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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 박한철, 양승태는 왜 집요하게 통합진보당을 압살했나

박근혜, 박한철, 양승태는 왜 집요하게 통합진보당을 압살했나
김영한 비망록의 ‘김기춘 박한철 커넥션’과 양승태 사법부의 ‘통합진보당 죽이기’
[민중의소리]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 발행 : 2018-05-31 18:06:59 | 수정 : 2018-05-31 18:06:59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국정농단에 장단을 맞춰 사법부 이익을 취하려고 판결을 거래한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재판에 관여했고,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게 소송을 사주하는 계획도 세웠으니 강제 해산된 진보당에게 확인사살까지 가한 셈이다.

박근혜 시절 청와대, 법무부, 국정원은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까지 총출동하여 통합진보당에 붉은 덧칠을 하고 종북몰이에 앞장 선 까닭은 무엇일까?

현역의원으로 비례경선 사태, 국정원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까지 일련의 상황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결론은 ‘가진 자들의 두려움과 허상’이다.

현장에서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을 하는 조합원들, 지역에서 진보정당 활동을 하는 당원들에게 ‘이석기’는 낯선 인물이 아니었다. 늘 현장을 누비며 동지들을 만났고 정치 일선에서 선거를 진두 지휘해왔기에 오히려 민중의 친근한 벗이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에게 ‘이석기’는 혜성같이 나타난 불편하고 위험한 인물이었다.

▲ 2012년 10월 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회 문방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이나 한진 총수일가 갑질 파문에서 보듯 대한민국 어떤 세력이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언론과 여론의 공세에 버티지 못했다. 2012년 비례경선 사태로 진보언론을 포함 모든 언론이 사퇴를 주장하며 총공세를 폈는데도 이석기 의원은 의연했다. 애국가 논란이 악의적으로 유포되고, 종북공세가 집중되어도 종미사대주의를 문제 삼으며 자주를 표방하는 진보 정치인답게 흔들림이 없었다.

여의도 정치문화, 정치화법과 정반대의 인물이 나타나 세간의 주목을 받고는 순식간에 대선후보급 인지도를 확보했으니 기성 정치세력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당시 어떤 기자가 밤 11시에 전화를 해서 신림동으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미희 의원과 주변 인물들을 모함하는 기사를 써놓고 나에게 확인하려는 수작이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 전화한 정성을 생각해서 다음날 저녁에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났다. 녹음하지 않고 취재가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면 응하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기자 질문 :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언론이 한 번 물면 일주일도 못 버티고 항복합니다. 그런데 한 달 이상 집중포화를 가해도 견디는 걸 보고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정말로 지하조직이 있는 게 아닙니까?

대답 : 이석기, 김재연은 초선의원입니다. 등원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의정활동 평가를 할 수도 없잖아요. 이런 초선의원을 당신네 언론들이 김영삼, 김대중 같은 정치거물로 만들어 버렸어요. 내가 오히려 궁금해요. 왜 그렇게 이석기, 김재연에게 집착하는 겁니까? 우리는 경선부정 안 했어요. 최대 계파가 왜 부정을 하겠습니까. 우리가 떳떳하니 언론 아니라 검찰 국세청 다 덤벼도 이석기, 김재연 못 잡아갑니다. 장담하건대 이번 일로 상도동계나 동교동계보다 훨씬 강력하고 오래 남을 정치계파가 탄생할 겁니다!

그 기자는 자리를 마칠 때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박근혜 정권을 정조준한 이정희 대선토론과 통합진보당

문제는 통합진보당 각종 활동이 정권의 치부를 정조준했다는 점이다. 이정희 대표가 대선 TV토론에 나와 박근혜 후보에게 비수를 꽂았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이름 박정희...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이 한미FTA를 날치기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넘겼다. 대대로 나라주권을 팔아먹는 사람이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TV토론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 화면캡쳐

이석기 의원도 한 방을 날렸다. 박근혜 정권이 가장 공을 들여 모셔온 미래창조과학부 초대장관 내정자 김종훈의 미CIA 전력을 파헤쳐 낙마시켰다. 서슬퍼런 종북몰이에 아랑곳 않고 최근 펼쳐지는 한반도 평화국면을 예상하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4자회담과 종전선언을 주장했다.

이상규 의원실도 한 몫을 했다. 경찰이 국정원 댓글공작 사실을 포착한 동영상 장면을 찾아내 공개했다. 국정원 청문회 때의 서버를 활용하여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을 최초로 밝혀내고 윗선을 추적했다.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전면 부정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연이어 치고 들어갔다. 세월호 사건 진상조사 과정에서 세월호 수입과 불법증축, 승인에 여러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특히 국정원과는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을 밝혔다.

