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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웰스토리, 단협권 경총에 위임···꼼수

삼성웰스토리, 단협권 경총에 위임···꼼수
[경향신문] 송진식 기자 | 입력 : 2018.01.08 19:00:00


▲ 2017년 4월 17일 열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출범식에서 노동자들이 사측에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지회 제공

삼성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과 ‘직접’ 마주앉아 단체협약을 논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됐다. 8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이날 지회에 공문을 통해 “단협권을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위임했다”고 알려왔다.

삼성웰스토리지회는 2017년 10월 31일 기준 64명의 정규직 노조원을 확보해 사측으로부터 정식 노조로 인정받았다. 지회는 사측에 단체협약체결을 요구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사측도 응해 오는 1월 10일 단협을 위한 첫번째 노사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지회와 사측간 단협은 삼성그룹 역사상 최초의 정규직 노조 단협이라는 점에서 재계와 노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삼성그룹 내 여러 계열사의 노조활동에 대한 그룹의 전반적인 ‘대응 기류’를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동계에선 삼성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단협권을 위임하면서 사측이 직접 민주노총 노조와 마주앉아 협상을 벌이는 모습은 벌어지지 않게됐다. 삼성웰스토리는 지회에 보낸 공문에서 “귀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사측 교섭대표위원으로 위촉하여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 교섭위원 선정권을 위임하였음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법상 삼성웰스토리가 경총에 단협권을 위임하는 일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회는 “대표권을 위임한 것은 노조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반발 중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회사가 단협에 대한 경험이 없고, 지회 역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함께 상견례에 나올 예정인만큼 경총에 권한을 위임해 단협에 나서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단협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노조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혔다.

임원위 삼성웰스토리지회장은 “하물며 노조를 모르고 인력이 부족한 작은 회사들도 예의를 차려 대표이사와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온다”며 “처음부터 경총에 위임하는건 사람도 있고, 노무관리도 철저히 해온 삼성에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출처  [단독] 삼성웰스토리, 단협권 경총에 위임···삼성 첫 노사협상 꼼수, 노동계 발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