민보다 일개 방송사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이는 방송의 공적책임을 구현해야 하는 방통위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 tv조선 방송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3년 재승인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그건 또 오해!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결과 TV조선이 625점이었다. 채널A는 650점이라는 합격점을 힘겹게 넘었고, JTBC는 TV조선보다 106점이나 높은 731점을 받았다. JTBC는 이런 높은 점수로 인센티브 개념으로 3년이 아닌 3년 8개월 재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TV조선과 채널A가 둘이 동시에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불합격점을 받은 TV조선의 재승인을 불허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1년 재승인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는 결과였다.

특히 작년(2016년) 12월, OBS가 TV조선처럼 65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위기에 빠졌다가 결국 1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기에 국민이 느끼는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침착해야한다. 실제 OBS도 형식상으로는 3년 조건부 재승인이 맞다. OBS는 재승인 조건 중 2013년 재허가시에 약속했던 증자계획 중에서 미 이행된 자본금 30억 원을 2017년 12월 31일까지 확충하지 않을 경우에 신속하게 시정명령, 영업정지 과징금 해서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조건이 못 박혀 있어서 이를 1년 재승인으로 해석된 것이다. 따라서 TV조선에게 3년 재승인을 줬다고 무조건 흥분하기보다는, 이런 식의 해석을 하자면 몇 년 재승인이 되는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그걸 짚어보자.


최소한 1년 6개월짜리 재승인이라고나 할까?

TV조선 재승인 조건은 이렇다.

1. 사업계획서 및 추가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계획서 및 추가개선계획의 주요내용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것.(※ 사업계획서와 추가개선계획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추가개선계획이 우선함)

2.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공적책임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 및 추가개선계획에서 제시한 방송프로그램의 품격제고 계획(생방송 시사 관련 프로그램 축소, 한 개의 프로그램이 1년 이내에 법정제재를 3회 받을 경우 프로그램 폐지, 타 종편PP에서 제재를 받은 진행자 및 출연자 출연 배제 등)을 준수할 것. 전년도 이행실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하는 양식에 따라 매년 1월 3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단, 17년에는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할 것.

3. 방송심의 규정 제9조(공정성), 제13조(대담 토론프로그램 등)제1항 내지 제3항 및 제5항,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유지) 제1호, 제2호 및 제5호, 제51조(방송언어)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14년 13건, 15년 11건, 16년 8건 받아 방송의 품격을 저해하고 있으므로 이를 매년 4건 이하로 감소시킬 것. 단, 17년은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법정제재 건수를 대상으로 함.

4. 3의 방송심의 규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를 구성‧운영할 것. 전년도 이행실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하는 양식에 따라 매년 1월 3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단, 17년에는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할 것.

5. 3의 방송심의 규정 위반에 따른 법정제재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자 및 출연자로 인하여 이뤄진 경우, 해당 진행자 및 출연자의 모든 프로그램 출연정지 조치를 할 것. 전년도 이행실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하는 양식에 따라 매년 1월 3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단, 17년에는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할 것.

6.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하고, 장르별 다양성 제고를 위해 뉴스, 탐사보도, 시사 논평, 토론·대담 장르 프로그램을 합산하여 매년(‘17년은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함) 추가개선계획에서 제시한 비율(TV조선은 32.6%로 축소하겠다고 제시) 이내로 편성할 것. 전년도 이행실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하는 양식에 따라 매년 1월 3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뉴스, 탐사보도, 시사논평, 토론·대담 등 프로그램 장르 기준과 정의는 붙임의 분류기준에 따르되, 향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의결로써 이를 변경할 경우 변경된 기준에 따를 것)

7.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개선계획에서 제시한 연도별 콘텐츠 투자금액 이상을 준수하고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을 준수할 것. ‘콘텐츠 투자금액’은 재승인 후 3개월 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산정하고, 전년도 콘텐츠 투자 이행실적은 매년 4월 30일까지 회계법인의 검증을 받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8. 이행실적 점검 결과 2, 4, 5, 6의 조건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이후에는 6개월 단위로 각 조건을 준수하여야 함.

