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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유해물질 조사 역부족…‘면죄부’만 준 꼴

삼성 반도체 공장 유해물질 조사 역부족…‘면죄부’만 준 꼴
2년여 활동 전문가 옴부즈만위
“자료 부족으로 조사 한계
작업환경서 큰 문제 발견 못해
노동자 질병과 연관성 알수 없어”
화학물질 목록 적극 공개 촉구

[한겨레] 이지혜 박기용 기자 | 등록 : 2018-04-25 21:12 | 수정 : 2018-04-25 21:35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의 유해물질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해온 ‘삼성옴부즈만위원회’가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등 질병의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계가 뚜렷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영업기밀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반쪽짜리’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삼성 반도체 공정과 여기서 일한 노동자의 질병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밝힐 수 없었으나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옴부즈만위는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의 합의로 2016년 1월 출범한 독립기구다.

옴부즈만위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사를 했지만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 등 질병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사 대상 기간이 짧고 반도체 생산 공정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는 등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박수경 서울대 교수(의학)는 “작업환경과 질병의 연관성을 보려면 전·현직 노동자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현재 반도체 공정이 모두 자동화된 데다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장벽으로 자료 확보가 어려웠다. (직업병과) 관련성이 없다기보다 밝힐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철수 옴부즈만위 위원장도 “삼성전자에 10년 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요구했지만 3년 치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옴부즈만위는 전·현직 노동자를 포함하는 다양한 연구집단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추적 연구할 것을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또 옴부즈만위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목록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알아도 무방하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기업이 스스로 정의 내린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려왔는데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이 제공한 제한된 정보로 짧은 기간 이루어진 진단이 충분했다고 보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조사가 없는 미래 개선안 논의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도 “유해물질 노출 기준 자체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많아 기준치보다 낮아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조사 결과는) 삼성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월 안전보건공단은 2002~2015년 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과 연구대상 집단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제조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일반인보다 백혈병 발생 위험도가 2.57배 높다고 밝혔다.


출처  삼성 반도체 공장 유해물질 조사 역부족…‘면죄부’만 준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