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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연희 초등생의 시 “29만원 할아버지, 총 쏘라고…”

연희 초등생의 시 “29만원 할아버지, 총 쏘라고…”
5·18대회 수상작서 광주학살·추징금 납부거부 등
전두환씨 비판하며 사과 요구…누리꾼들 “진실 꿰뚫어” 격려

[한겨레] 이경미 기자 | 등록 : 2012.06.12 20:10 | 수정 : 2012.06.13 08:39


▲ 지난 8일 서울시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가족과 측근들을 대동하고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고 있다. 화면 갈무리

최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사열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초등학생이 쓴 시가 온라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2일 트위터 등에서 빠른 속도로 퍼진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이 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유아무개군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유군은 이 시에서 전 전 대통령과 같은 동네에 살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29만원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는지” 등을 궁금해한다. 이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너무나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백명의 시민을 학살한 책임을 묻는다. 마지막으로 유군은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라고 ‘충고’한다. “물론 그런다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겠지만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놓는다. 유군의 시는 어린이의 맑은 눈으로 현실의 부조리함을 꿰뚫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군은 이 시로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지난 5월 개최한 ‘제8회 5·18기념 청소년대회’에서 우수상에 해당하는 서울지방보훈청장상을 받았다. 이 행사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민주시민 의식과 공동체 정신 함양을 주제로 여는 문예공모전이다. 시를 접한 누리꾼들은 유군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내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yshy****)는 “국민은 살아있다. 초등생도 전씨와 그 졸개들이 행한 패악질의 진실을 뚫고 있다”고 평했고, 또다른 사용자(@sys****)는 “초등학생 눈에도 보이는 진실이다. 할아버지는 시를 읽고, 뭐라고 답변을 해줄까?”라고 물었다. “혹, 저 시가 상을 받았다 해서 보복이 있을지 그게 가장 걱정이다”(@da_ae****)라며 아이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 정경자 사무국장은 “해당 학생이 실제로 그 동네에 살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순수한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얘기해, 침묵하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29만원 할아버지

서울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00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네 집 앞은
허락을 안 받으면 못 지나다녀요?
해마다 5월 18일이 되면
우리 동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할아버지 때문인가요?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있을 수 있나요?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죠
너무나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죽었는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벌 받을까 두려워
그 많은 경찰아저씨들이 지켜주는 것 인가요?
29만원 할아버지!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물론 그런다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대답해 보세요!
29만원 할아버지!


출처 : 연희 초등생의 시 “29만원 할아버지, 총 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