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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SR, 고속철 임대 ‘불공정 계약’

코레일·SR, 고속철 임대 ‘불공정 계약’
관계사 부당지원 알면서도 임대료율 정상 이하로 산정 정황
법인세법·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 내부문건 작성 드러나

[경향신문] 조형국 기자 | 입력 : 2017.07.05 06:00:00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SRT) 운영사인 SR의 고속열차 임대계약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명목으로 SR을 만들면서, 코레일이 열차를 빌려주고 받아야 할 몫을 대폭 낮추는 식으로 사실상 부당지원을 강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국세청에 법인세법 위반 여부를 문의했고 SR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작성했다.

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SR ‘임대료 산정방안 검토’ 내부 문건을 보면 SR은 개통 이전부터 코레일과의 열차 임대계약이 불공정거래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0월 작성된 해당 문건에서 SR은 “(코레일과) 정상가격 이하로 거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SR이 언급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공정거래법 23조가 규정하는 부당지원 행위를 의미한다.

법인세법상의 문제도 거론됐다. SR은 “특수관계사 간 시가보다 낮은 요율로 임대료를 산정할 경우 부당행위 계산의 부인이 될 수 있다”며 코레일이 SR에 제공한 부당이익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SR은 “법률자문 결과 법률적 쟁점에 대한 대응논리는 미약하나 유지보수 위탁비용과 임대료를 병행 협상해 임대료 인하를 관철하겠다”는 생각을 담았다.

이 같은 문제는 코레일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2015년 국세청에 ‘정부안에 따라 특수관계 법인(SR)에 저가 임대를 할 경우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물었다. 코레일이 임대료율을 산출하는 대신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임대료율을 낮춰 잡으면 법인세법 위반일 수 있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SR은 코레일로부터 고속차량 22편성을 연 임대료율 3.4%, 임대기간 5년의 조건으로 연 353억 원에 빌리고 있다. 국토부가 코레일 채권금리(3.6%)에 차량에 대한 코레일의 투자비용(52%)을 곱하고, 이에 1.5% 가산금리를 더해 연 임대료율을 3.4%로 정하게 했다.

코레일이 불공정거래 혐의에 휘말릴 단초는 국토부가 정한 임대료율 3.4%에서 기인한다. 코레일이 투자 판단 시 수익률 기준으로 참고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 기준(5.5%)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코레일 채권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3.6%)보다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대료율을 5.5%로 가정하면 임대료는 536억 원으로 늘어나 코레일이 약 183억 원을 덜 받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세무당국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한 조세의 부당 감소’로 인정할 경우 법인세율 24.2%가 적용돼 코레일은 44억 원의 과세 부담을 진다.

정부는 과거 연구용역에서 현재 코레일이 적용하는 임대료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정했다. 2015년 국토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은 기본 임대수익률을 5.0%로 설정하고 임대료 추이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본 수익률 5.0%에서 0.5%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전체 임대료는 약 6% 이상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현행 수준(3.4%)과 비슷한 3.5%까지 임대료율을 낮출 경우 임대료는 기존보다 17.36%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단독] 코레일·SR, 고속철 임대 ‘불공정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