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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의 수상한 사옥 매각···부영에 ‘수의계약’ 특혜 의혹

포스코건설의 수상한 사옥 매각···부영에 ‘수의계약’ 특혜 의혹
2016년 송도사옥 3천억에 매각
부영, 나홀로 제안서 제출
인수가격도 1천억~3천억 낮아
친박계 의원들 압박설도 제기
고가 인수 남미기업 2곳도
재매각 직전 800억 증자해
실제 손실 1800억 원 육박
MB 형 이상득 현지 개입설
포스코 “모두 사실무근” 부인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8-03-02 05:01 | 수정 : 2018-03-02 10:15


▲ 인천광역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포스코건설 제공

부영이 2016년 포스코건설의 송도 사옥을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른 투자기관들이 써낸 인수 희망금액보다 1천억~3천억 원 낮은 가격으로 인수한 것으로 확인돼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또 2017년 초 에콰도르 기업을 인수가격의 10분의 1도 안되는 70억 원에 재매각하기에 앞서, 800억 원의 유상증자까지 해 총 1800억 원의 손실을 본 사실도 드러났다.

1일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건설이 2016년 9월 송도 사옥을 3천억 원을 받고 부영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매각절차와 방법, 가격에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5월부터 매각작업을 직접 진행했다”며 “인수 가능성이 있는 몇 개 투자기관에 인수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이 수천억 원 규모의 매각을 추진할 경우 전문성과 절차의 투명성·공정성을 고려해 외부 전문기관에 매각업무를 맡기는 관행과 거리가 있다. 더욱이 부영은 처음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투자기관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2016년 8월 혼자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뒤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인수했다. 포스코건설은 “투자기관들의 인수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아 고민하던 중에 부영이 개별적으로 제안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당시 제안서를 냈던 투자기관은 “포스코건설이 내부사정 때문에 인수자 선정작업을 중단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몇 달 뒤 갑자기 부영이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건설은 사옥 건축을 위해 금융권에서 3600억 원을 빌렸기 때문에, 부영에 3천억 원에 매각하면서 600억 원의 손해를 본 셈이 됐다. 그러나 부영에 앞서 인수제안서를 낸 다른 투자기관은 대부분 4천억 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써냈고, 최고 5천억 원 중반대를 써낸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은 “인수금액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의) 의무 임대 기간과 임대료, 향후 재매입 요구 여부 등을 종합검토한 결과 부영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안서를 제출했던 투자기관은 “인수금액이 최소 차입금(3600억 원)은 넘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투자기관 사이에 있었다”며 배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겨레>는 전문가의 객관적 검증을 위해 부영을 포함한 투자기관의 인수조건과 평가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포스코건설은 입찰 명세는 비밀유지협약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친박계인 자유한국당서청원·이우현 의원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사옥을 부영에 매각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부영은 2015~2016년 포스코건설 사옥 외에도 서울 삼성생명 건물, 삼성화재 본관, 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옛 외환은행 본점), 송도 테마파크 부지 등을 잇달아 매입하며 재계 16위로 급부상했는데, 이중근 회장이 지난 2월 배임·횡령, 조세포탈, 임대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권 회장이 두 의원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포스코건설은 2011년 1월 에콰도르의 플랜트시공업체인 산토스 씨엠아이와 이피시(EPC) 에쿼티스 등을 1천억 원에 인수한 뒤 지난해 초 70억 원에 팔아 막대한 손실을 봤는데, 매각 직전 8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까지 해 실제 손실액이 18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은 2017년 1분기 검토보고서 중 ‘특수관계자 지분거래 명세’에서 “산토스와 이피시에 각각 34억 원과 768억 원 등 총 802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김경률 집행위원장(회계사)은 “포스코건설은 매각 당시 두 기업이 800억 원대의 부채와 700억 원대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는데, 8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고도 70억 원에 처분한 것은 배임 혐의가 짙다”며 “포스코건설은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있는 이피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포스코건설이 산토스 등을 인수할 때 실적을 2배로 부풀렸고, 이피시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제기한 바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포스코건설의 인수 직전 대통령 특사로 에콰도르를 방문한 뒤 에콰도르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고, 현지언론도 포스코건설의 인수를 대통령의 방한 성과로 보도했다며, 이명박 정권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은 “산토스가 남미국가 사업을 위해 설립한 이피시가 브라질·페루 등에서 수천만 달러씩 손실이 발생해 금융차입을 할 때 포스코건설이 보증을 섰다. 증자는 매각에 앞서 차입금 상환을 위한 것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포스코는 정권교체기마다 권력이 최고경영자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꾼 뒤 각종 이권을 챙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2014년 취임해서 지난해 재임에 성공한 권오준 회장은 오는 9일 주총을 앞두고 최근 사장단 인사를 끝내는 등 재임 2년 차 경영체제를 구축했는데, 포스코건설 관련 의혹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출처  포스코건설의 수상한 사옥 매각···부영에 ‘수의계약’ 특혜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