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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거리로 나온 ‘맘스터치’ 노조 보며 든 생각

설 연휴에 거리로 나온 ‘맘스터치’ 노조 보며 든 생각
[주장] 노사 갈등 계속되는 해마로푸드서비스... 상생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오마이뉴스] 이희동 | 21.02.13 17:38 | 최종 업데이트 : 21.02.13 23:26


▲ 해마로푸드서비스노조의 투쟁승리기원제 ⓒ 이희동

설날 연휴 첫날인 지난 11일 강동역 부근, 맘스터치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해마로푸드서비스 본사 앞은 분주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이 합의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이하 해마로푸드서비스 노조) 허준규 지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투쟁승리기원제가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노사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로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 주관하고 지역기업에 관심 있는 강동구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비록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거리에서 정당한 권리를 외치는 이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11일 기준 2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해마로푸드서비스 노조의 요구는 간단하다. 사측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

노조측에 의하면 현재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이병윤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단체교섭을 앞두고 상견례만 했을 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교섭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노사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나 소통이 우선돼야 하는데 사측이 그 기본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측은 이 대표가 계속해서 노조와의 대화를 노력 중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도 노사 간의 의견 차이가 협정 근무자 범위와 수, 근로시간 면제 등 몇 가지만 조항만 제외하고는 거의 좁아졌다고 했다.

국내 토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맘스터치. 과연 그 운영사인 해마로푸드서비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시작과 노사 갈등

▲ 해마로푸드서비스 노조 허준규 지부장 ⓒ 해마로푸드서비스 노조

현재 진행 중인 노사 간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설립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현재의 갈등은 그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설립자는 정현식 회장이다. 그는 과거 패스트푸드형 해외 치킨 브랜드인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의 상무로서 파파이스와 함께 또 하나의 브랜드였던 맘스터치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 계속해서 적자가 나자 2004년 빚 3억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맘스터치를 인수했고, 직원 10여 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해마로푸드서비스는 버거와 치킨에 집중했고, 그 결과 맘스터치의 시그니처 메뉴인 싸이버거를 출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국내 유일 토종 브랜드라는 인식과 패스트푸드 중 가성비 최고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매장이 급증했다. 실제로 현재 맘스터치 매장 수는 맥도날드를 넘어 소위 ‘넘사벽’이라는 롯데리아와 비슷하다. 회장과 함께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직원들은 누구보다 기뻐했으며, 더더욱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 업무에 임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2019년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커다란 변화를 맡는다. 정현식 전 회장이 갑자기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 한국에프앤비홀딩스(케이앤엘파트너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누구보다 자부심을 갖고 회사를 위해 일했던 그들이기에 정 회장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직원들은 당장 해마로푸드서비스 노조를 설립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정 회장의 임직원과 상의 없는 매각 결정을 비판했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가기를 바라며

이후 노사 간의 갈등은 1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노조는 “경영진이 조합원 명단 공개 요구, 노조 무력화 시도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4월에는 “노조 부지회장을 감시하고 부당한 사유로 대기발령시켰다”며 경영진을 고소했다. 또한 8차례의 교섭에도 의견차가 존재하자 서울지방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갈등의 원인은 간단하다. 노조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특성 상 경영진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경영진 또한 예전과 달리 직원과 회사를 ‘가족’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말이 안팎에서 나온다. ‘체질개선’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수익 중심의 시스템 변화를 향한 우려이기도 하다.

노조가 문제삼고 있는 2020년 경영진의 스톡옵션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스톡옵션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맘스터치의 ‘상생’의 가치를 추구해온 직원들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이 시기, 과연 경영진은 가맹점주들의 상황을 얼마나 고려했을까? 최근 보도를 보면 은행 등 코로나19 때문에 오히려 특수를 누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스톡옵션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소비자의 한 명으로서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노사 간의 갈등이 어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다른 패스트푸드점보다 맘스터치를 응원했던 이유는 비싸지 않아도 ‘엄마의 손길’처럼 맛 좋고 양 많은 음식을 제공했던, 그리고 가맹점주들도 가족처럼 여겼던 그들의 가치 때문이었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 맘스터치가 다시 상생을 기반으로 부끄럽지 않은 패스트푸드 토종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 상생을 바라는 외침들 ⓒ 이희동

출처  설 연휴에 거리로 나온 ‘맘스터치’ 노조 보며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