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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 육성공개’ KBS,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한만호 육성공개’ KBS,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기자수첩] ‘한만호 인터뷰 미보도’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사과도 있어야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22 10:40:30 | 수정 : 2020.05.22 10:51:00


“한만호 씨 육성 인터뷰 보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1년 당시 KBS가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점검했더니 2010년과 11년에 걸친 공판과정에서 한만호 씨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고, 이게 언론에 보도돼 인터뷰 내용이 새롭지 않아서였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KBS 통합뉴스룸은 당시에 이 인터뷰를 보도했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뇌물 수수 의혹 사건의 당사자가 한 최초의 육성 인터뷰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고 정치인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대개 그렇지만,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한만호 씨와 관련자의 증언이 법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KBS 통합뉴스룸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추가 취재를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어제(21일) KBS가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횡령죄 추가 기소 두려워 거짓 진술” 주장>이라는 제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늦게나마 ‘한만호 단독 인터뷰’ 공개한 KBS에 박수를 보낸다

KBS가 2011년 한만호 씨가 출소한 직후 당시 KBS 취재팀이 한 씨를 만나 직접 인터뷰한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뒤늦게 공개했다는 내용입니다.

KBS 어제(21일) 공개한 한만호 씨 인터뷰는 최근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과 거의 비슷합니다. KBS가 어제(21일) 보도한 리포트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1년 6월 13일. KBS는 한만호 씨를 한 씨 부모의 자택에서 만납니다. 이날은 한 씨가 다른 사건으로 복역한 뒤 출소한 날이기도 합니다.

한만호 씨는 당시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 수수는 검찰과 자신이 함께 만든 시나리오에 따른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왜 이런 거짓 진술을 했을까요?

당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한 씨는 자신이 조성한 자금 수억 원에 대해 검찰이 횡령죄로 추가 기소할 게 두려웠고, 수사에 협조하면 조기 석방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거짓 진술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늦게나마 ‘한만호 단독 인터뷰’ 공개한 KBS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묻힐 수도’ 있었던 인터뷰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서도 역시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어제(21일) KBS 리포트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당시 미보도’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만호 인터뷰 미보도’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사과도 병행해야

KBS는 “(당시 KBS가)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점검했더니 2010년과 11년에 걸친 공판과정에서 한만호 씨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고, 이게 언론에 보도돼 인터뷰 내용이 새롭지 않아서였던 걸로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전부였을까 – 이런 의문이 듭니다. KBS가 이미 밝힌 것처럼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의 당사자가 한 최초의 육성 인터뷰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언론사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당시 인터뷰는 ‘KBS 단독’이었습니다. 이런 중요한 단독 인터뷰가 “내용이 새롭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채 자료실에 묵혀 있었다?

선뜻 동의하기 힘든 설명이고 해명입니다. 오히려 ‘그런 자체 판단’ 외에 다른 요인이 있었던 게 아닌가 – 저는 이런 의문이 듭니다. 무슨 얘기냐? 인터뷰 했던 당시가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도를 할 수 없었던 외부적 요인’이나 ‘자체 검열’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말입니다.

MB정부 시절 KBS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내용입니다. 때문에 저는 ‘한만호 씨 인터뷰 내용이 새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리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보도 불가’가 된 건 아닐까 –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KBS가 당시 ‘한만호 인터뷰’를 내보냈다면 …

가정이긴 하지만 저는 어제 KBS 리포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2011년 6월 당시 KBS가 뉴스9에서 ‘한만호 인터뷰’를 리포트로 내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KBS가 당시 인터뷰를 내보내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면? 한만호 씨를 비롯한 한 전 총리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과거 일을 언급하며 ‘만약에 그랬다면’ 이렇게 가정하는 것처럼 허무한 일은 없지만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재조명 되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새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KBS가 ‘2011년 한만호 인터뷰를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사과도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2010년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20일 당시 오사카산 쥐새끼 이명박과 깔개 김윤옥이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출처  ‘한만호 육성공개’ KBS, 다음에 해야 할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