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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백년전쟁’ 제재 부당 판단

대법, ‘백년전쟁’ 제재 부당 판단
‘박근혜‧양승태파’ 대법관 6명이 반대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9-11-21 16:38:38 | 수정 : 2019-11-21 17:33:34


▲ 왼쪽부터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 ⓒ민중의소리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승만·박정희를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재한 것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민방송 RTV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 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2년 제작돼 2013년 RTV에서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이승만의 친일 행적 및 비위 의혹과 박정희의 친일 행적 등 한국 현대사를 조명했다. 이승만 편인 ‘두 얼굴의 이승만’과 박정희 편인 ‘프레이저 보고서 제1부’ 두 편으로 구성됐다.

RTV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013년 1~3월 두 편을 총 55차례 방영했다.

당시 방통위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뤘다”며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경고하고 이를 방송으로 알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RTV는 이에 불복해 제재 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1·2심은 “전직 대통령을 희화했을 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재구성해 사실을 오인하도록 적극 조장했다”며 방통위 제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방통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전원합의체 13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 등 7명의 대법관이 다수의견으로 “주류적인 지위의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며 ‘백년전쟁’이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편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제작자와 다른 관점을 가진 당사자 의견을 모두 반영한 역사 다큐멘터리만 방송해야 한다면 주류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에서 다루기 힘들고, 자칫 역사적 관점에 대한 단순한 나열에 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백년전쟁이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시청자가 접근 가능한 방송의 제작 기회가 보장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역사 다큐멘터리의 경우 방송의 균형성을 선거방송이나 보도방송과 같이 다양한 관점에 동등한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백년전쟁이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방송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관련해 “이 사건의 실질은 방송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시된 문제의식과 표현 내용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지를 가리는 재판”이라며 “재판 결론 여하에 따라 ‘국민의 역사 해석과 표현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 한계와 정도’가 판단된다는 점에서 법원 입장에서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보충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2008년 방통위 출범 이래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룬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제재 처분을 다투는 사안이 상당수 있었으나 방송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의 의미, 방송의 사자 명예존중 의무에 관해서는 하급심 판단이 일치되지 않았다”며 “이 쟁점들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하급심에서 명확한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던 방송심의 기준으로서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의 의미와 사자 명예존중의 의미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 낸 대법관 6명 모두 ‘박근혜·양승태 사람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등 대법관 6명은 방통위 제재가 적법했다는 취지로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수의견으로 “이 방송은 방대한 자료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선별했고, 사용된 표현도 저속하고 모욕적”이라며 “방송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갖추지 못했고, 사자 명예훼손 의무를 준수하지도 못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다수의견을 따른다면 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역사적 인물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더라도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만 취하면 제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6명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 제청된 이들이거나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들이다.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 때 양 전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으로 대법관이 된, 여전히 대법원에 남아 있는 ‘박근혜와 양승태의 사람들’이다.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되긴 했으나, 사법농단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안철상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맡았는데, 조사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광범위한 사법농단이 드러났음에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나 수사의뢰 및 고발 권고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사법농단 연루자들에 면죄부를 주는 데 앞장섰다.

이동원 대법관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에 관여하는 등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지위를 상실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법원행정처로부터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는 취지의 문건을 직접 전달받은 뒤, 해당 문건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출처  대법, ‘백년전쟁’ 제재 부당 판단…‘박근혜‧양승태파’ 대법관 6명이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