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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에 징역 2년6월?’ 민중가요 제창에 중형 내린 재판부

‘노래 한 곡에 징역 2년6월?’ 민중가요 제창에 중형 내린 재판부
안소희 파주시의원 등 ‘혁명동지가’ 만으로 징역형 유지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20-02-07 19:10:19 | 수정 : 2020-02-07 19:10:19


▲ 자료사진 ⓒ기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소희 파주시의원 등 3명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이들의 혐의 사실은 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것 뿐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박형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시의원 등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홍성규 전 진보당 대변인과 김양현 전 진보당 평택위원장도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1년과 1년 6개월에 동일하게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내란음모 사건’에서 이른바 ‘RO회합’으로 불린 2013년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강연회에 참석하는 등 반국가단체 활동에 동조한 혐의 등으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5년 이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RO’ 조직에 대해 검찰측 증거만으로는 실체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바 있다.

안 시의원 등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선고에서 ‘RO회합’에 참석한 혐의와 관련해 안 시의원만 주요참가자로 구분해 유죄를, 홍 전 대변인과 김 전 위원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안 시의원에 대해 “피고인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북한원전 등 이적표현물은 ‘RO회합’ 주요 참가자들이 갖고 있던 자료와 동일하거나 유사해 피고인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반국가단체활동에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안 시의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증거들이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 원문이 발견됐다는 안 시의원의 노트북은 그의 남편인 이영춘 전 진보당 경기도당 운영위원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된 것이다. 검찰 측이 주장한 ‘북한 원문’ 파일도 하드디스크에 흔적으로 남아있던 임시파일이었다.

앞서 이 전 운영위원은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안 시의원보다 먼저 기소돼 지난 2016년 대법원 선고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즉 검찰 측이 안 시의원의 남편인 이 전 운영위원 사건으로 압수한 노트북 안의 자료를, 별개로 진행되던 안 시의원의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장에 기재된 이영춘의 범죄혐의가 아닌 피고인 안소희의 대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은 그 자체로 영장주의를 위반해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안 시의원에게 선고된 양형을 감형하지는 않았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변호인들이 통합진보당해산심판 재심 청구서를 접수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혁명동지가’ 노래 한 곡이 ‘국가 존립에 위험’이 된다는 재판부

안 시의원을 주요참가자로 판단한 물적 증거가 증거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번 재판에서 남은 혐의 사실은 ‘혁명동지가’ 제창만 남게 됐다.

‘RO회합’과 관련해 무죄를 인정받았던 홍 전 대변인과 안 김 전 위원장이 징역형을 받은 것 또한 2012년 6월 21일 진보당 행사인 출마자 결의대회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혁명동지가’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하고 반미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므로 이적성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이 이를 제창하거나 이에 호응한 행위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찬양 및 동조한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판시만보면 ‘혁명동지가’가 마치 북측에서 작곡된 노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가수 ‘백자’가 1991년 작사·작곡한 노래다.

백자 씨는 지난 2013년 이 전 의원의 재판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가사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까지 했다.

백자 씨는 재판부가 이 노래의 가사 중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한다’고 해석한 부분인 ‘동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백을 넘어 진격하는 전사들’에 대해 “일제 치하 무장독립군(김좌진, 홍범도, 안중근) 등의 독립운동가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재판부은 한국에서 항일운동가들을 기리는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는 행위도 국보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가 ‘혁명동지가’ 제창에 대해 유죄판단을 하는 이유는 앞서 대법원에서 판결한 이 전 의원의 재판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이 ‘혁명동지가’를 부른 것을 국보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례가 있으니 하급심이 이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 일환으로 진행된 판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급심이 해당 판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재판을 변론한 조지훈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양 전 대법원장이 선고기일을 앞당겨서 진행한 ‘사법농단’ 판결이라 문제가 있다”면서 “하급심이 ‘혁명동지가’ 노래를 부른 사람은 다 국보법상 찬양·동조라고 인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변인도 “누가 보더라도 황당한 판결”이라며 “엄연하게 이북노래를 국내가수가 리메이크해서 앨범까지 낸 것도 10년 전인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노래 하나에 중형을 내리는 데 대해 이해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 된 지 4년이 되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당원들 시민들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과 의원직 박탈은 박근혜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악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출처  ‘노래 한 곡에 징역 2년6월?’ 민중가요 제창에 중형 내린 재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