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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수차 예산 그대로···‘무배치’ 맞나

경찰, 살수차 예산 그대로···‘무배치’ 맞나
기재부에 1억9700만 원 요구…관계자 “안전장비 추가 설치”
[경향신문] 정희완 기자 | 입력 : 2017.07.03 06:00:02 | 수정 : 2017.07.03 06:02:01



경찰이 내년 살수차(물대포) 관련 예산을 지난해와 같은 액수로 정해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인권 경찰’을 강조하며 앞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를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살수차 무배치 원칙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5월 31일 내년 예산 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살수차 안전증진장비’ 항목 예산 1억9700만 원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액수다. 경찰은 살수차 1대에 2,463만 원어치씩 장비 8세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루액과 염료의 혼합 비율을 조절하는 전용 혼합기 등에 1대당 722만 원, 시야 확장을 위한 조망 모니터와 조작패널 등에 518만 원, 최고수압 제한 장치인 안전밸브 등에 459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촬영범위 확장을 위한 카메라·조명, 살수 지점을 재는 거리측정기, 영상 저장 장치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살수차 19대 유지비용으로 3,800만 원, 캡사이신 희석액 2,902ℓ 구매에 5,800만 원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와 같은 액수다.

경찰은 기재부에 예산 요구서를 제출하기 전인 5월 하순부터 무사용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도 살수차 무사용 원칙을 확인했다.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은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고 사용도 최대한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살수차 관련 예산을 요구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관련 예산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경찰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살수차 성능이 좋지 않아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변명”이라며 “결국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직사살수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 성능을 향상하는 게 아니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려는 것”이라며 “올해 예산도 같은 취지로 책정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장비를 장착한다고 해서 살수차를 계속 쓰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출처  [단독] 살수차 예산 작년과 동일 액수…경찰 무배치 원칙 실천 의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