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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죽일 셈인가!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사람이 있다”

“삼성은 죽일 셈인가!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사람이 있다”
27일 오후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서 삼성 긴급규탄 집회 열려
[민중의소리] 양아라 기자 | 발행 : 2019-07-27 17:16:26 | 수정 : 2019-07-27 17:58:23


▲ CCTV탑 고공농성중인 삼성해고자 김용희씨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삼성생명 빌딩앞 CCTV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55일째 단식농성중이다. 2019.07.27 ⓒ김철수 기자

삼성의 사과와 복직 등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역사거리 35m 관제탑 위에서 48일째 고공농성, 55일째 단식농성하고 있는 김용희(60)씨의 목숨이 위태롭다.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김 씨에게 살아서 투쟁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농성장 아래에 모였다.

27일 오후 '삼성해고자 고공단식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강남역 8번 출구 농성장 앞에서 긴급규탄집회를 열고, 김용희 씨에게 살아서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 중에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의료진 등 4명이 농성 중단을 설득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타고 CCTV 철탑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김 씨는 고공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CCTV탑 고공농성중인 삼성해고자 김용희씨 단식 55일째인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열린 ‘삼성은 죽일 셈인가!’ 긴급규탄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27 ⓒ김철수 기자

의료진에 따르면, 김 씨의 79kg 체중은 30kg 가까이 빠져 현재 50kg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25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김 씨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언제라도 중대 질병이나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이상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설령 무사히 내려온다고 해도 주요 장기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희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연락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는다"며 "오늘 저녁부터 생명을 유지할 만큼의 곡기를 먹기로 연대단위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용희 씨가 7월 10일, 60세가 되는 정년을 앞두고,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달 3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CCTV탑 고공농성중인 삼성해고자 김용희씨 단식 55일째인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열린 ‘삼성은 죽일 셈인가!’ 긴급규탄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27 ⓒ김철수 기자

앞서 여영국 정의당(창원시 성산구) 의원은 지난 26일 김용희 씨의 건강을 우려해, 사다리차를 통해 고공농성장에 직접 올라갔다. 어 의원은 김 씨에게 끊었던 물을 마시게 설득하고, 관제탑에서 내려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권유했다.

여영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사람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물도 거부했던 최악의 상황에서 다행히 물은 먹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 의원은 "그를 해고한 삼성도 정부도 한 사람의 노동자이자 국민이 목숨 걸고 투쟁을 하는 동안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다"면서도, "그 오랜 침묵과 외면의 고통에서도 김용희 동지의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 의원은 "살아서 투쟁하자고, 내려와서 동지들과 함께 싸우자며 서로 손을 뻗어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떨리는 손을 잡았다"며 "삼성과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글을 남겼다.


출처  “삼성은 죽일 셈인가!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사람이 있다”





단식 농성 56일째, 몸무게 30㎏ 이상 줄었는데…
“무노조 경영 바뀌지 않는 한 투쟁 계속”
철탑 꼭대기까지 몰린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삶

[경향신문] 허진무 기자 | 입력 : 2019.07.28 21:28 | 수정 : 2019.07.29 09:20


▲ 삼성 해고자 김용희씨(60)는 28일 현재 56일째 고공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농성장인 서울 강남역사거리의 25m 폐쇄회로(CC)TV 철탑 위는 두 다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비좁다.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4일 철탑에서 촬영한 자신의 모습을 보내왔다. 그는 “엉덩이살이 다 빠져서 바닥에 뼈가 닿으면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용희씨 제공

김용희씨(60)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의 25m 폐쇄회로(CC)TV 철탑 위에서 비닐을 뒤집어쓴 채 누워 있었다. 장마로 인해 부슬비가 내렸다. 좁은 공간 때문에 두 다리를 펴지 못해 무릎을 구부렸다. 24년 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서 해고당한 김씨는 삼성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날은 단식 농성 52일째다. 물도 이틀째 마시지 않았다.

