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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석탄재 문제… “수입 금지하고 ‘시멘트 등급제’ 시행해야”

일본산 석탄재 문제… “수입 금지하고 ‘시멘트 등급제’ 시행해야”
‘일본산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하는가’ 토론회
“폐기물로 만든 시멘트 만드는 일 멈춰야”

[민중의소리] 윤정헌 기자 | 발행 : 2019-08-29 21:03:21 | 수정 : 2019-08-29 21:03:21


▲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일본산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하는가’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 수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멘트 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 폐기물인 석탄재로 만든 시멘트는 주택이 아니라 도로나 항만 등의 사용처로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일본산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하는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는 굳으면 유해물질이 안 나온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더 이상 쓰레기로 시멘트 만드는 일은 멈춰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병성 목사와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또 설훈·김한정·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을 비롯해 환경부, 환경재단, 학계, 시민환경단체 등의 관계자들 참석했다.

이날 최 목사는 “일본 석탄재 수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일본 폐기물을 수입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1998년 IMF로 인해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할 당시 시멘트공장들은 경영 위기에 몰렸는 데 그 타개책을 ‘쓰레기 시멘트’에서 찾게 됐다”며 “1999년 8월 9일 환경부가 시멘트업계의 요청으로 시멘트 소성로를 쓰레기 소각시설의 하나로 인정하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시멘트공장들이 합법적으로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시멘트 제조에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유, 소각재, 분진, 석탄재 등 각종 산업폐기물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멘트공장에 쓰레기를 사용하게 되자 환경부는 산적한 쓰레기를 치울 수 있게 됐고, 시멘트업계는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원료와 연료 구입비용을 절감하게 돼 이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최 목사의 주장이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일본산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하는가’ 토론회에서 최병성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민중의소리


돈 더주는 일본서 석탄재 폐기물 수입
‘협약’까지 맺었는데… 오히려 수입량 증가

최 목사는 “쓰레기 사용이 허가된 국내 시멘트사들이 이후 국내보다 더 많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제공하는 일본에서 석탄재 폐기물을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일본에서 석탄재를 처음 수입하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다. 2002년 쌍용양회가, 2004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와 라파즈한라가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국산 석탄재를 사용하던 시멘트업계가 국내보다 더 많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제공하는 일본에서 쓰레기를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쌍용양회의 경우 2002년 6천t, 2003년 10만9000t, 2004년 21만9000t, 2005년 31만9000t, 2006년 38만7000t 등 매년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큰 폭으로 늘려갔다. 삼표시멘트라파즈한라 역시 쌍용양회보단 적지만 매년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늘려갔다.

국내 발전사의 경우 시멘트업체에 석탄재를 주면서 폐기물 처리비 명목으로 t당 2만5000~3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 시멘트 업체들에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t당 4~5만원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의 석탄재 주 처리국이 한국인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의 폐기물 석탄재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시멘트 제조용으로 한국에 석탄재를 수출하고 있다. 처음 수입을 시작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은 일본의 석탄재 폐기물을 수입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2013년 홍콩(7만8000t)과 2017년 태국(1만9300t)이 일본 석탄재 수입을 시작했지만, 이는 일본이 수출하는 석탄재 총량의 각각 5.4%, 1.3%에 불과했다. 나머지 93.3%(45만5000t)는 한국이 수입했다.

이처럼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의 수입이 점차 증가하자 국내 발전사들과 시멘트 업체, 환경부는 2009년 일본산 석탄재 수입 감축과 국내 석탄재 재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2008년 수입량 기준 일본 석탄재 감축과 국내 석탄재 재활용 확대였다.

하지만 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멘트 업계의 일본산 석탄재 수입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최 목사는 지적했다.

최 목사는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를 참고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시멘트업계 자발적 협약을 통해 2008년 수입량 기준으로 일본 석탄재 수입을 줄이겠다고 협약했지만, 오히려 2008년 이후 일본 석탄재 수입량은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시멘트업계의 2008년 일본산 석탄재 수입량은 76만2000t에서 2009년 79만2000t, 2010년 95만9000t, 2011년 111만1000t, 2012년 123만2000t, 2013년 134만7000t 등이다. 심지어 협약 당시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았던 한일시멘트가 2009년부터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동해안에 위치해 일본산 석탄재 수입에 유리한 삼표, 쌍용, 한라와 달리 충북 단양에 위치한 한일시멘트가 일본 석탄재 수입을 시작한 것은 결국 일본에서 제공하는 폐기물 처리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2008년 이후 국내 시멘트 업계의 시멘트 생산량은 감소했지만 오히려 일본 석탄재 수입량이 증가한 이유 역시 일본의 폐기물 처리 비용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생산량에 큰 변함이 없는데 일본산 석탄재 수입이 증가한 것에 대해 시멘트 업계에 문의한 결과 ‘점토 비율을 더 줄이고 석탄재 사용을 늘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 수입 자료사진. ⓒMBC 영상 캡쳐


일본산 석탄재 수입 대책으로 ‘통관 절차 강화’ 나선 환경부
“일본 석탄재 수입 합법화해주는 꼼수” 비판 제기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부가 일본산 석탄재 수입과 관련해 환경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환경부의 검사 기준 강화가 일본 석탄재 수입을 합법화해주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최 목사는 “환경부가 지난 8일 ‘수입 석탄재 환경안전 관리 강화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많은 언론이 일본 석탄재 수입이 규제된다고 보도했다”면서 “그러나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해 수입 금지될 석탄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합법화해주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환경부가 중금속 검사 강화를 위해 발표한 기준은 함량 기준 납 150mg/kg, 구리 800mg/kg, 카드늄 50mg/kg이다. 용출 기준으로는 납 3mg/L, 구리 3mg/L, 비소 1.5mg/L, 수은 0.005mg/L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을 국립환경과학원의 석탄재 분석 결과와 비교해보면 기존에 수입돼 온 석탄재 역시 강화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최 목사는 “환경부의 검사 기준은 쓸데없는 기준임을 의미한다”며 “국민들에게는 일본 석탄재 수입 규제를 위해 검사 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수입 선박이 항구에 조사 기간 묶여만 있을 뿐, 감사 결과가 나오면 100% 합법적으로 수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재근 교수도 환경부의 전수조사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배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 측정 결과 일본산 석탄재의 중금속 수치가 기준보다 낮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됐다”면서 “중금속 항목을 늘려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미 낮다고 확인됐던 걸 전수조사 하겠다고 나서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환경부의 말대로 이걸 전수조사하겠다고 하면 그 돈과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환경부는)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일본산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하는가’ 토론회 참석자들. ⓒ민중의소리


일본 석탄재 수입 문제 해결책은 '시멘트 품질 등급제'
"국민이 직접 건강한 시멘트 선택할 수 있어야"

일본 석탄재 수입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일본 석탄재 수입을 금지하고 더 나아가 ‘시멘트 품질 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 목사는 “일본 석탄재 수입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를 시멘트에 넣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라며 "시멘트는 굳으면 유해물질이 안 나온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더는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 만드는 일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멘트 등급제 실시를 통해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는 주택이 아닌 도로나 항만 등에 사용되도록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다"며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금지하고, 시멘트 등급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건강한 시멘트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석탄재 수입 금지에 대한 국민 여론이 빗발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검사 기준 강화라는 편법으로 일본 석탄재 수입을 합법화한 이유는 전국에 쌓여 있는 불법 폐기물 처리를 위해 대용량 쓰레기 소각시설인 시멘트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전국이 불법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폐기물의 투명한 경로 추적 제도 정비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일본산 석탄재 문제… “수입 금지하고 ‘시멘트 등급제’ 시행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