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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전광훈을 비판한다 ④] 전광훈은 사라질 수 있을까?

[전광훈을 비판한다 ④] 전광훈은 사라질 수 있을까?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목사들에게 전광훈은
자신들의 대리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양희삼 목사 | 발행 : 2019-12-29 14:46:10 | 수정 : 2019-12-29 16:21:58


▲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빤스먹사 전광훈이 기도하고 있다. ⓒ뉴스1

전광훈은 사라질 수 있을까? 물론 오해는 마시라. 전광훈이 누군가를 저주하며 말하듯 나도 그렇게 죽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의 기세가 꺾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를 말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의 답은 ‘글쎄’ 이다.

전광훈은 수구교회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들의 지원이 그를 살게 하고 있다. 전광훈은 목사라기보다는 선동가에 가깝다. 그의 말에는 추호도 동의할 수 없지만, 나름 머리를 잘 굴려 자기 위치를 찾았다. 그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구 개신교가 좋아할 발언들을 아주 선정적으로 잘도 쏟아낸다.

전광훈이 막말로 많은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지만, 많은 교회 목사들 심지어 대형교회 목사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광훈은 그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자기가 나서서 많은 목사를 대변해주고 그들의 욕망을 대리해서 채워 주고 있다.

그 욕망이란 다름 아닌 기독교로 세상을 정복하고 통치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세계 기독청’을 만들겠다고 떠드는 것이다. 적어도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목사들에게 전광훈은 자신들의 대리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전광훈이 사라진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전광훈이 주최하는 집회를 보면
성조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구원자라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도 믿고 따르려고 하는
미국은 정작 정교분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전광훈이 주최하는 집회를 보면 성조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구원자라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도 믿고 따르려고 하는 미국은 정작 정교분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이다. 수정 제1조(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 빤스먹사 전광훈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文대통령 하야’ 범국민 투쟁대회에서 태극기와 양키국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국가가 나서서 어떤 종교를 국교로 정할 수 없게 한 것이 미국의 수정헌법 제 1조이다. 우리가 쉽게 오해하듯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미국은 그들의 헌법에서 밝히듯 기독교 국가라고 한 적이 없다.

정작 미국은 정교분리를 엄격히 하는데 거리에 나와 성조기를 흔드는 자들은 기독교 국가를 꿈꾸고 있다. 참으로 근본도 없는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권력을 얻고 돈을 얻는 것이 과연 복일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망하는 수밖에.

그뿐 아니다. 세계 역사에서 기독교가 정치와 결탁하고 권력을 얻었을 때 기독교는 철저하게 부패하고 타락했다. 기독교가 콘스탄틴 황제의 공인으로 부패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사를 조금만 바른 눈으로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교회가 권력을 얻고 돈을 얻는 것이 과연 복일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망하는 수밖에.

기독교는 오히려 핍박 속에서 꽃을 피웠다. 그것을 외면하고 싶은 목사들이 전광훈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하여 그를 키워주고 있다. 그러니 교회가 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목사로서 나는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 위험하게 보고 있다. 기독교는 교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기울고 있다. 그런데 전광훈 부류의 사람이 마치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내부 사람들은 더욱더 이탈하게 되고, 외부에서는 더이상 교회를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광훈과 그를 지지하는 목사들은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 싶은지 모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 때문에 교세는 더 급강하 하게 될 것이다. 목사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 토착왜구당과 극우단체 일부 시위대가 10월 3일 광화문광장 집회 이후 청와대 앞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머릿수를 자랑하던 한국교회에 껍데기들은 빠져나가고 진정한 신앙인들만이 남아 교회를 새롭게 재건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약육강식을 거부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 의해 한국교회는 폐허 위에서 새로운 꽃이 피어야 할 것이다.


민주 시민께 부탁드린다.
교회를 버리지 말아 주시라.
그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여전히 이 땅에서 악과 싸우고
바른 기독교 신앙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4번의 기고를 마무리하면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우리는 세상의 천박함을 상습적으로 봐야 하는 현실을 살고 있다. 거기에 교회는 더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광훈과 같은 인간이 목사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민망하기만 하다. 그런 인간을 하루가 멀다고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고 비루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교회가 뿌려 놓은 씨다. 씨가 자라 열매를 거두는 중이다. 먹어서는 안 되는 열매 말이다.

목사로서 세상에 죄송하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렇게 천박한 분이 아니며, 사기를 치는 분도 아니다.

민주 시민께 부탁드린다. 교회를 버리지 말아 주시라. 그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여전히 이 땅에서 악과 싸우고 바른 기독교 신앙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전광훈을 비판한다④] 전광훈은 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