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검증단, 한미FTA 번역오류 500건 찾았다
“번역 오류 500건 정부 발표보다 200건 많아… 새 번역본서도 새 오류 나와”
천관율 | 기사입력시간 [216호] 2011.10.31 10:10:34
한미 FTA 신구 국문본의 번역 불일치가 2,600건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법적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주요한 번역오류도 정부가 발표한 296건보다 훨씬 많은 500여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번역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국문본에서도 새로운 번역 오류가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번역 수정본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전면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정청이 이번주 안으로 한미 FTA 비준을 밀어붙이려는 가운데, FTA 오역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IN>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공동 기획한 한미 FTA 번역오류 시민검증프로젝트의 검증 결과다.
올해 초 FTA 오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외교통상부는 지난 6월 새로 번역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정정이 필요한 오류 296개’와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문구 개선 상당 부분’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통부는 어느 대목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밝히는 정오표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월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 정오표 요구에 “수정안을 공개한지 석달이 넘었으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볼만큼 다 보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시사IN>과 박주선 의원은 10월18일부터 30일까지 시민 85명이 참여하는 번역오류 시민검증단을 꾸려 직접 정오표를 만들었다. <시사IN>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자원한 시민검증단은 1300쪽에 달하는 2008년 FTA 국문본과 2011년 국문본을 나누어 맡아, 정부가 어떤 대목에서 번역을 수정했는지를 일일이 대조했다. 시민검증단이 초벌로 확인한 내용을 박주선 의원실과 민변 국제금융통상위원회가 최종 검증했다. 그 결과, 띄어쓰기나 이탤릭체 변경 등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 교정을 제외하고도, 모두 2,600건에 달하는 번역 수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주요 오류만 해도 500여개나 된다고 박주선 의원실은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96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의원실은 또한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수정본에서도 새로운 번역 오류가 발견되었으므로 전면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속서 Ⅱ 미국의 유보목록 중 부록 Ⅱ-가 <시장접근개선사항>에서 도로화물운송~ 화물운송대리 서비스 분야를 보면, 수정 과정에서 오히려 오역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해당 항목의 오역(공급형태 1~4에 모두 해당하는 표현을 공급형태 4로만 제한하는 오역)은 그대로 놓아둔 채, ‘국내 운송에 관한’이라는 제대로 된 번역만 삭제하는 엉터리 수정작업을 한 것이다. 이 표현은 다음 항인 화물처리서비스 분야에 엉뚱하게 삽입됐다. 박주선 의원은 “시민검증 프로젝트를 통해 2011년 국문본에서도 여전히 번역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국문본의 표현 중 몇몇은 법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어서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협정문에서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partnership을 2008년 국문본에서는 ‘합명회사’로 번역했다가 2011년 국문본에서는 ‘파트너십’로 수정했다. 하지만 합명회사는 상법 178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법적 개념인 반면 파트너십은 법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용어이므로, 법률용어를 대체한 이유를 정부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박주선 의원실은 지적했다. ‘조합’이 ‘협회’로, ‘신탁회사’가 ‘신탁’으로 바뀐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외에 500여 주요 번역오류를 유형별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유형 1. 전혀 관련성이 없는 엉뚱한 단어로 번역한 경우
- ‘유자격자 명부’를 ‘다용도 명부’로 번역
- ‘세금’을 ‘이윤’으로 번역
- ‘파기’를 ‘보류’로 번역
- ‘펀드사무관리’를 ‘사무관리’로 번역
- ‘선로설치권’을 ‘통행권’으로 번역
- ‘옮겨서’를 ‘제거하고’로 번역
유형 2. 기초적인 용어조차 잘못된 번역
- ‘초과’를 ‘이상’으로 번역
- ‘이하’를 ‘미만’으로 번역
