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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태 다룬 울산 언론, 조중동과 달랐다

현대중공업 사태 다룬 울산 언론, 조중동과 달랐다
민주노총 폭력성과
법인 분할 정당성만 강조한 조중동
일방적 주주총회 문제점
토착왜구당 포함한 초당적 협력
지역민 우려 전한 지역 언론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승인 : 2019.06.03 18:48


기승전 ‘민주노총 폭력’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기업을 분할하고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려 해 대립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 소재 보수언론들은 연일 노조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들 언론은 기업분할이 현대중공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면서 노조의 반발은 발목잡기로 묘사했다. 하지만 정작 울산지역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 경향은 달랐다.


주요 울산언론 “큰 충돌 없었다”

3일 조선일보는 “뜯긴 좌석, 박살낸 무대... 노조가 휩쓸고 간 문화시설” 기사를 통해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앞서 “시너 쇠파이프 발견”(5월 29일, 채널A) “불법 점거에 장사 못하고 학교는 휴업”(5월 28일, TV조선) 등 보도가 이어졌다.

반면 울산지역 주요 언론은 한마음회관 농성에 큰 충돌은 없었다고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1일 KBS울산은 뉴스9에서 “(한마음회관) 농성은 닷새나 이어졌지만 이 기간동안 경찰과 구청에 신고된 주민들의 소음 신고는 없었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반박했다. 2일 울산매일도 “우려하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언쟁이 있었을 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조합원들은 매번 ‘비폭력’을 외치며 한발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 TV조선과 채널A의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반대 현장 보도.

지난 31일 기업(법인) 분할을 의결한 주주총회 당시 울산대 현장을 다룬 보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이날 중앙일보는 “벽 부수고 창문 깨고···울산대에 화풀이한 현대중공업 노조” 기사를 냈고 조선·동아일보도 노조의 폭력을 부각했다. 반면 경상일보는 3일 “(울산대에서) 사측 용역 직원들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노조원들을 자극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서울지역 보수 언론사들은 ‘용역’의 격한 언행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역 언론에서는 충돌이 빚어진 전후 맥락도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경상일보는 “당초 고지된 한마음회관에서 20km나 떨어진 울산대학교로 장소가 전격 변경되면서 노조는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 됐다”고 했다. 울산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날 메인뉴스를 통해 기습 장소변경과 소액주주들인 노조원들의 입장 불허로 반발이 격해진 사실을 전하며 주주총회가 무효라는 노조 입장을 비중있게 전했다.

▲ 지난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현장을 다룬 울산 지상파 3사 메인뉴스 보도.

중앙일보는 “현대중공업과 울산대학교는 다른 직장”이라며 대학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노조를 비판했는데 경상일보는 같은 이유로 울산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 기사는 “사적 이익을 위해 학교를 이용해서는 안되는데도 기업과 엄격히 분리돼 운영되어야 할 울산대는 현대중공업 주총이 열리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완전무장한 전투경찰까지 불러들였다”는 울산대 민주동문회의 반발을 전했다.


노조 vs 사측? 토착왜구당 울산시당도 ‘반발’

서울지역 보수 언론은 사안을 ‘노조’ 대 ‘사측’의 대립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사측의 입장에 섰다.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삭발하자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했다. 주주총회에 반발하면 민주노총의 편으로 규정하는 보도다.

그러나 실제 울산에서는 초당적인 지역 정치권의 지지가 있었다. 울산시, 울산시 의회, 울산지역 여야 정당이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토착왜구당 울산시당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울산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맹우 토착왜구당 의원도 지난달 29일 시민총궐기에 참석해 “열화와 같은 시민의 열망을 외면하지 마시고, 본사 이전을 재고하달라”고 촉구했다.

▲ 박맹우 토착왜구당 의원의 발언. 토착왜구당 울산시당도 현대중공업 중간 지주회사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발목 잡기? 지역민들 ‘허탈’

“현대중 생존 위한 첫발 뗐다”(6월 1일, 매일경제) “주총 고비 넘긴 현대중 분할”(6월 1일, 중앙일보). 서울 소재 보수 언론은 이번 기업분할을 세계 1위 조선소가 되기 위한 절차라고 보도했다. “현대중, 중간지주사 서울에 둬야 ‘우수 R&D 인력 유치’”(조선비즈)처럼 회사를 서울로 옮겨야 효율적이라는 기사도 이어졌다.

▲ 현대중공업 기업분할 주주총회를 다룬 매일경제와 경상일보 보도.

반면 지역언론은 지역민의 정서를 전하며 지역 위기론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봤다. 1일 KBS울산은 뉴스9에서 “상당수 주민들은 노조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했다. 같은 날 울산MBC 뉴스데스크는 “동구 지역 주민들은 배신감을 넘어서 허탈함에 빠졌다”며 우려를 전했고 지난 30일에는 현대중공업을 삶과 떼 놓을 수 없는 시민들을 조명했다. 기사에 등장한 한 시민은 “노동자가 있어 (현대중공업이)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가 됐고 노동자와 함께 한 것이지 (정몽준 씨) 혼자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울산MBC는 지난 29일 뉴스데스크에서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에 따른 세수 감소 ▲연구조직을 수도권으로 옮긴 현대자동차처럼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 ▲울산 시민들이 그동안 현대중공업으로 인해 받아온 피해를 지적하며 지역이기주의 프레임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 KBS 울산, 울산MBC 보도화면 갈무리.

울산MBC는 “산재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만 4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지역 회사를 위한다는 이유로 분진 등 공해를 참아왔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매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목소리다.


출처  현대중공업 사태 다룬 울산 언론, 조중동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