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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공무원에 수억원’ 뇌물 혐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공무원에 수억원’ 뇌물 혐의
서울시, 감사에서 구청 공무원과 돈거래 적발해 수사의뢰
[한겨레] 박수지 기자 | 등록 : 2017-06-09 04:59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49) 전 삼성전기 고문이 공무원에게 수억 원대 돈을 건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구청 ㄱ 팀장에게 3억6000만 원을 건넨 혐의(뇌물) 등으로 임 전 고문을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지난 3월 서울시청이 ‘중구청 ㄱ 팀장이 임 전 고문에게서 3억6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고문과 ㄱ 팀장의 계좌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서울시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월 서울시는 자체 감사에서 ㄱ 팀장이 2014년 3월께 임 전 고문(당시 삼성전기 부사장)에게서 3억6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계좌로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서울시는 경찰에 이 사건 수사를 의뢰했고, 중구청은 ㄱ 팀장을 직위 해제했다.

ㄱ 팀장은 서울시 조사에서 “임 고문과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돈이 모자라 임 고문에게서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임 전 고문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ㄱ 팀장은 ‘돈을 갚았다’는 점을 소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ㄱ 팀장의 다른 비위 건을 감사하다가 임 전 고문과의 거래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오가던 당시 ㄱ 팀장은 중구청 도심재생과 소속 팀장이었다. 도심재생과는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고 중대형 건축물 유지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임 전 고문의 부인인 이부진 씨가 사장으로 있는 호텔신라가 중구 장충동에 ‘서울신라호텔’을 갖고 있고, 인근에 또 다른 호텔인 ‘전통호텔’ 건립을 위해 애쓰던 와중에 돈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 돈거래에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한쪽에서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임 고문이 당시 부인과 이혼 소송을 앞둔 시점이긴 하지만, ㄱ 팀장과의 돈거래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이혼 소송은 2014년 10월 시작돼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3월 ‘4전5기’ 끝에 장충동 부지의 전통호텔 설립 심의를 통과했다. 이 터는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있으므로 건축이 제한돼 있는데, 전통호텔에 대해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호텔신라는 2012년 7월, 2013년 7월, 2015년 3월, 지난해 1월 등 모두 4차례 사업안을 제출했지만,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극적으로 통과됐는데, 두 달 전 보류된 사업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뒷말이 많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을 올리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ㄱ 팀장이 있던 팀은 안건 상정에 관여하는 팀이 아니다. 호텔 설립 허가와 무관한 팀”이라고 말했다.

해당 팀은 담당 지역의 용적률이나 건폐율 등을 관리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팀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팀이 허가에 직접 관여하진 못해도 향후 호텔 공사가 진행될 때 무관하진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여러 차례 임 전 고문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경찰은 계좌추적을 조만간 마무리한 뒤 임 전 고문 등을 불러 돈을 주고받은 배경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출처  [단독]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공무원에 수억원’ 뇌물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