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코로나19 확산은 하나님의 심판”… 개신교 목사들 유언비어 유포

“코로나19 확산은 하나님의 심판”… 개신교 목사들 유언비어 유포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20-02-23 08:49:59 | 수정 : 2020-02-23 08:57:10


▲ 왼쪽부터 정동수 사랑침례교회 먹사, 장상길 송도주사랑교회 먹사,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먹사. ⓒ설교 동영상 캡쳐

코로나19가 수도권과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보수적 성향의 개독 먹사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유언비어성 주장을 설교를 통해 유포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먹사들은 이번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우한 지역은 교회 탄압이 심했던 지역으로 이를 심판하기 위해 질병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것이 아니”라며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대재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우한서 기독교 박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나님의 진노”

9일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먹사는 ‘우한 폐렴과 중국의 기독교 박해, 하나님의 심판’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악성 질병을 보면서 신학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경과 관련해서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모든 재앙들 다수가 저와 여러분이 휴거받고 난 다음에 이 땅에 존재하게 될 사람들을 향해 퍼붓는 하나님의 진노라고 성경은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먹사는 이어 ‘우한 폐렴’이 중국인들이 박쥐를 먹어서 감염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의 실수 때문에 확산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생겨서 온 세상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이런 것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는 것이 성경적인 견해고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견해”라면서 중국 우한이 2019년 중국의 종교 정책 시범지로 지정되어 핍박이 심했다는 사실을 우한에서 선교를 하던 선교사의 편지를 인용해 주장했다.

정 먹사는 “중국의 엄청난 기독교 박해, 특히 그 박해의 시범지로 우한이 선택되면서 우한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폐렴,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창궐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성경적으론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먹사는 중국은 공산주의라면서 이를 멀리해야 대한민국이 잘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 헌법,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줄 수 있는 후보,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에 반대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먹사가 설교 가운데 언급한 ‘선교편지’는 우한에 있다가 지난해 캐나다로 간 모 선교사가 우한 현지의 어려움을 전하고, 자신을 파송했던 교회 신자 등에게 기도요청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우한 선교사님이 보낸 기도편지’라는 제목의 글로 바뀌어 일부 내용이 수정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중국 심판론’의 근거로 각종 개독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정 먹사의 설교처럼 일부 개독 먹사를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오전 해외 여행력이 없는 한국인 61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대구의료원 입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남성이 의료진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20.2.18. ⓒ뉴스1

송도주사랑교회 장상길 먹사도 9일 ‘임재의 영광’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장 먹사는 “우리가 지금 세상에 살고 있지만, 주의 법이 내려와 있는 곳이 교회”라면서 중국정부가 “이 주의 법을 폐하여 버렸다. 전부 폐쇄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장 먹사는 이어 중국 정부가 교회를 철거하는 등의 동영상을 신자들에게 보여 준 뒤에 “주님 무서운 줄 알고, 주님을 경외하지 않은 나라 전체를 하나님이 순식간에 바꾸어버린다”며 “그럴 때 꼭 그럴 때 오는 것이 바로 온역이고 전염병이다. 이게 하나님의 심판이다. 그래서 보내는 거다. 이것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보좌에서 다 결정이 되어진다”면서 “회개하는 것만이 이 오늘 전염병을 스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촌장로교회 박경배 먹사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박 먹사는 9일 ‘우한폐렴 전염병’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중국 선교사의 편지’ 등을 인용하면서 전염병 확산에 하나님의 개입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먹사는 “개인의 생사화복과 일국의 흥망성쇠를 주장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오늘의 이 우한 폐렴에도 분명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며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냥 우리가 지나칠 일이 아니다. 여기에 분명한 하나님의 개입이 있다. 특별히 이 민족을 향한 계획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박 먹사는 이어 “성경이 말하는 전염병은 대부분이 다 범죄한 백성들과 그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었어요. 죄 때문이었고, 그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벌이었다”면서 “자신과 가정, 국가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기도하며 회개해야 될 줄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먹사는 또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를 비난했다. 박 먹사는 “우한 폐렴이라고 하면 될 것을 우한에서 일어나니깐 우한 폐렴이라고 해야된다. 그런데 그걸 굳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어르신들은 뭔 뜻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고,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도 ‘중국 눈치보기’라고 주장했다.

▲ 강헌식 평택순복음교회 먹사, 지용수 양곡교회 먹사, 이건호 순복음대구교회 먹사, 윤영민 대한교회 먹사. ⓒ설교 동영상 캡쳐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세균이 한국을 강타”

