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호주는 왜 ISD를 '전면 거부'했나?
[기고] 투자자 국가 소송제는 위험하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11-10-31 오후 3:56:25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 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 Investor-State-Dispute)에 대한 공개 토론회가 무산되어 버렸다고 하며, 한나라당은 이제 모든 토론은 끝났다고 공언하면서 당장이라도 힘으로 한미 FTA를 의회에서 밀어붙일 기세로 나오고 있다.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얼마나 큰 논쟁거리이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가를 알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루어진 논의가 알려진 것을 보다가 다시 한 번 놀라게 된 것은, 그 동안 반대 진영 쪽에서 제시한 수많은 주장과 논의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정부 측 관료들은 이 제도에 대해 거의 아무런 경각심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학자는 "제대로 된 학자라면 이 제도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라는, 정말로 "제대로 된 학자"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주장까지 버젓이 펴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나는 어떤 글에서 이런 분들에게 제발 1분만 시간을 내어 구글 검색창을 한 번만 두드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서구의 여러 정부 기관과 유수한 연구소에서 1990년대 이후 이 제도가 확산되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논쟁을 낳았는지, 그리하여 21세기로 들어온 지금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수많은 나라들이 투자자와 국가의 분쟁 해결에 있어서 1980년대 이전의 방법을 선호하는 쪽으로 회귀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는 점을 소상히 밝힌 문서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목소리들이 정부와 여당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듯싶다. 이들은 현재 한미 FTA에 명문화되어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2004년 새로이 마련된 미국의 투자 협정 표준안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 하나에 의지하여 그러한 모든 걱정들은 근거 없는 기우(杞憂)라고 일소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더 많은 숙고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자칫하면 현재의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된 한미 FTA 원안이 그대로 실현될 상황에 오게 되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지적한 지금,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실만 다시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올해 2011년 4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향후의 모든 자유 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공표한 사실이다.
알려진 대로, 오스트레일리아는 2005년 발효된 미국과의 자유 무역 협정(AUSFTA)에서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배제한 바 있었다. 그러한 판단을 내린 배경에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반대자들이 제기했던 문제들과 똑같은 고려와 염려가 배경에 있었고, 이것이 노동 운동이나 환경 운동 등 시민 사회 진영은 물론 의회의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이 미-오스트레일리아 자유무역협정 당시에는 비록 "양국의 법률 체계가 서로 믿을 만하고(robust) 또 역사적으로 많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불필요하다는 명분을 들어 이 제도를 배제하기는 했지만, 외국 투자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각별한 보호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고 따라서 많은 비판가들은 이것이 언젠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이후에도 ASEAN 각국들 그리고 대한민국 등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 무역 및 투자 협정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이며 여기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논쟁에 불을 붙인 정황은 2010년 들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를 위시하여 말레이시아, 페루, 베트남, 미국까지 포함된 초 태평양 동반자 협정(TPPA :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논의였다. 이 협정에는 미국이 들어가 있기에 이 협정의 논의야말로 한 때 잠들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다시 전면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다시 오스트레일리아 시민 사회를 일깨웠고, 많은 시민 단체와 학자들이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미리부터 내기 시작하였다. 이에 통상부 장관인 사이몬 크린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자신들 또한 TPPA 논의에 있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조심스런 입장(serious reservations)"이라고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더욱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 2010년에 벌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걸려드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안을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담뱃갑의 포장을 광고 문구가 없고 대신 담배로 인한 건강 파괴의 이미지만을 담도록("plain packaging")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초국적기업인 필립모리스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게 이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0년 6월 27일 필립모리스는 정식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제소(dispute)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한다.
필립모리스는 많은 이들이 미국 기업으로 알고 있고 또 미국은 앞서 말한 대로 오스트레일리아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오스트레일리아는 1993년 홍콩과 투자 협정을 맺은 바 있었고 여기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필립모리스는 홍콩의 자회사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홍콩 기업으로 내세운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이미 그 전에도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한 적이 있었고 이때는 스위스 기업으로 스스로를 내세운 적이 있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애초의 담배 포장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설령 국제 중재에 걸린다고 해도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안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의사 협회 등 여러 시민 단체들은 아예 홍콩과의 투자 협정을 종식시키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서게 되었다.
