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마스크 판매 제한’ 주장까지, 토착왜구당은 어떻게 혐오를 부추겼나

‘마스크 판매 제한’ 주장까지, 토착왜구당은 어떻게 혐오를 부추겼나
사실 왜곡하며 무차별 혐오 조장...지역사회도 덩달아 혼란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20-02-03 21:08:44 | 수정 : 2020-02-03 21:21:05


▲ 토착왜구당 황교활 대표와 심개철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입구에 설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정의철 기자

토착왜구당에서 ‘중국인 전체 입국 금지’ 요구에 이어 급기야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 마스크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응을 연일 비난하던 토착왜구당이 도를 넘으면서 ‘혐오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3일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는 총 15명이며, 이중 10명은 ‘해외 유입’이고 나머지 5명은 ‘국내 2차 감염’으로 분석됐다. 이날은 감염환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방역을 위해 전수조사 등 연일 강도 높은 대응을 펼쳐나가고 있고, 박근혜 정부 당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대비하면 초기 대응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토착왜구당의 정부 비난은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토착왜구당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지난 20일에만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튿날 김성원 대변인이 “더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동 중인 24시간 비상방역체계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는 수준의 논평만 내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토착왜구당이 정부에 대한 비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6일부터였다. 설 연휴 기간이었던 당시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정부가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 달라”는 대국민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대통령의 안일함이야 말로 국민의 불안요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세 번째 확진자는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다 귀국했음에도 입국 당시 의심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역과정을 그대로 통과했다고 한다”며 “우한폐렴의 잠복기는 평균 2~7일, 최대 14일임이 알려졌음에도 속수무책으로 검역망이 뚫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올해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 대상자 발열 진단을 하고 있다. 2020.02.03 ⓒ김철수 기자


정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중국 혐오까지 부추긴 토착왜구당

문제는 토착왜구당이 정부 대응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토착왜구당은 중국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면서 신종 코로나를 둘러싼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기 시작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심재철 원내대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여론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날은 국내 확진자가 1명 더 추가돼 총 4명이 된 날이었다.

하지만 ‘중국인 입국 금지’가 신종 코로나를 비롯한 전염병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빈약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입국 금지 조치가 이뤄질 경우 감염자가 비공식 우회로로 들어와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섣불리 금지 조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심 원내대표는 “전 세계로 보내 입국 조치하는 것은 물론, 잠복기가 있으니 별도관리해야 하고,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단체관광, 단체여행 즉각 금지시켜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여행객의 입국금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뒤로 하루가 멀다 하고 토착왜구당에서 ‘혐중’ 발언이 이어졌고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한 폐렴의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 바로 중국인”이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넘어 ‘중국인 관광객 강제 송환’을 촉구했다.

결국 정부가 지난 2일 중국 우한시가 위치한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했지만, 토착왜구당은 “여전히 부실 대응”이라며 더욱 극단적인 대응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황교안 대표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중국 전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고 직접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약국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 구매를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건강보험료부터 마스크까지...
사실 왜곡하며 무차별적으로 혐오 조장

토착왜구당의 혐오 조장은 더 나아가 사실을 왜곡한 다양한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게 ‘중국인 건강보험료 먹튀(먹고 튄다)’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는 토착왜구당 홍철호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중국인에게 지급된 건강보험급여 지출액이 연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에 대한 연 지출액 중 72%에 달하는 비중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해야 하는데, 중국 국적자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정의료’를 위해 입국하는 사례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의료 ‘먹튀’ 예방과 함께 전염 확대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이 얻은 보험혜택보다 지출한 보험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보려면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납입금을 내야 한다”며 “외국인이 낸 납입금이 얼마인지는 일언반구도 없이 외국인에 지출한 금액만 (기사에) 쓰는 건 비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이러한 ‘외국인 건강보험료 먹튀’ 보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이는 왜곡이라고 이미 번번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홍 의원은 이를 ‘중국인’에 초첨을 맞춰 또다시 논란을 키우면서 혐오를 부추긴 꼴이다.

토착왜구당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외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를 두고도 중국 혐오를 자극했다.

토착왜구당은 국내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끊임없이 공격했다.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을 지원하기로 한 건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 측에서 제공한 것을 전달해주는 것뿐인데 이를 두고 ‘중국 눈치보기’라는 공세를 펼친 것이다.

심지어 황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에 갖다 준 300만 개 마스크에 이어서 중국인 관광객 마스크 싹쓸이, 그리고 해외반출에 우리 국민은 분개하고 있다”며 “우리 마스크, 우리 국민이 먼저 충분히 써야 한다. 국내 마스크의 해외 판매를 자제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수량 및 반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

▲ 세계보건기구(WT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국민들이 내리고 있다. 2020.01.31 ⓒ김철수 기자


지역사회까지 덩달아 혼란, 갈등 조장한 정치인 책임 불가피

그렇게 토착왜구당이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동안 지역사회도 덩달아 혼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와중에 정치권마저 공포감을 부추기고 나서자 그만큼 ‘컨트롤타워’인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들이 지낼 ‘임시생활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다.

지역 갈등은 임시생활시설이 천안으로 결정됐다는 한 언론매체의 단독보도가 섣불리 나가면서 시작됐다. 이에 충남 천안시장 예비후보인 토착왜구당 박상돈 예비후보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천안에 시설을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청주공항이 있는) 청주의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인이 과도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나서고, 동시에 불필요한 지역갈등까지 부추긴 셈이다.

이는 임시생활시설 장소로 최종 결정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이때 토착왜구당 아산시을 당원협의회는 “‘우한 폐렴’ 송환 교민 아산 수용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보란 듯이 내걸었고, 토착왜구당 이명수(아산갑) 의원과 경대수(증평·진천·음성) 의원은 앞장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결정의 철회를 촉구했다.

정치인과 달리 주민들은 귀국한 교민들이 지역에 도착했을 때엔 결국 시위를 접었지만, 이번 일은 지역사회에 상처를 남겼다. 혐오와 배제를 앞장서 부추긴 토착왜구당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토착왜구당이 막무가내로 나서고 있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반문재인’ 전선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은 셈이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발간한 저서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에서 “혐오표현이 늘어나는 주원인은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 자체에 있지 않다”며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장된 불안을 확산시키는 조직된 세력의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불안이 확산될 수 있는 배경은, 다수 시민들이 보기에는 진보적 가치의 확산 속도보다 현실의 불안이 덜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 그 차이는 다수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며 “과장된 불안을 확산시키는 조직된 세력은 그 틈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꼬집었다.


출처  ‘마스크 판매 제한’ 주장까지, 토착왜구당은 어떻게 혐오를 부추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