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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라인으로 찍힐라’ 떨고 있는 검사들

‘우병우 라인으로 찍힐라’ 떨고 있는 검사들
“우 ‘사직의 글’ 댓글까지 청와대서 살펴봐” 소문
박영선 의원 지목 명단 재조명

[경향신문] 구교형·박광연 기자 | 입력 : 2017.06.09 06:00:02


잇단 ‘인사 태풍’에 검찰 안에서는 4년여 전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50·사진)이 친정을 떠나면서 내부게시판에 남긴 ‘사직의 글’에 달린 댓글까지 청와대에서 일일이 들여다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고위 간부에 이어 조만간 중간 간부급에서도 대대적인 ‘우병우 라인’ 숙청이 예고된 가운데 일선 검사들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4월 15일 내부게시판에 “23년간 검사로 살아왔다. 한 번도 다른 길을 걸어본 적도, 돌아본 적도 없었다”며 “이제 보람은 가슴에 품고, 짐은 내려놓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178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번에 ‘좌천성 인사’를 당한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51)의 글도 포함돼 있다.

김 지검장은 “결혼식에 함을 지고 찾아가서 술먹고 횡설수설하던 추억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또 대학 시절 같은 ‘스터디 그룹’ 멤버로 고시공부를 함께한 추억을 털어놓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오래오래 보고 즐겁게 지내자”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김 지검장과 함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52)도 댓글에서 우 전 수석의 성공을 기원했다.

우 전 수석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몸담았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당시 “검사 중의 검사의 사직 인사를 접하니 안타깝고 서운하다는 것 외에는 말이 안 나온다”고 댓글을 달았다. 우 전 수석으로부터 세월호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윤대진 부산지검 차장검사도 “스산한 날씨처럼 착잡한 마음 거둘 길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좌천당한 고위 간부들 중 상당수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우병우 라인’이라고 발표한 명단과 겹친다. 박 의원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대해 “윤 고검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후배로, 총리가 인사청탁해 임명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전현준 대구지검장과 유상범 창원지검장의 이름도 언급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고위 간부들을 ‘불명예 검사’로 낙인찍었다는 데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현준 지검장의 경우 자신이 ‘우병우 라인’이라는 풍문에 대해 “대학 동기였지만 대학 시절 전혀 몰랐다. 사적으로 식사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면서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단독] ‘우병우 라인으로 찍힐라’ 떨고 있는 검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