김씨 건강이 나빠져 통화하기 힘들었다.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전달했다. 김씨는 다음날인 25일 오전 문자메시지로 답을 보내왔다. 일어설 힘이 없어 누운 채 자신을 촬영한 사진도 전했다. “몸에 뼈만 남았어요. 엉덩이살이 다 빠져서 바닥에 뼈가 닿으면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요.


지난한 ‘싸움’
경남지역 노조 추진 이유로 1995년 삼성테크윈에서 해고
2017년 서초사옥 농성 시작, 급여 끊긴 24년, 집 풍비박산

김씨는 1982년 12월 삼성항공 창원1공장에 입사했다.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해고됐다. 김씨는 자신이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전했다. “삼성이 ‘노조 포기 각서를 쓰지 않으면 출근할 수 없다’며 해고 통지서도 없이 출근을 가로막았습니다. 급여가 끊긴 24년 동안 제 가정은 풍비박산났습니다.”

김씨는 2017년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해오다 지난달 3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1주일 뒤인 지난달 10일 김씨는 서초사옥이 보이는 철탑 위로 올라갔다.


“지난 10일 정년인데…비통,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라”

해고되지 않았다면,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지난 10일이 정년퇴직일이다.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정년퇴직일에 맞춰 명예회복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했다.

삼성의 침묵은 김씨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물 섭취와 의료진 진료를 거부하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위급상황을 맞았다. 26일부터 진료를 받고, 물도 다시 조금씩 마시고 있다. 반올림, 꿀잠, 다산인권센터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4시간마다 짧은 통화로 그의 건강을 확인한다.


“끝까지 가겠다”
의료진 “매우 위급한 상태”
삼성은 침묵, 극한 상황 몰아
또 다른 해고자 철탑 밑 시위
시민단체도 인권위 등 진정

김씨를 진료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27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단식 전에 비해 몸무게가 30㎏ 이상 줄어 다음날을 장담하기 힘든 위급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는 흑암시 증상과 오른편 반신마비 증상이 있다. 원래 하루 1~2회 증상이 있었지만 지난주부터는 하루에 수회 나타나고 있다. 누워 있는데도 현기증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단식을 끝내도 몸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고공 농성을 중단하라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는 “삼성의 진정한 사과와 명예로운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년퇴직일과 상관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재판에서 삼성그룹을 총괄한 미래전략실이 노조 파괴를 주도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28일로 김씨의 고공 단식 농성은 56일째가 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 삼성물산에 김씨의 복직 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다. 11일엔 직접 교섭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직원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청와대에 2차례 서한을 전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 22일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가 모여 청와대 앞에서 김씨 복직을 요구했다.

▲ 철탑 아래에선 삼성의 사과와 김씨 복직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매일 열린다.

철탑 밑에선 매일 김씨의 복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이 부회장과 이름이 같은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씨(60)가 농성장 천막을 지킨다. 이씨도 1992년 삼성중공업 창원1공장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협박과 회유 끝에 1997년 4월 해고당했다고 한다. 이씨는 매일 김씨에게 도르래를 이용해 물, 소금, 효소를 올려 보낸다.

이씨는 “인권위는 삼성이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 결정했고, 청와대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으니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며 “삼성이 꼼짝도 하지 않으니 김씨는 쓰러져서라도 끝장을 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노동3권은 최소한의 권리… 노동자는 굴종 대상 아니다”

단 한번의 노조 활동은 김씨의 삶을 철탑 꼭대기로 내몰았다. 김씨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노동자는 누구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특권이 아닌 노동자가 가진 최소한의 권리”라고 했다.

“노동자는 굴종시켜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삼성은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무노조 경영’을 해왔습니다. 삼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싸움을 계속하겠습니다.”


출처  단식 농성 56일째, 몸무게 30㎏ 이상 줄었는데…“무노조 경영 바뀌지 않는 한 투쟁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