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황제노역’ 허재호, 세금 63억 안 낸 채 외국서 ‘호화생활’

‘황제노역’ 허재호, 세금 63억 안 낸 채 외국서 ‘호화생활’
일당 5억원 ‘황제노역’ 물의 이후 2017년 출국
재혼 후 요트 타고 낚시하며 평온한 생활 입길
아들 대표인 현지 회사 아파트 분양 사업 진행
5억원 조세포탈죄 기소…25일 재판 출석 관심
허 전 회장 “숨긴 재산 없고 용역비 받아 생활”

[한겨레] 정대하 기자 | 등록 : 2019-10-10 05:00 | 수정 : 2019-10-10 16:46


▲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470억원대의 국세와 공기업 채무를 체납하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클랜드 교민 제공

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470억 원대의 국세와 공기업 채무를 체납하고도 외국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외국에서 아들이 대표인 회사의 고문을 맡아 아파트 분양사업도 하고 있다. 건강을 이유로 귀국을 미뤘던 허 전 회장이 재판에 나올지 주목된다.

9일 예금보험공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허 전 회장의 예금보험공사 채무는 79억 원에 이른다. 허 전 회장은 주택건설 사업 보증업무를 하는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에도 331억 원(2017년 기준)의 채무가 있다. 허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해 국세 63억 원을 내야 할 처지다.

허 전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금보험공사에서 채권 추심이 들어왔지만, 재산을 은닉한 게 없다는 게 드러났다. 차명주식 매매대금을 내가 사용하지 않아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요트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 오클랜드 교민 제공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허 전 회장은 2015년 7월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 허 전 회장은 당시 검찰이 국세청 조세포탈 고발 사건만 참고인 중지 결정을 하고 고소·고발 사건 6건은 무혐의 결정을 내린 틈을 타 뉴질랜드로 빠져나갔다. 허 전 회장은 이후 재혼한 뒤 요트와 낚시, 골프를 즐기는 등 평온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허 전 회장은 “요트는 산 게 아니고 월세를 내고 임차한 것이다. 재산을 다 잃은 터에 낚시라도 없으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트가 오클랜드 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오클랜드 교민 제공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분양사업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회장의 아들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ㅋ사는 2017년 12월부터 오클랜드 중심지에 아파트 116가구(16층 1개 동)를 짓기 시작해 분양 중이다. 현지에선 허 전 회장 쪽이 시내 중심가 토지 1,322㎡(400평)를 수백억 원에 매매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아들 회사에서 자문 용역을 맡아 용역비를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오클랜드에 땅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있는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

국외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허 전 회장이 첫 공판기일에 참석할지 주목된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송각엽)는 지난 8월 양도세 5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이 첫 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7월 참고인 중지 결정을 했던 국세청 고발 조세포탈 사건을 뒤늦게 수사해 허 전 회장을 기소했다. 허 전 회장 재판은 25일 오전 10시 30분 302호 법정에서 열린다.

허 전 회장은 “나에게 출석 요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던 검찰이 이번엔 공소장 내용조차 보여주지 않고 급하게 기소해버렸다. 출석하려고 하는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담당 의사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2015년 7월 뉴질랜드로 간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의 아들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오클랜드 주택가에 짓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허재호 전 회장 제공

한편, 2010년 1월 400억 원대의 세금과 벌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던 허 전 회장은 2014년 2월 카지노에서 도박한 사실이 드러난 뒤 3월 중순 귀국해 벌금을 하루 5억 원씩 탕감받는 구치소 노역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허 전 회장은 벌금 224억 원을 납부했고, 국세(292억 원)와 지방세(20억 원)를 추징당했다.

▲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의 아들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낸 아파트 분양광고. 오클랜드 교민 제공


출처  [단독] ‘황제노역’ 허재호, 세금 63억 안 낸 채 외국서 ‘호화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