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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퇴직공무원 단체에 수십억을 지원한다고?

여야 합의로 퇴직공무원 단체에 수십억을 지원한다고?
[민중의소리]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발행 : 2020-11-15 11:57:04 | 수정 : 2020-11-15 11:57:04


▲ 국회열린 본회의에서 법안이 표결 처리되고 있다. ⓒ정의철 기자

내년(2021년)부터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지방행정동우회’라는 퇴직공무원단체에게 지원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행정동우회는 퇴직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전국적으로 6만 2천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최근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료를 입수했는데, 내년에 2천만 원 가까이 그 지역 지방행정동우회에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직 지방의회의 예산심의를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연금 받는 퇴직 지방공무원에 매년 수십억 특혜성 지원 법안···
여야 합의로 이견 없이 국회 통과

전국적으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으니, 한 곳에서 1~2천만 원씩만 지원된다고 해도 합치면 수십억 원이다. 연금도 받는 퇴직지방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에게 왜 이런 특혜성 지원이 이뤄지게 됐을까?

그것은 올해 3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행정동우회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인데도, 여야간에 이견없이 통과됐다. 개별적으로 반대한 의원들이 있었을 뿐이다. 퇴직공무원들의 표를 의식해서였을까?

당시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법안을 표결할 때에 재석 172명 중에 찬성이 155명, 반대가 6명, 기권이 11명이었다. 찬성한 의원들 명단을 보면, 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모두 포함됐다. (찬성/반대/기권 명단은 맨 밑에 첨부한다)

그러나 퇴직 지방공무원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특혜였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행정안전부 지침,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로 금지된 특혜성 지원, 국회서 법안 마련해 부활시켜
불명확한 개념으로 지원규정을 마련,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지원 우려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지방자치단체 퇴직공무원들이 ‘지방행정동우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방행정동우회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들어서 특혜성 지원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2013년 대법원은 서울시 퇴직 지방공무원단체(시우회) 지원조례안이 위법한 조례라고 판단을 했다. 특혜일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일반적인 의사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2추176판결)

그리고 이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2014년 7월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예산 편성을 금지하고, 지원규정을 둔 조례를 삭제 또는 개정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지방행정동우회라는 이유로 별도의 특혜성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2015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도 같은 내용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다시 한번 권고를 했다.

당시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해보니, 기존에 지방행정동우회에 지원된 예산이 잘못 쓰이고 있는 실태도 드러났다. 보조금을 받아 회원 친목도모행사, 동호회 활동, 가족을 동반한 관광성 국내외연수 등에 사용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간이영수증 사용, 증빙자료 미첨부, 허위 증빙자료 첨부 등의 사례들도 적발됐다.

▲ 국민 권익위 부패조사점검팀 지방행정 동우회 실태조사. ⓒ국민 권익위 부패조사점검팀

이렇게 대법원,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가 모두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자, 국회를 통해 법률을 바꾸겠다는 ‘꼼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2018년 9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정태옥 의원이 대표발의를 해서 ‘지방행정동우회법’이 발의됐고, 20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통과된 법에서는 지방행정동우회가 ‘지방행정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주민을 위한 공익 봉사 활동’을 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방행정발전’, ‘공익봉사활동’같은 불명확한 개념으로 지원규정을 마련했으니,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법이 통과됨에 따라, 행정안전부도 지난 7월 각 지자체에 배부하는 「2021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잘못을 반성하고 ‘지방행정동우회법’을 폐지해야

그래서 지금 각 지역에서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지원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각 지역의 2021년 지방자치단체 예산서를 확인해 보면,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이 상당액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으로 실태를 확인해 봐야 하고, 지방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국회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 퇴직공무원 단체를 지원한 것인가? 그렇다면 훨씬 더 많은 유권자들의 표는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가?

퇴직공무원단체에게 별도의 법률까지 만들어서 예산을 지원할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이 한가한가?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에게는 이렇게 챙겨주면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빈곤노인들과 약자에게는 무관심한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잘못을 반성하고 ‘지방행정동우회법’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

<지방행정동우회법 공동발의 의원 명단>
정태옥(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무소속), 김도읍(자유한국당), 김상훈(자유한국당), 김석기(자유한국당), 김재경(자유한국당), 박성중(자유한국당), 박완수(자유한국당) 오제세(더불어민주당), 이명수(자유한국당), 이종배(자유한국당), 이채익(자유한국당), 정갑윤(자유한국당), 추경호(자유한국당)


지방행정동우회법안 투표 의원(172인)

찬성 의원(155인) 강길부 강병원 강창일 강효상 강훈식 고용진 곽상도 권은희 김경진 김관영 김광수 김규환 김두관 김민기 김병관 김병기 김병욱 김부겸 김삼화 김상훈 김상희 김성원 김석기 김영주 김영진 김영호 김재원 김정우 김정재 김정호 김종석 김종회 김진태 김진표 김철민 김태흠 김학용 김한표 김해영 김현권 나경원 남인순 노웅래 도종환 문진국 문희상 민경욱 민홍철 박경미 박광온 박덕흠 박범계 박병석 박순자 박완주 박용진 박재호 박 정 박주민 박주현 박지원 박찬대 박홍근 백재현 백혜련 변재일 서삼석 서형수 설 훈 성일종 소병훈 송기헌 송석준 송언석 송영길 송옥주 송희경 신동근 신보라 신용현 신창현 심기준 심상정 심재권 안규백 안민석 안상수 안호영 어기구 여영국 오신환 오영훈 우상호 우원식 원혜영 유동수 유민봉 유성엽 유의동 윤관석 윤소하 윤재옥 윤준호 이개호 이동섭 이명수 이상민 이상헌 이석현 이용주 이원욱 이은권 이은재 이인영 이장우 이정미 이종걸 이종명 이종배 이주영 이채익 이철규 이춘석 이헌승 이현재 이후삼 이 훈 인재근 임종성 장정숙 전재수 전현희 정병국 정용기 정유섭 정인화 정점식 정진석 정춘숙 제윤경 조경태 조배숙 조승래 조응천 조정식 주승용 천정배 최경환 최도자 최재성 표창원 한정애 함진규 허윤정 홍문표

반대 의원(6인) 김선동 김용태 위성곤 이상돈 채이배 최인호

기권 의원(11인) 권미혁 기동민 김경협 김성식 김한정 윤일규 이혜훈 정성호 진선미 최운열 홍익표


출처  [하승수의 직격] 여야 합의로 퇴직공무원 단체에 수십억을 지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