- ‘또는’을 ‘및’으로 번역
- ‘2인’을 ‘1인’으로 번역
- ‘군복무자’를 ‘병역의무자’로 번역
- ‘담배’를 ‘담뱃잎’으로 번역
- ‘계좌’를 ‘계산’으로 번역
- ‘침해소송’을 ‘침해행위’로 번역
유형 3. 영문본의 중요 부분을 아예 번역하지 않는 경우
- ‘분상의 밀크 또는 크림’을 ‘분유’로 번역
- ‘쇠고기 살코기’를 ‘쇠고기’로 번역
- ‘검정녹두, 팥, 녹두’를 ‘팥, 녹두’로만 번역(영문본상 검정녹두가 아예 제외되어 있었음)
- ‘냉장 및 냉동’을 ‘냉동’으로 번역
- ‘곡류, 곡물의 분쇄물, 가공곡물’을 ‘가공곡물’으로 번역
유형 4. 법적 효력이 달라지게 된 번역
- ‘30영업일’을 ‘30일’로 번역
- ‘양여’를 ‘양도’로 번역
- ‘거래’를 ‘무역’으로 번역
- ‘가격’을 ‘가치’로 번역
유형 5. 수정 후의 번역이 적절한지 의문인 경우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partnership을 ‘합명회사’에서 ‘파트너십’로 수정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association을 ‘조합’에서 ‘협회’로 수정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trust를 ‘신탁회사’에서 ‘신탁’으로 수정
- 법적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파트너십(partnership)을 수정 전에는 ‘합명회사’로 번역하였다가 그대로 ‘파트너십’이라 번역한 경우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FTA 비준동의안에 제대로 된 번역오류 수정작업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이다. 또한 만약 새 국문본에서 또다시 번역오류가 나온다면 다시 비준동의안을 철회해야 하므로 정부와 국회의 망신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오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하며, 국회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도록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하고 즉시 정오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작업을 총괄한 민변 정석윤 변호사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정부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밝혀낸 획기적 사례다. 이번 분석 결과로 500건이 넘는 오류가 확인됐고 2011년 번역본에서도 새 오류가 발견된 만큼, 오류가 296건이라고 주장해 온 정부가 오역 수정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정오표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69
“번역 오류 500건 정부 발표보다 200건 많아… 새 번역본서도 새 오류 나와”
천관율 | 기사입력시간 [216호] 2011.10.31 10:10:34
한미 FTA 신구 국문본의 번역 불일치가 2,600건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법적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주요한 번역오류도 정부가 발표한 296건보다 훨씬 많은 500여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번역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국문본에서도 새로운 번역 오류가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번역 수정본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전면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정청이 이번주 안으로 한미 FTA 비준을 밀어붙이려는 가운데, FTA 오역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IN>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공동 기획한 한미 FTA 번역오류 시민검증프로젝트의 검증 결과다.
올해 초 FTA 오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외교통상부는 지난 6월 새로 번역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정정이 필요한 오류 296개’와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문구 개선 상당 부분’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통부는 어느 대목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밝히는 정오표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월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 정오표 요구에 “수정안을 공개한지 석달이 넘었으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볼만큼 다 보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FTA 핵심쟁점 끝장토론에 야당측 토론자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정부의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방침, 방송사 생중계 불발 등을 문제삼아 불참했다. ⓒ뉴시스 |
