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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그랜드호텔, 돌연 폐업 통보·영업 중단

해운대그랜드호텔, 돌연 폐업 통보·영업 중단
노조 “위장폐업 철회” 구청 앞 시위
직원 300여 명 사실상 해고
“구청 시종일관 방관” 규탄

[경향신문] 권기정 기자 | 입력 : 2020.01.28 21:47 | 수정 : 2020.01.28 21:48



지난 21일 낮 12시 부산 해운대 해운대그랜드호텔 앞에서 호텔 직원 30여 명이 ‘해운대그랜드호텔 위장 폐업 철회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호텔과 해운대구청 앞에서 “사측은 호텔업으로 매각해 고용을 승계하게 하고, 해운대구청은 책임 있는 중재자 역할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 직원은 “사측 주장대로 적자가 누적되고 경영이 악화했다면 최소한의 구조조정이나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사측은 어느 날 갑자기 폐업하겠다고 통보하고 ‘희망퇴직서를 쓰지 않으면 위로금은 한 푼도 없다’고 겁박하며 노동자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답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은 무조건 매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업으로 공개 매각하면 노동자는 고용이 승계되고 사측도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어 노사상생의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책임론도 나왔다. 한 직원은 “밀실 매각을 위한 위장폐업 가능성이 높다”며 “해운대구는 폐업신고 접수를 철회하고,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호텔 부지는 호텔업만 가능하도록 인·허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300여 노동자와 가족 1,000명의 생계가 달린 중대한 사안인데 관할 해운대구청은 문제 해결 요청에도 시종일관 방관만 하고 있다”며 해운대구를 규탄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지하 6층·지상 22층 규모로 300여 개 객실과 다양한 연회장을 갖춘 특급호텔이다. 호텔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1996년 5월 개장하자마자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인기가 높았다. 설립 초기 향토기업이 운영하다 2007년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사측은 지난해 말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며 돌연 폐업통보서를 내고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모든 영업이 종료된 후 그랜드호텔은 유령 건물로 변했다. 호텔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벽이 설치됐다. 노조는 폐업정지 가처분신청, 부당해고, 체불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처  해운대그랜드호텔, 돌연 폐업 통보·영업 중단…노조 “위장폐업 철회” 구청 앞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