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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큰 병에 정치가 효자 돼야죠”

“큰 병에 정치가 효자 돼야죠”
‘동네에서 제일 인간성 좋은 한의사’
민중당 허영태 포항시의원(‘자’선거구) 후보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18-04-19 19:19:13 | 수정 : 2018-04-19 19:32:37


편집자주

국민들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된 촛불혁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7차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인을 뽑는 선거인 만큼 어느 선거보다도 규모가 크다. 전국적으로 시·도지사 17명, 구·시·군의 장 226명, 시·도의회의원 824명, 구·시·군의회의원 2,927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 5명, 모두 합하면 4,016명에 달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리이지만 그동안 토호 세력에 의해 누구나 당선되기는 힘든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촛불혁명 이후 정권교체처럼 이번에는 지방권력교체의 시간이고, 실제 삶을 움직일 직접민주주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취지에서 “에잇, 더러워서 내가 정치한다!”를 외치며 직접 정치에 도전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전한다.

몸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찾는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에 따라 양의사를 찾을지 한의사를 찾을지도 판단한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서 동네 의원을 찾을지 큰 병원을 찾을지도 결정한다.

그렇다면 생활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생활을 개선하는 것은 정치라지만 정확히 어딜 찾아가야 할지 단번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동네 의원이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듯이 주민 생활은 기초단체 의원이 나서야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으로 동네 주민들의 건강과 주민들의 생활까지 함께 책임지겠다는 후보가 나서 눈길을 끈다. 포항 오천읍에서 13년간 한의원을 운영한 민중당 허영태(46) 포항시의원(‘자’선거구, 오천읍) 후보다.

▲ 민중당 허영태 포항시의원(‘자’선거구) 후보 ⓒ허영태 후보


‘동네에서 가장 인간성 좋은 한의사’ 정치에 뛰어들다

한의원 시설은 낡았는데 한의사만큼은 인간성이 동네에서 제일 좋네.

한의원을 욕하는 건지, 한의사를 칭찬하는 건지 모를 평가에 허영태 후보는 ‘당연히 칭찬’이라며 웃는다. 허 후보는 오천읍에서 ‘인간성 좋은 한의사’로 알려져 있다.

한의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약 한첩 드시라’고 환자들에게 의례 권할 것 같지만 허 후보는 굳이 필요 없으면 안 드셔도 된단다. 그러면서도 한의원 운영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며 또 웃는다.

오천읍에서 13년간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허 후보에게 공약을 물으니 “무상의료 실현”이라는 답이 나온다. 시의원으로서는 버겨운 공약일진 몰라도 ‘무상의료’는 한의사인 허 후보가 절실하게 느끼는 정책이다.

▲ 진료중인 허영태 후보 ⓒ허영태 후보 측
의료보험 정책으로 대부분의 의료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하지만 만원이 넘지 않는 약값에도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도 있다.

“젊은 환자에게 8천원짜리 약처방을 한 적이 있어요. 만원도 안 되는 비용이라 부담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있다가 그 환자가 다시 와서 ‘기초수급자에게 8천원짜리 약을 처방하면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느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얼굴이 화끈해지더라고요.”

도농복합 지역인 탓에 한의원을 찾아오는 노인 환자들이 치료비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다.

“큰 병에 효녀·효자 없고, 큰 병에 재산 거덜난다고, 아직 우리나라는 질병으로 인한 개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편이에요. 보험 들면 된다고 하지만 보험 또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거잖아요. 의료만큼은 무상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또한 버스도 닿지 않는 곳에서 노인 환자들이 차비가 아까워 택시를 부르지도 못하고 한의원이 있는 읍내까지 걸어오는 경우도 봐온 허 후보는 ‘대중교통 증편’도 빼지 않고 중요 공약으로 넣었다.

▲ 전국플랜트노동조합 포항지부 노동자와 악수하는 허영태 후보 ⓒ허영태 후보


“고인 물은 썩는 법”...경북에도 ‘진보의 일침’을 가해야

대구가 고향인 허 후보가 포항 오천읍과 인연을 맺은 것은 순전히 장모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경북대를 졸업한 허 후보가 다시 한의대를 들어간 뒤 한의원을 개원하려고 지역을 물색하던 중 철학관에 다녀온 장모님이 “동쪽으로 가라”고 조언한 것이다.

이 한마디를 듣고 포항을 둘러보던 허 후보가 오천읍에 왔을 때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것을 보여 이곳에 개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은 마침 오천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연고도 없는 곳에 13년째 살게 된 오천읍은 허 후보에게는 제2의 고향이다. 특히 이곳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해진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후원자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 포항지역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주위에서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라’는 충고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허 후보에게는 민중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허 후보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통합진보당, 민중연합당을 거쳐 지금의 민중당까지 쭉 진보정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도 ‘보수당 일색’인 경북 지역에 ‘진보의 일침’을 놓기 위해서다.

“포항시의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7년 전국 기초의회 청렴도 평가에서 뒤에서 2등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평가에서는 전국 꼴찌였죠. 왜 이럴까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지방의회가 생긴 이래 한 정당이 독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배탈이 난 거죠.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허영태 후보 ⓒ허영태 후보

보수적인 지역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나서니 한의원 경영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도 됐지만 오히려 환자들은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을 보냈다. 선거 명함을 보고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도 늘었다고 한다.

“‘한의원이나 잘하지’라는 분도 계시지만 의외로 출마를 축하한다면서 축하주는 분도 꽤 있더라고요. 한의원 경영에 지장이 있으면 어떡할까라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날에 명함을 돌리고 나면 다음날 한의원에 환자분들이 좀 더 오시더라구요. 오히려 한의원 홍보가 되는 의외의 소득을 얻은 거죠.”

가족들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허 후보에게 선거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며 등을 떠밀고 있다.

“‘출마는 결사반대’하던 아내가 지금은 득표 1등을 목표로 합니다. 진심이 통할 때까지 막무가내로 기다렸죠. 하루는 제가 밤새도록 배가 아팠는데 새벽에 애기엄마가 진통제를 주길래 ‘오늘은 아침에 쉬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약먹고 출근선전전 나가’라고 할 정도에요.”

허 후보는 자신의 당선과 활동으로 진보정당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목표다.

“‘허영태가 잘한다’보다 ‘진보정당 민중당 시의원 잘하네’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데모나 하는 줄 알았는데 자유한국당보다 훨씬 낫더라’ 이런 소리 들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주민들과 섞여 있어야죠. 당선된다면 동네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출처  [더러워서 내가 정치한다 ⑤] “큰 병에 정치가 효자 돼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