이에 <시사IN>과 박주선 의원은 10월18일부터 30일까지 시민 85명이 참여하는 번역오류 시민검증단을 꾸려 직접 정오표를 만들었다. <시사IN>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자원한 시민검증단은 1300쪽에 달하는 2008년 FTA 국문본과 2011년 국문본을 나누어 맡아, 정부가 어떤 대목에서 번역을 수정했는지를 일일이 대조했다. 시민검증단이 초벌로 확인한 내용을 박주선 의원실과 민변 국제금융통상위원회가 최종 검증했다. 그 결과, 띄어쓰기나 이탤릭체 변경 등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 교정을 제외하고도, 모두 2,600건에 달하는 번역 수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주요 오류만 해도 500여개나 된다고 박주선 의원실은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96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의원실은 또한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수정본에서도 새로운 번역 오류가 발견되었으므로 전면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속서 Ⅱ 미국의 유보목록 중 부록 Ⅱ-가 <시장접근개선사항>에서 도로화물운송~ 화물운송대리 서비스 분야를 보면, 수정 과정에서 오히려 오역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해당 항목의 오역(공급형태 1~4에 모두 해당하는 표현을 공급형태 4로만 제한하는 오역)은 그대로 놓아둔 채, ‘국내 운송에 관한’이라는 제대로 된 번역만 삭제하는 엉터리 수정작업을 한 것이다. 이 표현은 다음 항인 화물처리서비스 분야에 엉뚱하게 삽입됐다. 박주선 의원은 “시민검증 프로젝트를 통해 2011년 국문본에서도 여전히 번역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오류를 수정했다는 2011년 국문본의 표현 중 몇몇은 법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어서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협정문에서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partnership을 2008년 국문본에서는 ‘합명회사’로 번역했다가 2011년 국문본에서는 ‘파트너십’로 수정했다. 하지만 합명회사는 상법 178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법적 개념인 반면 파트너십은 법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용어이므로, 법률용어를 대체한 이유를 정부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박주선 의원실은 지적했다. ‘조합’이 ‘협회’로, ‘신탁회사’가 ‘신탁’으로 바뀐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외에 500여 주요 번역오류를 유형별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유형 1. 전혀 관련성이 없는 엉뚱한 단어로 번역한 경우
- ‘유자격자 명부’를 ‘다용도 명부’로 번역
- ‘세금’을 ‘이윤’으로 번역
- ‘파기’를 ‘보류’로 번역
- ‘펀드사무관리’를 ‘사무관리’로 번역
- ‘선로설치권’을 ‘통행권’으로 번역
- ‘옮겨서’를 ‘제거하고’로 번역
유형 2. 기초적인 용어조차 잘못된 번역
- ‘초과’를 ‘이상’으로 번역
- ‘이하’를 ‘미만’으로 번역
- ‘또는’을 ‘및’으로 번역
- ‘2인’을 ‘1인’으로 번역
- ‘군복무자’를 ‘병역의무자’로 번역
- ‘담배’를 ‘담뱃잎’으로 번역
- ‘계좌’를 ‘계산’으로 번역
- ‘침해소송’을 ‘침해행위’로 번역
유형 3. 영문본의 중요 부분을 아예 번역하지 않는 경우
- ‘분상의 밀크 또는 크림’을 ‘분유’로 번역
- ‘쇠고기 살코기’를 ‘쇠고기’로 번역
- ‘검정녹두, 팥, 녹두’를 ‘팥, 녹두’로만 번역(영문본상 검정녹두가 아예 제외되어 있었음)
- ‘냉장 및 냉동’을 ‘냉동’으로 번역
- ‘곡류, 곡물의 분쇄물, 가공곡물’을 ‘가공곡물’으로 번역
유형 4. 법적 효력이 달라지게 된 번역
- ‘30영업일’을 ‘30일’로 번역
- ‘양여’를 ‘양도’로 번역
- ‘거래’를 ‘무역’으로 번역
- ‘가격’을 ‘가치’로 번역
유형 5. 수정 후의 번역이 적절한지 의문인 경우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partnership을 ‘합명회사’에서 ‘파트너십’로 수정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association을 ‘조합’에서 ‘협회’로 수정
- 기업의 한 유형으로 제시된 trust를 ‘신탁회사’에서 ‘신탁’으로 수정
- 법적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파트너십(partnership)을 수정 전에는 ‘합명회사’로 번역하였다가 그대로 ‘파트너십’이라 번역한 경우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FTA 비준동의안에 제대로 된 번역오류 수정작업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이다. 또한 만약 새 국문본에서 또다시 번역오류가 나온다면 다시 비준동의안을 철회해야 하므로 정부와 국회의 망신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오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하며, 국회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도록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하고 즉시 정오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작업을 총괄한 민변 정석윤 변호사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정부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밝혀낸 획기적 사례다. 이번 분석 결과로 500건이 넘는 오류가 확인됐고 2011년 번역본에서도 새 오류가 발견된 만큼, 오류가 296건이라고 주장해 온 정부가 오역 수정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정오표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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