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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삼우는 위장계열사’ 삼성임원 녹취록 나왔다

‘삼우는 위장계열사’ 삼성임원 녹취록 나왔다
1976년 설립 국내 1위 건축설계회사
3년전 인수과정 갈등 언급하며
“삼성 임원들이 분할·합병 마무리”
공정위, 총수 고발할지 대응 주목

[한겨레] 홍석재 기자 | 등록 : 2017-06-19 05:00 | 수정 : 2017-06-19 08:57


▲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정문 앞에서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신소영 기자

삼성이 국내 최대 건축설계회사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수십년간 위장계열사로 운영했다는 점이 여러 증언과 증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위장계열사 운영과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1호 조사 대상’으로 지목하며 첫 사례로 ‘부영’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데다, “4대 그룹은 더 엄격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정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녹취파일을 보면, 지난 3월 삼성물산 ㅎ전무는 2014년 삼우가 두 회사로 쪼개져 그중 한 곳이 삼성 계열사로 흡수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삼우의 분할·합병 문제는) 제가 다른 관계사로 전출 가면서 손을 놓은 상태였고, 다른 (삼성) 임원들이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ㅎ전무의 발언은 삼우의 전직 간부가 ‘삼성을 대리해온 삼우 차명주주들의 전횡을 삼성이 조처해달라’는 호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이 삼우 간부는 “(위장계열사를 사실상 회수하기 위한) 2014년 삼우 분할·합병 과정을 전무님이 실질적으로 관장하지 않으셨느냐”고 물었고, ㅎ전무는 “실제로 저는 초반에 10% 정도 미미하게 진행하다가…”라며 “뒤처리를 한 게 김△△ 상무인지, 윤○○ 상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녹취록 외에도 삼우 소속 직원들의 인사카드에 ‘삼우’와 ‘삼성’의 입사일이 같이 기록되어 있는 점이나, 삼우 직원이 ‘삼성공동의료보험조합’에 가입돼 있는 등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나왔다. 앞서 과거 삼우 고위 임직원들이 사원설명회에서 “삼우의 원소유주가 삼성이고, 삼우의 현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고 발언한 사실이 지난해 <한겨레21>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1976년 설립된 삼우는 2013년 기준 직원 1,200여 명, 연 매출 2,776억 원 규모의 국내 1위 건축설계회사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분할·합병은 2014년 삼우를 설계 중심의 ‘삼우설계’와 감리 중심의 ‘삼우씨엠’으로 쪼갠 뒤 삼성물산이 그중 ‘알짜’인 삼우설계를 88억 원에 사들인 것을 말한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의 일감을 몰아줘 세계적으로 성장한 삼우를 삼성물산이 헐값에 회수해,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을 손에 쥔 총수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현재 기업집단과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에선 공정위가 2014년 합병 이전까지 삼성이 삼우를 불법 소유한 경위와 부당이익 규모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병 뒤 남은 삼우씨엠의 위장계열 운영을 지속했는지 아닌지와 합병한 삼우설계에 계속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 등의 규명 필요성도 제기된다. 삼우설계는 합병 이듬해에도 매출액 2,277억 원 중에서 1,385억 원(61%)을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달성했다.


출처  [단독] ‘삼우는 위장계열사’ 삼성임원 녹취록 나왔다





삼우 표창장에 “삼성 입사”…차고 넘치는 위장계열사 증거
대주주 인사카드 삼성경력 관리
인사카드에 ‘삼성·삼우 이력’ 같이
이건희 회장 고교동기인 전 회장은
삼성건설 입사뒤 5차례 오간 기록
의료보험도 ‘삼성’ 소속으로

삼우 간부들 “차명주주” 인정
2013년 삼우주식 10% 보유한 사장
“삼성이 계속 주인…다른 이름 등재”
삼우씨엠 현 대표도 “주식은 삼성 것”

[한겨레] 홍석재 기자 | 등록 : 2017-06-19 05:00 | 수정 : 2017-06-19 09:18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은 이 회사가 차명주주를 동원해 주식회사로 전환한 1985년 이후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1997년과 1999년 삼성 위장계열사 여부를 조사했지만 두 차례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1999년에는 국회가 삼우 출신 직원이 삼성에서 받은 ‘휴·퇴직 소득정산서’까지 제시하며 공정위를 압박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하지만 삼성이 삼우를 위장계열사로 운영했다는 증거는 삼성 안팎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겨레>가 18일 입수한 삼우의 인사카드를 보면, 대주주였던 인사들 대부분의 입사일을 ‘19○○년/○월○일(그룹), 19○○년/○월○일(당사)’ 등의 방식으로 삼성과 삼우의 근무 경력을 묶어서 표시하고 있다. ‘그룹’은 모회사인 삼성일 수밖에 없다. 삼우 전 공동회장을 지낸 ㅇ씨의 경우 1979년 10월 삼성건설에 경력공채로 입사한 뒤, 이후 18년간 삼성건설과 삼우를 5차례 오가며 근무한 기록도 있다. ㅇ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기생이다. ㅇ씨와 함께 삼성의 차명주주로 알려진 ㄱ, ㅂ, ㅎ 전 삼우 공동회장의 인사카드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관리됐다.

