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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용 의정부시장, 코로나 비상 속 부부동반 ‘외유성 연수’

안병용 의정부시장, 코로나 비상 속 부부동반 ‘외유성 연수’
26일 공항 출발…27일 호주 도착
호주 오픈 테니스 관람 등 관광위주
의정부시 체육과장 등 4명 수행
시민들 “비상시국에 한가하게…”
안 시장 “3~4개월 전 계획된 일정
출국 뒤 코로나 심각해져” 해명

[한겨레] 박경만 기자 | 등록 : 2020-01-29 18:51 | 수정 : 2020-01-29 20:37


▲ 2018년 9월 29~30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열린 제4회 대한체육회장기 생활체육 전국테니스대회에서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안병용 시장 블로그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안병용(64) 경기도 의정부시장부부 동반으로 관광성 국외연수를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시장은 “3~4개월 전에 계획된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국가적인 비상상황에 외유성 연수를 떠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안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기 하루 전인 26일 저녁 8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27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그는 이후 ‘스포츠 수도’로 이름난 멜버른에서 크리켓 구장과 축구, 풋볼, 테니스 등 각종 스포츠 경기장을 견학했으며, 오는 31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 경기 의정부시가 작성한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공무국외연수 일정

연수 일정을 보면, 테니스 경기 관람을 비롯해 관광 위주로 짜여 있다. 28~29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메인 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고. 27일엔 빅토리안 아트센터와 성패트릭 성당을 견학하는 것으로 돼 있다. 30일엔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의 절경이 펼쳐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견학한다. 이번 연수에는 시 예산 1,800여만 원이 들어갔다. 의정부시 체육과장, 체육시설팀장, 체육과 담당자, 비서 등 공무원 4명이 안 시장을 수행했다. 이와 별도로 그의 부인 윤지인 씨와 의정부시 테니스연합회장 등도 공무 여행에 동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시장의 부재로 의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대책 회의는 황범수 부시장이 주재하는 상황이다. 황 부시장은 29일 소방서, 경찰서, 자원봉사센터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지역재난대책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협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의정부에서는 지난 27일 중국 국적의 4살 어린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로 격리됐다가 28일 역학 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안 시장의 국외연수에 대해 “의정부 국제테니스장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의 내실화와 차별화된 체육시설 활용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국외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공무 국외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신곡동 일대에 20년간 방치됐던 26만t 규모의 건설폐기물 등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에 국제 규모의 테니스장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시는 이곳 6만657㎡의 터에 테니스 경기뿐만 아니라 콘서트 등 공연시설로도 활용이 가능한 관중석 3천석 규모의 메인 코트 등 테니스장 18면 설치를 추진 중이다.

▲ 경기 의정부시가 29일 공무국외연수 중인 안병용 시장을 대신해 황범순 부시장(가운데) 주재로 소방서, 경찰서, 자원봉사센터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지역재난대책회의를 열고 신종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협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연수가 안 시장의 개인적 취미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안 시장은 평소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1월에는 테니스를 치다가 오른쪽 다리 근육이 파열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런 비상시국에 한가하게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나 보러 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이의환 전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정책국장은 “3선인 안 시장이 마지막 임기여서인지 제멋대로 안하무인의 시정을 펼치고 있다”며 “당장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시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번 연수는 세계대회 일정에 맞춰 이미 3~4개월 전에 계획됐다”며 “(멜버른 시청 방문 일정 등 멜버른과) 국제적 약속을 깰 수 없었고, 연수를 떠난 뒤 신종 코로나 사안이 심각해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관광(일정)은 거의 없고 부인도 테니스를 좋아해서 함께 간 것이다. 부인의 경비 전액은 여행사에 사비로 미리 냈다”고 덧붙였다.


출처  [단독] 안병용 의정부시장, 코로나 비상 속 부부동반 ‘외유성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