이 조건의 핵심은 점검 결과 2,4,5,6을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이다. 한마디로 2017년 이행실적 결과들을 봐서 2,4,5,6이 이행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는 주요 조건에 대한 이행 여부를 6개월 단위로 점검하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재승인 조건을 반복 위반한 때에는 업무정지(동법 제18조), 청문(동법 제101조)의 절차를 거쳐 승인을 취소한다. 그러니까 이번 조건은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9개월간의 실적을 가지고 내년에 심사를 한 뒤, 이때 만약 문제가 개선이 되어 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정명령을 받아 다시 6개월을 버틸 수 있고, 심사하고 어쩌고 하다보면 최소한 1년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조건부 재승인인 셈이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의사봉을 치고 있다. ⓒ뉴시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솜방망이 심의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게다가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심의를 보면 정말 솜방망이, 종편을 봐주는 심의가 넘쳐났다. 정말 천인공노할 수준의 방송이 아니면 방통심의위에서 법정제재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의 방송도 거의 모두 ‘권고’에서 그쳤다. 마치 권고 이상 나오면 큰일이라도 나오는 수준이었다.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TV조선 측은 지난 3월 29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서 진행된 <최희준의 왜?> 1월 5일 방송 심의 중 “지난 금요일(24일)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으면서 회사 내부에서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여러 가지 제도적 대책을 강구했다”며 “방심위로부터 3번 이상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폐지하고(삼진아웃제), 진행자나 출연자의 경우엔 한 번이라도 제재를 받으면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각오를 되새긴 날 나온 방통심의위 심의결과를 보자. <최희준의 왜?> 1월 5일 방송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사드배치 논의 차 방중한 일과 관련해 “조공 바치러 가서 머리를 땅에 박고 조아렸다”고 하거나 “야당 의원들이 중국 식민지가 되겠다고 자청하며 사대 매국 외교를 한 꼴”이라고 표현했다. 이 방송은 법정제재가 아닌 ‘권고’가 결정되었다. 민언련이 거듭 지적했던 류근일 씨 발언도 ‘권고’ 조치를 받았다.

류근일 씨는 <뉴스를 쏘다>(2/23)에 출연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명쾌함이라든가 언어 구사 능력, 수사 조작 능력, 이게 월등히 문재인 씨보다 높아요. 문재인 씨가 3학년이라면 안희정 씨는 한 5학년 정도는 나는 되는 것 같아요” “3류 좌파가 하는 것보단 1류 좌파가 하는 게 훨씬 낫겠죠”고 말했다.

심지어 이 방송에서 “내가 엄성섭 씨 겁줘서 죄송합니다. 방송심의위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방통심의위를 향해 비아냥거렸음에도 불구하고 ‘권고’를 의결했다. 이런 방통심의위의 솜방망이 의결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의 화려한 조건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답답한 심정이다.


민언련, 방통위와 방통심의위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느껴

그러나 종편의 막장 방송, 특히 TV조선의 뻔뻔한 방송행태가 지친 국민의 분노가 너무 깊어 민언련 ‘종편 때찌 프로젝트’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줬을 것이다. 그 분노로 모인 재정으로 민언련이 열심히 종편 시사토크쇼를 모니터해서 심의신청을 하고, 여론을 환기시켰기에 이만큼이라도 TV조선이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방통위는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온갖 특혜를 부여하면서도 족벌언론 TV조선으로부터 농락당한 방통위는 이제 규제기구로서의 위상을 상실한 셈이다.

민언련은 이제 종편 콘텐츠 뿐 아니라,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에 더 집중할 것을 선언한다. 종편이 내놓은 개선계획안과 방통위가 제시한 이행조건 점검 등을 꼼꼼히 파악하고 종편과 방통위 행태를 지켜볼 것이다. TV조선은 물론 종편들이 낸 성적표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그들의 계획이 실제로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이런 종편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기고] TV조선 ‘부정 재승인’ 방통위도 이제 국민이 감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