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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때리기’는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 되살리기 노림수

‘윤미향 때리기’는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 되살리기 노림수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20-05-12 08:48:41 | 수정 : 2020-05-12 11:49:24


▲ 윤병세(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국제회의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성금·기금 등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 없다”며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이후 야당과 보수언론이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를 향해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있다.

당사자들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상당수 설명이 되었음에도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위안부인권운동’의 도덕성을 부정하고,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무슨 정당성이라도 있었던 것인양 여론을 호도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의혹제기는 여러 갈래로 번져가고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할머니들에게 돌아가야할 성금과 기금을 윤미향 당선자가 개인적으로 착복했을 것이라는 예단에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부부의 연 수입이 5천만 원 밖에 안되는데 딸을 4년 동안 미국유학 보낼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윤미향 당선자가 11일 소명한 바에 따르면 의혹은 대체로 해소된다.

이른바 ‘남매간첩사건’ 피해자인 남편이 재심에서 2017년 무죄로 확정돼 2억7천여만 원의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을 받았고 이것이 4년간 딸 유학비 1억여 원의 출처라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의해 씌워진 억울한 누명이 23년 만에 벗겨진 것은 위로받고 축하받을 일이지 ‘보상금 받아 어디에 썼냐’고 멱살 잡힐 일은 아니다.

정의기억연대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과 보수언론이 제기한 기부금 집행 투명성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반 기부금 가운데 평균 41%를 피해자 지원에 썼고 나머지는 위안부 문제 연구, 추모사업, 역사교육 등에 사용했다”며 근거를 밝혔다.

“41%의 피해자 지원사업은 건강치료 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으로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이라는 게 당사자에게 돈다발을 건네줘야한다는 억측이 아니라면 이 같은 내용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또 정의연 이사 출신의 자녀가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평소 쌍용차 해고 노동자나 재일조선 학생들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과 연대를 희망해온 김복동 할머니 유지를 받들어 25명에게 200만 원씩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도 아니고 전 실행이사, 즉 주요활동가 중 한 사람이었다고 바로잡았다. 정의연의 해명대로라면 의혹이랄 것도 없고 일부 회계 처리에 하자가 있을 뿐 심각한 도덕성 문제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 당선자가 외교부로부터 사전에 합의내용을 듣고도 몰랐던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 제기는 치졸하다싶을 정도로 정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의혹의 본질은 윤 당선자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외교부가 설날 등에 정례인사를 온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발표 전까지 알고 있던 것은 언론보도가 전부”였다고 밝혔고, 이런 해명은 당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과 “국제사회에서 일본 비판 자제”를 약속하고, 소녀상 철거까지 이면합의사실이 밝혀져 분노한 건강한 시민들의 판단과 일치한다. (관련 기사 : 국민 상대로 ‘위안부 합의’ 내용 속인 외교부)

합의 세부내용을 발표 시점까지 철저히 기밀에 부쳤던 외교부가 가장 비판적이던 윤 당선자에게 미리 알려줬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당시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공격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누구에 의해서 가공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시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대표가 지난 3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낸 투서도 공개됐고 박근혜 정권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었던 당시 외교부 라인의 조직적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래통합당의 정략적 의도는 두말할 것도 없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이번 논란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국회의원직 수행에 하자가 없는지 검증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전시 성폭력에 대한 국제기준을 마련하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진실과 정의의 원칙 위에서 해결하도록 한 ‘위안부 인권운동’을 폄훼하고 도덕성에 먹칠을 하려는 시도는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두둔하고 박근혜 정권의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 성과로 칭송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출처  [사설] ‘윤미향 때리기’는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 되살리기 노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