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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백선엽 장군 웹툰 삭제 왜?

육사, 백선엽 장군 웹툰 삭제 왜?
[경향신문] 정희완 기자 | 입력 : 2018.02.19 14:50:00 | 수정 : 2018.02.19 16:23:53


▲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됐다가 지난 달 삭제된 웹툰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의 한 장면.

육군사관학교가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98)을 ‘전쟁 영웅’으로 묘사한 웹툰(그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육사는 지난 달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제목의 웹툰을 삭제했다고 19일 밝혔다.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이 웹툰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백선엽의 활동을 집중 조명하면서 백선엽을 ‘영웅’으로 묘사했다. 웹툰 제목도 백선엽의 회고록 제목과 같다. 육사는 2016년 5~9월 홈페이지에 이 웹툰을 30회 게재했다.

지난해 역사 관련단체는 육사가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무시한 채 백선엽을 전쟁 영웅으로만 그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백선엽은 일제 강점기 때 독립투사의 독립투쟁시 적군이었던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했다. 이 때문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선엽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육사가 백선엽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육사는 지난해 12월 육군과 육사가 독립군·광복군에서 유래됐다는 취지의 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도 관련연구를 진행했고 지난해 말 독립군·광복군은 한국군의 기원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국방부는 올 3월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장병 교육과정에서 독립군·광복군 관련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심층연구를 통해 올해 안에 독립군 등을 한국군 역사서인 ‘국방사’에 수록할 방침이다.

육사 측은 백선엽 웹툰 삭제를 두고 “육군이 전쟁 영웅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상(賞)’과 관련된 웹툰을 연재하기 위한 것”이라며 “홈페이지구성과 배치, 서버 용량 등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육사는 현재 1972년 베트남전에서 공을 세운 故 임동춘 대위의 활동을 담은 웹툰을 싣고 있다. 육군은 임 대위를 기리기 위해 2006년 ‘동춘상’을 만들어 모범 소대장들을 선발해 매년 수상하고 있다.

육사는 이와 함께 1965년 10월 수류탄 투척 훈련 중 부대원이 실수로 떨어뜨린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사망한 故 강재구 소령의 웹툰을 게재할 예정이다. 1966년 ‘재구상’이 만들어져 모범 중대장에게 수상하고 있다.


출처  [단독] 육사, 백선엽 장군 웹툰 삭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