이밖에 삼성공동의료보험조합 대표이사 명의로 1998년 8월 25일 발행된 ‘의료보험 피보험자 자격취득 확인서’를 보면, 삼우 간부를 지낸 또다른 ㅎ씨가 ‘삼우 사업장’ 소속으로 5명의 가족들과 함께 피보험자로 가입됐다. 1992년 삼성종합건설주식회사 박아무개 회장이 삼우설계팀 직원 유아무개씨한테 준 ‘15년 근속 표창장’에도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래 (…)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창립 35주년을 맞아 표창함”이라며 삼우 소속의 유씨가 삼성 직원임을 밝히고 있다.

최근 삼우 쪽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이런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삼성과 합병 논의가 한창이던 2013년, 당시 삼우 주식 10%를 보유했던 ㅅ 사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원래 주인이었던 삼성이, 그리고 계속 지금까지도 삼성이 삼우 설계의 주인이었고, (중략) 삼성 이름으로 주주로 등재가 되어 있지 않고, 저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이름으로 등재가 돼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다.

삼성이 차명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주식을 넘겨주면, ㅅ 사장의 손해는 10억 원을 훌쩍 넘지만 굳이 자신이 차명주주임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합병을 주도했던 간부 ㅊ씨도 “우리 회사가 지금의 에버랜드인 중앙개발로부터 출발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저만 해도 삼성그룹으로 입사했다”거나, 현 삼우씨엠 대표이사인 ㅎ씨가 과거 “주식이 누구 거냐, 삼성 거지. 삼성하고 (분할 뒤 합병 문제) 다 결정이 됐어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ㅎ 대표이사는 지난해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삼우씨엠은 지금이나 그때나 삼성과 별개 회사”라고 해명한 바 있다.


출처  [단독] 삼우 표창장에 “삼성 입사”…차고 넘치는 위장계열사 증거





삼성, ‘차명거래로 총수일가까지 처벌’ 우려한 듯
뒤늦게 ‘삼우 쪼개 인수’ 왜?
2014년 금융실명제 강화 시행 앞둬
김상조도 당시 “강제수단 동원 의심”
두차례 조사 모면 과정도 석연찮아
경제개혁연대 고발건…공정위 ‘고강도 조사’ 예고

[한겨레] 홍석재 기자 | 등록 : 2017-06-19 05:00 | 수정 : 2017-06-19 08:27


삼성은 왜 2014년에 서둘러 위장계열사 삼우를 ‘삼우설계’와 ‘삼우씨엠’(감리) 둘로 쪼개 그중 삼우설계를 서둘러 인수했을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재벌의 위장계열사 소유를 용인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업계에선 그해 11월 예정됐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개정안 시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은 불법적인 차명거래에 대해 실소유주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만약 차명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삼우를 되찾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삼성 총수 일가나 고위 임원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고려를 했을 수 있다. 당시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도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 이전 삼우를 자회사로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강제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겨레>가 확보한 녹취파일에는 과거 삼성과 삼우가 1990년대 말 두 차례 진행됐던 공정위 조사를 피하는 과정도 나온다. 삼우 전직 고위 간부가 “공정위 조사 들어올 때 관련 서류를 다 폐기하고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잖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또다른 전직 삼우 고위 간부는 “삼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 짓고 그랬잖아. 거기 총책임 맡은 사람이 우리 대표랑 ‘형님, 아우’ 하는 사이였어. 공정위에 증거물까지 넘어갔다고 하니까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다음날 공정위가 ‘삼우는 삼성의 자회사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과 삼우가 이번에도 공정위 조사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8일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가 부영그룹 등 대기업의 위장계열사 문제로 재벌에 첫 제재를 가하면서 이 문제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데다, 지난해 삼성의 위장계열사 문제를 공정위에 고발한 게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경제개혁연대이기 때문이다.

합병 뒤 남게 된 ‘삼우씨엠’에서도 차명주주들을 상대로 실소유주인 삼성 허락 없이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넘긴 게 불법이라는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삼우씨엠에선 차명주주들이 당시 주당 2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주식을 지나치게 낮춰(액면가 5천 원) 신주를 배당하는 등 배임 논란도 불거져 있다.


출처  삼성, ‘차명거래로 총수일가까지 처벌’ 우려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