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게 문제다] ② 의료
민영화 가속에 건강 위협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입력 : 2011-11-25 21:38:12 | 수정 : 2011-11-25 23:00:33
기계에 손이 찢어진 인쇄노동자의 손가락을 봉합하고 있을 때였나 보다. 진료실 밖 대기실에 놓여진 TV 소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의 긴급뉴스를 전했다. 나도 모르게 봉합하고 있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1,000원, 2,000원이 무서워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 내가 진료하는 현장이다. 대기업들의 환영성명서가 예약이나 해놓은 듯이 줄을 이었다.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고 서 있던 그 순간에 저들은 고급 호텔 어디선가 축배를 들었으리라.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김종대씨를 임명했다. 김종대씨는 건강보험공단을 다시 분리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결심예정인 헌법재판소 소송이 대한의사협회와 김종대씨 주장대로 위헌 판결이 난다면 ‘공단보험 쪼개기’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지역과 직장으로만 조합이 나뉘어져도 가난한 지역의 건강보험조합 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지거나 지역조합의 보험료는 대폭 오르게 된다. 한·미 FTA뿐만 아니라 안으로부터 자발적인 의료 민영화도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로 인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약값 인상이다. 우선 허가-특허 연계 조항의 도입으로 값싼 복제약품 출시가 늦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라는 B형 간염약은 지금 한 알에 6,000원 정도다. 이제까지는 특허가 끝나면 3,000원 정도의 값싼 복제약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특허권이 있는 제약회사가 소송을 걸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복제약 시판이 자동 정지된다. 비싼 약을 사 먹을 수밖에 없다.
협정문 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조항 하나하나가 특허약품 약값을 올리고, 제약회사가 약값 결정 과정에 간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항들이다. 2005년 한국과 비슷한 FTA를 미국과 체결한 호주를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호주의 공공약가제도(PBS)가 3년 만에 특허약품 가격을 별도로 높이 책정해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토머스 폰스 교수는 이를 ‘호주 의약품제도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약값 문제만이 아니다. 한·미 FTA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조치를 영구화시킨다.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고 외국 병원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은 체결 당시에는 3개 지역만 있었지만 현재 6개로 늘었고 앞으로 더 늘릴 예정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국내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미 인천 송도에 삼성재벌이 주요 투자자인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리병원 역시,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는 자발적 민영화 조처와 한·미 FTA가 결합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불가능해지고 심지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조차 보험회사에 의해 투자자-국가소송제에 회부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은 제약회사와 병원이 각각 30%와 70%를 가져간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40% 정도가 민영보험회사 시장이다. 건강보험제도는 이 세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제도다. 그런데 한·미 FTA는 제약회사의 약값을 올려주고 병원에 영리병원제도를 확산시키고 민영의료보험회사를 규제하지 못하게 한다.
누구를 위한 한·미 FTA이냐고? 바로 건강보험제도를 마비시키려는 다국적 제약회사, 병원, 보험사를 위한 제도다. 그리고 그들 1%의 이익이 늘수록, 국민 99%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건강과 생명이 위협당한다. 한·미 FTA는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한·미 FTA의 가장 큰 효과는 한·미 FTA와 한국 정부의 ‘자발적 민영화’가 결합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 안으로부터의 의료민영화를 무조건 막아야 하는 이유다.
출처 : [한·미 FTA 이게 문제다] ② 의료
민영화 가속에 건강 위협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입력 : 2011-11-25 21:38:12 | 수정 : 2011-11-25 23:00:33
기계에 손이 찢어진 인쇄노동자의 손가락을 봉합하고 있을 때였나 보다. 진료실 밖 대기실에 놓여진 TV 소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의 긴급뉴스를 전했다. 나도 모르게 봉합하고 있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1,000원, 2,000원이 무서워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 내가 진료하는 현장이다. 대기업들의 환영성명서가 예약이나 해놓은 듯이 줄을 이었다.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고 서 있던 그 순간에 저들은 고급 호텔 어디선가 축배를 들었으리라.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김종대씨를 임명했다. 김종대씨는 건강보험공단을 다시 분리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결심예정인 헌법재판소 소송이 대한의사협회와 김종대씨 주장대로 위헌 판결이 난다면 ‘공단보험 쪼개기’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지역과 직장으로만 조합이 나뉘어져도 가난한 지역의 건강보험조합 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지거나 지역조합의 보험료는 대폭 오르게 된다. 한·미 FTA뿐만 아니라 안으로부터 자발적인 의료 민영화도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협정문 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조항 하나하나가 특허약품 약값을 올리고, 제약회사가 약값 결정 과정에 간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항들이다. 2005년 한국과 비슷한 FTA를 미국과 체결한 호주를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호주의 공공약가제도(PBS)가 3년 만에 특허약품 가격을 별도로 높이 책정해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토머스 폰스 교수는 이를 ‘호주 의약품제도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약값 문제만이 아니다. 한·미 FTA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조치를 영구화시킨다.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고 외국 병원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은 체결 당시에는 3개 지역만 있었지만 현재 6개로 늘었고 앞으로 더 늘릴 예정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국내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미 인천 송도에 삼성재벌이 주요 투자자인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리병원 역시,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는 자발적 민영화 조처와 한·미 FTA가 결합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불가능해지고 심지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조차 보험회사에 의해 투자자-국가소송제에 회부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은 제약회사와 병원이 각각 30%와 70%를 가져간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40% 정도가 민영보험회사 시장이다. 건강보험제도는 이 세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제도다. 그런데 한·미 FTA는 제약회사의 약값을 올려주고 병원에 영리병원제도를 확산시키고 민영의료보험회사를 규제하지 못하게 한다.
누구를 위한 한·미 FTA이냐고? 바로 건강보험제도를 마비시키려는 다국적 제약회사, 병원, 보험사를 위한 제도다. 그리고 그들 1%의 이익이 늘수록, 국민 99%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건강과 생명이 위협당한다. 한·미 FTA는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한·미 FTA의 가장 큰 효과는 한·미 FTA와 한국 정부의 ‘자발적 민영화’가 결합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 안으로부터의 의료민영화를 무조건 막아야 하는 이유다.
출처 : [한·미 FTA 이게 문제다] ②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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