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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증거 내놓고 “100% 신뢰할 수 있는 제보”라던 국민의당

가짜 증거 내놓고 “100% 신뢰할 수 있는 제보”라던 국민의당
대선 하루 전날까지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확인한 내용” 강변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 발행 : 2017-06-27 16:35:29 | 수정 : 2017-06-27 16:35:29


▲ 이용주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 김유정 대변인(왼쪽부터)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조작되었다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후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 5일,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 사무실 브리핑실에서는 변조된 음성파일이 수차례 반복돼 틀어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한 남성이 "아빠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서 '아빠'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더 나아가 녹취 파일에는 "준용은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안한 것 같아", "노동부인가 고용정보원인가 거기를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얘기했어"라는 등 문준용 씨를 향한 악의적인 주장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녹취록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의당 설명에 의하면 녹취 파일은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친척과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의심쩍었던 녹취 파일 공개
민주당의 고발에도 “환영한다” 논평까지

국민의당은 대선 기간 내내 당력을 총동원해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을 파헤쳤고, 준용 씨와 같은 대학원을 다녔다는 동료의 증언을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웠다.

특히 국민의당은 해당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치기에 이르렀다.

당시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준용의 고용정보원 원서 제출은 문재인 후보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사실이라면 대선 판도를 흔들 가능성도 있는 중대한 주장이었지만, 막상 기사로 크게 다룬 언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증언만 가지고 이렇게 의혹을 제기해도 되나", "이 정도면 기사로 다룰 수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기자회견 직후에도 녹취 파일의 신빙성을 따지는 질문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녹취록은 어떻게 확보한 것이냐", "국민의당이 직접 통화를 한 것이냐"는 질문이 빗발쳤으나, 답변에 나선 김인원 부단장은 "100% 신뢰할 수 있는 증언자"라고 호언장담했다.

국민의당 측에서는 녹취파일에 등장한 제보자와 기자단 중 1명을 지정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이메일 인터뷰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개된 녹취 파일이 가짜라며 국민의당 관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국민의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민주당의 검찰 고발을 환영한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진실을 밝히라"는 논평까지 냈다.


이용주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확인한 내용”

당시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대선 하루 전이었던 5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녹취 파일의 제보자가 '가짜 제보자'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음성 변조 부분에 대해선 이미 언론사에 녹음파일을 제공했다"며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원래 음성을 찾아낼 수 있다. 차차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면 신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거짓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언젠가 제보자의 신원이 공개 돼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냐'는 질문에도 확신에 찬 어조로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저희들이 한 명으로 (제보) 받은 게 아니고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며 "문 대통령(당시 후보)이 문준용 씨에게 '고용정보원에 원서를 지원해라 했다는 말이 있었다'는 말은 여러 차례 확인이 된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충격에 휩싸인 국민의당
책임론에 선 긋는 지도부, 침묵 이어가는 안철수

이 모든 말들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국민의당은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입을 모아 녹취 조작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사건에 연루된 당원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독단적인 범행으로 규정하며 책임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젊은 사회 초년생들이 대선에서 증거를 조작해 뭔가를 얻어보겠다는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었나 경악스럽고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대선 때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에게는 전혀 보고한 사실이 없고 내용도 몰랐다”며 “안철수 후보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문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공명추진단이 자율적으로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 국민의당 지도부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정책위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비대위원장, 박지원 의원. ⓒ정의철 기자


출처  가짜 증거 내놓고 “100% 신뢰할 수 있는 제보”라던 국민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