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작업자 과실이라니요!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작업자 과실이라니요!
[민중의소리]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 발행 : 2017-05-03 18:14:59 | 수정 : 2017-05-03 18:25:24


▲ 삼성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6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127주년 세계노동절 축젯날에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현장에서 집단 참사가 발생하였다. 세계 경제 10위권이라고 자평하기가 부끄러운 후진국형 참사다. 5월 1일 오후 2시 50분경 800톤급 골리앗크레인이 이동 중 작업 반경 내 가동 중이었던 인양능력 32톤급 지브형 타워크레인이 부딪쳤다. 이 사고로 96m 상공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지지 붐대(일명 jib)가 꺾이면서 하부에 있는 근로자 휴게실을 덮친 참사였다. 휴일 이 사고로 현장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크레인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기록된다.

특히 이번 참사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들이라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수주한 공사 납기일을 맞춘다는 구실로 공기단축을 통한 이윤에 눈먼 대기업의 대표적인 안전불감증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선 산업이 더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이 “안전예산 공사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볼멘소리들도 들려온다. 지금까지 5월 3일 현재 삼성중공업 측에서 언론에 브리핑한 보고에 의하면 사고 원인이 골리앗크레인 조종사와 타워크레인 조종사간의 ‘신호’ 불일치 및 미인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 보고하였다.

안전에 대한 총괄책임을 지고 있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이다. 크레인과 같은 유해위험 작업은 작업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 안전관리자가 지휘·감독을 하게 돼 있다. 여기에 각 공정의 신호수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수십 미터 창공에 있는 크레인 장비 조종원은 그 신호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하여 ‘전문신호수’ 역할이 배우 중요한데 우리나라 대부분 공사현장에는 전문신호수 역할이 부재하다.

▲ 이 사고는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에서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과 골리앗 크레인이 충돌해 발생했다. ⓒ경남소방본부



전문신호수자격제도 도입 필요

크레인 자격증을 소지하고 현장 경험이 있는 필자가 사고 현장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유추해 보았다. 물론 현장 노동자들의 제보도 있었다. 양중작업을 주로 하는 각종 크레인에는 여러 개의 안전장치들이 있다. (과부하방지장치, 선회장치, 권상권하장치 등등) 규정대로 하면 절대로 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 또 여기에 하부에는 신호수까지 배치하고 있다. 안전작업 수칙상 하부에 있는 타워크레인 작업이 우선이고 더 높게 설치된 골리앗크레인은 다음 작업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일부 현장들은 각 작업 업체들이 수월하게 일을 하기 위해 각종 안전장치를 해지해 놓고 위험하게 초과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전도된 타워크레인 및 골리앗크레인에 충돌방지장치 및 이탈방지장치 센서가 잘 작동되었더라면 이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워크레인의 ‘충돌방지장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우리나라 대부분 현장에는 미설치된 크레인이 대부분이다. 이 또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또 설령 이 같은 기계적 결함이 있었더라도 안전관리자의 입회하에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신호수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노동계는 몇 년 전부터 ‘전문신호수자격제도’ 도입을 주장해 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위험천만한 공사현장이 전국에 널렸다는 것이다. 하여 장비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및 안전에 대한 사전 숙지토록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인이 필요하다. 다중 인명피해 대비책이며 또한 많은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허술한 타워크레인 민간검사 개선 및 분리발주 도입 필요

또 하나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허술한 민간검사’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7년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하였다. 기존까지 공공기관에서 정기검사를 해오던 타워크레인을 5개 민간대행업체들에 위탁을 해 버린 것이다. 이후 타워크레인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 고층화 돼 가는 국내 건설현장 여건상 크레인에 대한 의존성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여 하루속히 제도개선이 돼야 할 대목이다.

또한, 인양능력 3톤 미만 경량타워크레인 조종은 아예 면허증도 없이 간략한 교육 이수만으로 자동차운전 면허증보다도 더 쉽게 조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해 버린 것이다. 재해 발생 시 처벌 수위도 벌금 몇백만 원이 고작이다.

▲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안치된 거제 백병원 영안실 ⓒ구자환 기자


중장비 안전사고에 대해 정부의 사고조사 결과는 대부분 조종원의 운전조작 실수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조사위에 근로자 대표 및 민간인추천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이런 참사들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물량도급’ 관행 때문이다. 여러 공정팀이 앞다퉈 자신들의 작업물량에 신경을 쓰다 보면 주변의 위험요인에 대한 지각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 브리핑 자료에 의하면 평소 해양플랜트 공사에 투입돼 일하는 직영인력은 5,000명이다. 그러나 사고 당일 노동절에는 출근한 직영근로자는 고작 1,000명이었다. 평소 하청업체 근로자는 15,000명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당일 무려 13,00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원청사 직원들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대부분 휴가를 가고 대부분 하청노동자들만 출근하여 일하다 발생한 참사로 이해된다. 작업자 부주의로 봐서는 절대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

크레인은 자체 무게만 해도 수백 톤이 훌쩍 넘는다. 전국에 약 4,000대가 넘는 타워크레인이 가동되고 있다. 도로를 덮치고 주택가를 덮치고 매년 안전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기회에 차라리 다중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크레인 임대계약은 발주처에서 ‘분리발주’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하였으면 한다. 건설사 및 하청업체들의 속도전 작업에 노출되다 보면 안전수칙은 서류에만 존재할 뿐이다.

이번 대한민국 노동절 산재참사는 산재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또 안고 국제적인 망신을 얻게 되었다. 참사를 당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출처  [기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작업자 과실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