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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때 ‘꼬리자르기 진술 지침’”

“남재준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때 ‘꼬리자르기 진술 지침’”
심리전단 직원, ‘수사·사법방해’ 재판 증언
“원세훈 지시사항 문건 언급 말라 지시 받아”
“김진홍, ‘조직·개인 살려면 지침대로’ 지시”

[한겨레] 현소은 기자 | 등록 : 2018-03-07 16:42 | 수정 : 2018-03-07 17:23


▲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 지휘부에서 ‘정치·선거 개입 댓글공작’에 대해 꼬리자르기식 지침을 만들고, 검찰 조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거짓진술을 주문했다는 법정증언이 7일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장호중 전 검사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의 ‘국정원 수사·사법방해’ 재판에서 원 전 원장 재임 당시 트위터 댓글 활동을 벌인 안보5팀에서 근무했던 직원 ㄱ씨가 증언에 나섰다. ㄱ씨는 2013년 초 ‘정치·대선개입’ 사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댓글공작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는 지침이 국정원 내부에서 마련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 지시로 장 전 검사장과 서 전 차장 등이 참여한 ‘간부진 티에프(TF)’에서 이런 지침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는 “2013년 10월부터 안보팀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이 담긴) ‘이슈와 논지’를 국정원 내부 전자메일을 통해 일률적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같은 지시는 댓글공작 관련해 원 전 원장 연결고리를 끊고, 개인적 활동으로 축소하는 목적이라는 게 ㄱ씨 설명이다. ㄱ씨는 검찰에서 지침과 다르게 진술한 경우 상급자로부터 질책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 몇 명이 검찰에서 ‘이슈와 논지 메일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이후 진술 내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야단맞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ㄱ씨는 김진홍 당시 심리전단장에게 ‘개인 일탈’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ㄱ씨는 “김 전 단장에게 순전히 개인 일탈만으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조직과 직원 개개인이 살려면 이런 구도로 가는 게 맞다’는 말을 들었다”며 “(댓글공작에 사용된) 계정을 인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로 이해했다”고 했다.

ㄱ씨는 자신도 이런 지침에 따라 검찰 조사에서 트위터 댓글 활동 자체를 부정했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안보팀 직원들은 검찰 출두하거나 법정 증언하기 전 김 전 단장에게 보고했다. 김 전 단장은 내게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지, 가서 잘하고 와라’고 말했다”며 “(김 전 단장 지시를) 계정이나 활동 방법을 인정한 직원들은 질책을 받았지만, 인정하지 않은 직원들은 격려받는 상황이라 당연히 (인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출처  “남재준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때 ‘꼬리자르기 진술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