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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기자들’ 팩트체크에 ‘콧방귀’…강제력 동반돼야

‘가짜뉴스 기자들’ 팩트체크에 ‘콧방귀’…강제력 동반돼야
가짜뉴스 박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동반한 삼각편대 필요하다
[고발뉴스닷컴] 김동민(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소장) | 승인 : 2020.12.26 09:29:39 | 수정 : 2020.12.26 10:05:21


▲ <사진 출처= pixabay>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시점에 팩트체크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언론단체들은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 ‘팩트체크넷’을 출범시켰고, 교육부와 한국기자협회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퇴직 기자들이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과 시민단체들도 열심이다. 그런데, 팩트체크와 미디어 리터러시는 가짜뉴스를 잡을 수 있을까?


21세기 화두, 왜 융합인가

팩트체크는 시민들에게 뉴스와 정보의 진위를 가려줄 뿐, 가짜뉴스 생산자들에게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30년을 지속해온 모니터 활동도 사실은 팩트체크였지만 달라진 건 없다. 기자들은 시민단체의 지적에 개의치 않고 허위조작정보를 양산해왔다. 신문들의 정파적 보도와 인터넷 매체의 폭증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가짜뉴스 경쟁은 둑이 터진 양상이다. 팩트체크로는 역부족이다. 도둑 잡는 사람보다 도둑놈이 더 많은 양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떤가? 시민들에게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자는 것인데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합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껏해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설명과 미디어 이론 강의가 대부분이다.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고 미디어 이론을 몇 시간 공부하면 갑자기 가짜뉴스에 대한 해독 능력이 생길까?

과거 신문방송학과는 언론정보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등으로 개명을 했는데, 최근에는 융합학부로 개명하는 대학들이 생겼다. 서강대는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성공회대는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로 개명했다. 21세기 화두라는 ‘융합’을 앞세운 것인데, 왜 융합인가? 10년 전에는 통섭이란 말이 유행이었다. 철옹성을 구축한 학과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융합이다. 통섭이 물리적 장벽의 철폐라면, 융합은 다양한 지식 분야의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두 문화(The Two Culture)』의 저자인 찰스 퍼시 스노(C. P. Snow)는 일찍이 전통적 문화(인문학)와 과학적 문화(자연과학)의 반목과 양극화는 개인으로나 국민으로나 또 사회를 위해서나 막대한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공부를 바탕으로 두 문화를 접목하는 지식융합 연구에 매진해온 박상욱 교수는 복잡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융합 학문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학문을 융합하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성욱 엮음, 『융합이란 무엇인가』)


탈진실 시대를 이길 힘은 ‘과학적 정신’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로크와 뒤르켐의 후예로서 빈 서판(Blank Slate)론의 신봉자들이다. 뒤르켐은 사회적 현상을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빈 서판’론을 사회학 연구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인간의 본성은 백지상태에서 태어나 오로지 사회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틀렸다. 경험은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대로는 실재(實在)가 아니라는 과학적 인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빈 서판의 경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자칫 시민들을 별 실효성 없는 팩트체크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도구적 이성으로 만들런지 모른다. 대신에 지식의 융합 차원에서 다양한 지식 분야를 학습하면, 뇌에서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 창의성이 뛰어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진화심리학자 장대익 교수는 가짜뉴스의 대책에 대해 무턱대고 팩트 폭격 방식으로 교정하려들면 역효과가 난다면서 회의하고 근거를 찾으려는 습관, 즉 ‘과학적 정신’이야말로 탈진실의 시대를 이길 힘이라고 강조한다. (경향신문, 2020년 11월 17일 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200년 자본주의 문화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팬데믹 못지않게 위력적인 것이 인포데믹(Infodemic)이다. 허위조작정보가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인포데믹의 백신이 바로 팩트체크다. 그러나 팩트체크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포데믹의 가장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는 각자의 경험이 아니라 과학이다.

팩트체크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아무리 팩트체크를 열심히 해 지적해도 기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실이 아닌 걸 허위로 보도한 것이 확인되었을 때 징벌이 수반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맥락 없이 표현의 자유를 들먹거리며 반대할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융합지향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학습과 팩트체크,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삼각편대로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가짜뉴스를 박멸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개혁의 첩경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가짜뉴스 기자들’ 팩트체크에 ‘콧방귀’…강제력 동반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