심지어 평택순복음교회 강헌식 먹사는 9일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전염병 유행이 정세균 총리 이름과 관련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강 먹사는 “지금 중국의 ‘우한 폐렴’ 때문에 두려워한다. 보세요, 얼마나 많이 빠졌는가. 얼마나 많이 결석자가 많은가. 두려운 거다, 두려운 거. 이런 마지막 때는 세균 전쟁이다. 그래서 사람 이름을 참 잘 지어야 된다. 사람 이름을. 우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세균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양곡교회 지용수 먹사도 9일 ‘전염병을 끝내는 길’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얼마 전부터 중국 정부가 교회를 탄압하고 선교사를 추방한다. 우리나라 선교사도 많이 추방당했다. 산시성에 2004년 큰 교회를 지었는데 중국 공산당이 길에 걸림돌이 된다고 다이너마이트로 교회를 폭파했다. 우리만 보나? 하나님이 보시는데 교회를 폭파시킨 거다. 그때 하나님이 괘씸하다고 여기신 거 같다”며 “전염병은 하나님이 주신다. 우리 아빠가 주시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복음대구교회 이건호 먹사도 설교를 통해 이번 전염병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이 먹사는 2월 2일부터 16일까지 3주 연속으로 ‘심한 전염병이 올지라도’, ‘사탄의 충동과 전염병’, ‘재앙과 영적 대책’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먹사는 지난 2일 설교에서 “우한에서 바이러스 터지기 직전에 중국이 무슨 짓을 했나. 기독교를 탄압해 모든 십자가를 잘라서 다 갖다 버렸다. 수천 개의 십자가가 교회마다 뜯겨 창고에 쌓인 모습을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십자가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되는데, 거꾸로 십자가를 다 잘라 버리고, 교회 폐쇄하고, 선교사 다 쫓아 버리고. 기독교를 탄압하자마자 지금 몇 달 만에 이런 일이 터져 버린 거”라고 주장했다.


호주 산불도 하나님의 심판?
“호주가 왜 저렇게 됐나.
정신 나간 국회의원들이
남자끼리 결혼해도 된다고 법을
만들어 버려서 그렇다.”

9일 설교에서도 “중국 전역의 교회에서 떼어 낸 십자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이 한국 선교사를 다 내쫓는, 하나님 눈에 악한 정책을 폈다. 그랬더니 중국에 전염병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16일 설교에선 호주의 산불도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언급하기도 했다. 이 먹사는 “호주가 왜 저렇게 됐나. 정신 나간 국회의원들이 남자끼리 결혼해도 된다고 법을 만들어 버려서 그렇다. 중국이 왜 저렇게 됐나. 시진핑이 교회 파괴하고 십자가 떼는 정책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먹사는 “이번 4.15 총선, 정말 여러분이 분별하고 정말 하나님 뜻에 맞지 않는 그런 후보자들로부터는 여러분이 등을 돌려야 한다. 우리 국민이 바보같이 그냥 아무 데나 투표해 버리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고생 안 한다. 백성들만 고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교회 윤영민 먹사도 9일 ‘신종 코로나를 성경으로 보기’라는 설교를 통해 중국심판론에 대해 언급했다. 윤 먹사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수많은 사람을 고통 가운데 있게 했는데 정말 하나님과 관계가 없는 것일까. 전혀 관계없다는 생각은 세속주의 사고방식이고, 인본주의 사고방식이고, 과학지상주의 사고방식”이라며 “자꾸 발생하는 이 전염병·자연재해는,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강력한 경고임을 깨달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남아 쓰나미도 하나님의 심판?
자연재해 마다 반복되는 ‘하나님 심판론’

이런 주장은 현재 교회 강단은 물론 유튜브와 각종 개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일반 개독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게 자연재해와 전염병 등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설교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5년에도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먹사가 2004년 말 동남아에서 일어난 해일 피해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었다.

김 먹사는 당시 설교에서 “8만5000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의 아체라는 곳은 3분의 2가 모슬렘교도들이고, 반란군에 의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임을 당한 곳이다. 인도의 첸나라는 곳에서는 3-4만명의 사람이 죽었는데 그곳은 힌두교도들이 창궐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고 예배당이 불탔던 곳”이라고 말했다. 또 “태국의 푸껫이라는 곳은 많은 구라파(유럽) 사람들이 와서 향락하고 마약하고 음란하고 죄 짓는 장소”라며 “제대로 예수 믿는 사람이 교회 안 나가고 그런데 가서 음란하고 방탕하고 죄 짓겠느냐. 예수 제대로 믿는 사람은 주일날 안 놀러가” 라고 주장했다. 주일인 일요일에 놀러가서 하나님의 심판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 포항지진 유언비어를 담은 메시지. ⓒ인터넷 캡쳐

그리고 이전 주장은 2011년 일본 쓰나미,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네팔 지진, 2016년 메르스, 2017년 포항지진 때도 비슷하게 되풀이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종 재해와 질병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신학적인 주장일까?

박유미 비블로스 성경인문학연구소 소장은 19일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폭력적인 무서움에 두려워하며 굴복하고 굴종하는 그런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그 근원이 있다. 기독교인은 비록 죄인이고 부족하지만 자신의 아들까지 내어 주신 놀랍고 믿을 수 없는 사랑에 감격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겠다고 고백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에 대해 예수님께서 주신 사랑의 마음을 갖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돕기를 힘쓰는 것이다. 욥은 자신에게 죄인이라고 공격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요청한다. 이런 욥의 요청은 현재 잘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요청이다. 우한에서 온 어느 선교사님 편지에서처럼 그들에게 하나님의 진노를 받은 자들이라는 손가락질 대신 위로와 사랑을 전하며 그들을 위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기도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것이 아니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지난 21일 목회서신을 통해 “전염병이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주장하며 특정 국가의 기독교정책을 그 근거로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것이 아니”라며 “자기 의에 충만하여 선과 악을 가르는 심판자의 위치에 서서 행동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신앙적 오만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세상을 구하는 힘이 아니다. 국적, 인종, 종교, 이념을 떠나 가장 위급한 이에게 가장 먼저 구호를 실천하는 인류공동체의 기본원칙을 되새기며, 혐오와 차별이 아닌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대재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출처  “코로나19 확산은 하나님의 심판”… 일부 개신교 목사들 설교 통해 유언비어 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