김선동 의원이 한미FTA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리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주를 과중처벌하는 ‘기업살인처벌법’을 발의한 것도 반농민, 반노동자 행태를 일삼아 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불안감과 불쾌함으로 작용했다.

▲ 2011년 11월 22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하려 하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연단에서 발언 중 최루가루를 뿌리며 저항했다. ⓒ뉴시스

노동자, 농민, 서민을 하늘처럼 모시고,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반목과 대결에서 극적으로 전환하여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루자고 주장하는 유일한 정치세력이 제 3의 원내정당이 되어 정권 내부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하자 기득권 세력들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3년 들어 검찰이 이례적으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6월에 원세훈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박근혜 정권은 임기 초반부터 궁지로 몰렸다. 8월 중순까지 이어진 국정원 댓글 청문회에서 국정원 댓글공작과 선거개입이 드러나자 대선부정을 규탄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높아지며 시청 앞에서는 연일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마침내 종교계 성직자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위기의 순간에 등장한 사건이 바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이었다. 5월 12일 강연내용을 국정원 프락치가 녹음-녹화하여 바로 넘겼는데도 3개월이나 손에 쥐고 있었던 이유는 정치공작에 쓸 가장 적절한 시기를 노렸기 때문이다. 내란음모조작 사건이 터지자 모든 언론이 다시 한 번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댓글공작이나 대선부정 등 다른 이슈는 실종되어 버렸다.

국정원이 언론에 흘린 합정동 강연 녹취록은 국정원 입맛에 맞게 왜곡, 조작된 소설이었다.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녹취록 왜곡은 무려 400곳이 넘었다. 그것도 ‘평화’를 ‘전쟁’으로 180도 바꾸어 버린 악의적 조작이었다.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하고] →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 “전쟁을 준비하자”
[절두산 성지] → “결전 성지”

국정원 조작에 넘어간 수많은 언론과 정치세력들이 달려들어 통합진보당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창당 때만 해도 동지였던 심상정이 “헌법 밖 진보”라며 가장 모질게 덤벼들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종북 공세에 밀려 한마디 반론도 펼치지 못하고,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되었다.

비례경선 사건에서 검찰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기소조차 못했다. 내란음모 조작으로 겨우 이석기 의원을 체포하고도 기득권 세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대대적인 종북공세 속에 치러진 10월 경기도 화성 보궐선거에서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는 몇몇 투표소에서 30%를 넘는 득표를 하며 기염을 토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했던 말이 생생하다.

“종북몰이만 아니었으면 홍성규가 2위를 할 수도 있다. 의외로 통진당 기반이 탄탄하다. 우리가 바짝 긴장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 정도인데 새누리당은 어땠을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나 가장 보수적 집단이라는 사법부는 어땠을까?


김영한 비망록의 김기춘-박한철 커넥션
양승태 사법부의 내란음모 재판 개입과 지방의원직 박탈 소송 사주

보기 좋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해놓았지만, 이번 특별조사단의 미진한 조사에서조차 박근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KTX승무원, 쌍용자동차, 콜텍, 키코 등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전교조와 통합진보당 등 정치적 반대세력을 짓밟는데 앞장섰다. 특히나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재판 개입, 해산된 통합진보당 재건 억제,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을 위한 소송 사주 등 사법부의 정치공작은 상상을 초월하여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 2014년 10월 4일자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 연내 선고”라고 기재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김기춘-박한철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듯, 당해산과 의원직 박탈에는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란음모 재판과 재건 억제에는 사법부가 나서서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였다.

애초에 박근혜, 박한철, 양승태에게는 삼권분립이나 심판의 독립성 같은 헌법상 가치와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법을 초월한 기득권 카르텔은 약자를 짓밟고, 노동자를 착취하여 제 배를 불리고 무한권력을 추구하는 데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근엄하고 권위있고 법과 원칙에서 엄정한 척하지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가혹한 부류들이다.

인간미는 전혀 없고 서민의 아픔도 모르면서 제가 최고인 줄 착각하고 한껏 권력을 휘두르다 정작 조직된 민중의 저항이 터져나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비열한 부류들이다.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남과 북의 대결을 끝장내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 실현이 얼마나 두렵고 끔찍했을까?

일하는 사람이 계속 노예로 남아 있고, 북한을 악마로 활용하여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영원히 챙겨야만 ‘자유민주’와 ‘정의’가 바로 설 텐데 노예들이 무리를 지어 촛불을 들고 반란을 꿈꿨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강제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지향과 정신은 이미 살아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허망한 잔치는 이제 끝났다.


출처  박근혜, 박한철, 양승태는 왜 집요하게 통합진보당을 압살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