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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해외연대 ‘세월호 추모’ 광고 무산됐다

4·16해외연대 ‘세월호 추모’ 광고 무산됐다
지하철역 16곳 게재하려다 서울교통공사 반대로 못하게 돼
‘의견광고’ 이유로 심의 절차도 없이 불허…총선 의식 추정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 입력 : 2020.04.15 06:00 | 수정 : 2020.04.15 06:02


▲ 4·16해외연대 제공

4·16해외연대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16개 지하철역 43개 스크린도어에 동영상(PDV)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교통공사가 심의 절차도 없이 광고 불허 통보를 한 것을 두고 총선을 의식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공사 측은 14일 경향신문에 “해당 광고는 현재 심의 중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불가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향신문은 발신자명 ‘서울교통공사 광고팀 도안심의’로부터 온 ‘승인불가’ 문구가 적힌 e메일을 입수해 확인했다. 4·16 해외연대는 당초 이 광고를 지난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게재할 계획이었다.

해당 광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해외연대가 8개국 22개 도시에서 벌여온 각종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20초 분량의 짧은 영상으로 엮은 것으로, 영상 말미에는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십시오’라는 문구가 나온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4·16해외연대는 4·16연대와는 별개의 해외동포 시민연대다. 교통공사는 그러나 지난 10일 “4·16연대 영상의 경우 어제도 말씀드린 대로 의견광고로 판단되어 승인불가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광고대행업체에 전달했다.

‘의견광고’란 개인 및 조직체가 중요 사안 및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 광고를 말한다. 2018년 5월 숙명여대 학생들이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불법촬영 중단을 촉구하는 페미니즘 광고를 게재하려다 ‘의견광고’라는 이유로 무산된 이후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교통공사는 그해 6월 22일 결국 의견광고 전면금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심의를 거쳐 승인이 난 의견광고는 게재 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의견광고 심의 기준과 절차를 확정했다. 확정된 기준을 보면 정치·성차별·혐오 주장을 담은 의견광고는 금지된다. 또 의견대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 인종·연령 등 특정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포함된 광고는 게재가 거절될 수 있다. 심의 절차는 공사가 광고 게시요청을 받으면 내부 심의위원 논의를 거쳐 의견광고에 해당하는지 결정하고, 의견광고로 판단되면 외부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맡기도록 했다. 광고 게재는 참석 위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기준을 만들었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또한 이번 광고 게재의 문제는 공사 측이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광고에 대해 먼저 승인불가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광고 게재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통보를 한 적 없고, 현재 심의 중으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3일 또 다른 관계자는 “좌우 대립을 조장하는 내용은 아니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광고 문구 중 부적절한 단어가 포함돼 게재를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견광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범석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게재의 기준이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면서 “일방적 주장이 아닌 한 광고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며, 해당 광고가 선거에 영향을 줄지 여부는 매체사가 아닌 소비자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4·16해외연대 ‘세월호 추모’ 광고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