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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노조 파괴’ 개입 정황”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노조 파괴’ 개입 정황”
동진오토텍 노조, 사쪽 문건 공개
글로비스, 협력사 대표 매주 만나
탈퇴 강요·재취업 미끼 등 담겨
글로비스 “노조활동 개입 없다”
26살 동진오토텍 사실상 폐업 수순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7-06-22 01:38 | 수정 : 2017-06-22 08:59



현대자동차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하청업체인 동진오토텍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조합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재취업을 막는 등 부품사 노사관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현대차와 임직원들은 부품 납품업체인 유성기업 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1일 금속노조 동진오토텍지회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회사 내부 문건과 녹취록을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협력사 대표들과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지난해 6월에 작성된 동진오토텍의 ‘협력사별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비정규직 노조가입자의 회사 동료 가입 권유 정보를 입수”할 경우 “반장→부서장→사장”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에 동시 보고”하라고 돼 있다. 그러면 회사는 “노조 비가입을 지속적으로 회유하는 개인면담을 실시하고 작업장 내 단체 모임을 금지”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작성한 ‘비상 상황시 대응 운영 방안’ 문건에는 파업에 대비해 “노조가입원 개별 면담(복귀 유도)”, “동종사에 개인신상 공유(타 사업장 입사 차단)” 등의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로 회사 관리자는 지난 4월 조합원과 한 통화에서 “조합원으로 있으면 취직 안 된다. 명단 다 뿌려졌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이정미 의원 쪽은 “동진오토텍이 세운 것으로 보이는 각종 노조탄압 방안은 글로비스의 지침을 작성자 명의만 동진오토텍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부품을 운송하는 동진오토텍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설립하고 전체 직원 300명 가운데 18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현대글로비스의 17개 하청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흑자기업이었지만, 회사는 이후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26년 만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는 ‘무기한 휴업’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협력사 노조활동에 개입한 바 없다”고 말했다.


출처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노조 파괴’ 개입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