이 와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2010년 11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의 '생산성 위원회(Productivity Committee)'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라(seek to avoid)"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 위원회는 정부나 의회와도 독자성을 유지하는 학자들과 연구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의회는 2009년 말 이 위원회에 양자 간 및 다자 간 무역 협정의 효과에 대해 포괄적인 경제학적 연구를 위임한 바 있었다. 이 문건은 몇몇 개인들의 "편벽된" 견해도 아니요 또 "이념적으로 편향된" 운동 단체의 입장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여러 명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한 나라의 의회 위원회가 집단적으로 숙고하여 내놓은 문서이니, 그 관련 논지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보고서가 내놓은 첫 번째 결론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있어야 할 경제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특별히 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하기도 힘들고 또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이 제도를 택한다고 해서 외국 투자가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옛날과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은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히려 각종 혜택과 보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려들고 있으며 또 그러한 국제적 평판을 얻으려 애를 쓰고 있기에 오히려 자국 내 투자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5년에 나온 한 연구를 보면 80개국의 1만 명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을 때 자국 투자자들은 역차별을 걱정하는 반면 외국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둘째, 최근인 2010년에 나온 연구에서 볼 때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해외 투자가 증가하게 되었다는 의미 있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셋째, 해외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에도 훨씬 효과적인 대안적인 장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의 다자 간 투자 보장 기구(Multilateral Investment Guarantee Agency)는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전쟁, 테러, 또 직접이든 간접이든 수용(expropriation)이 벌어질 위험에 대비하여 보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출입 금융 및 보험 공사 또한 해외에 투자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리스크 보험(Poltical Risk Insurance)"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제도가 있어야만 할 "경제적"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굳이 포함시킨 여러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볼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책에의 위협과 금전적 위험도 상당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두 번째 결론이다.
첫째, 이 제도 때문에 공공 정책과 규제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효과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먼저 보고서는 소위 "규제에 대한 찬 서리(regulatory chill)"라는 현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와 대상국 국가 사이에 거액의 국제 중재가 걸리는 상황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상국 국가의 정부 관리들은 행여 자신들의 이윤에 영향을 줄 공공 정책이나 규제를 행하지 않는가를 예의주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숨결을 자기들 목덜미에 항상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복지부동"의 공무원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위험한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규제는 애초부터 "쫄아서"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있다는 지적이 그 전부터 많았는데, 이 보고서는 그러한 위협이 현실적인 위험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하여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국 정부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경우 국내의 투자자들과의 권력적 비대칭이 발생하여 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규제를 취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발생할 "정치적 리스크"는 동일한데 해외 투자자들은 이러한 보호 장치를 가진 반면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투자자와 국가의 분쟁을 해결하는 제3자 중재(arbitration)의 국제적 규칙들이라는 것이 제도적인 편향, 이해 상충, 일관성 결여, 투명성 결여,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보고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위원회의 평가로 볼 때,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들을 명시할 경우 이 때문에 주권 국가들은 다양한 범위의 잠재적 문제들에 부닥칠 수가 있으며, 그 문제들의 성격과 정도가 어떠한가는 대단히 계산하기 어렵고 협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는 알 길이 없을 수 있다."
세 번째, 다음으로 보고서는 그렇다면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채택했을 때 투자 대상국에 발생할 위협을 줄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논한다. 지금까지 주로 나온 논의는 협정에서의 문안을 최대한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투자 및 무역 협정에 사용되는 용어들은 아주 크고 추상적인 것들일 경우가 많아 거기에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가 애매할 때가 많다. 또 막상 국제 분쟁이 걸렸을 때에 이를 어떠한 절차로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때가 많다. 이러한 경우들을 최대한 예측하여 협정 문안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법이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또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접 수용"의 성격이 무엇인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으며, 결국 정부가 내리는 이런 저런 결정들이 걸핏하면 제3자인 국제 중재의 판단 대상이 될 위험은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결국 이 제도가 존재해야 할 경제적 이유는 찾기 힘들며, 대신 이 제도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위협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협정을 맺을 적에 마련된 이런 저런 협정 문안에 근거하여 그러한 위협을 막아낼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보고서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최종적으로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위원회의 평가는 이러하다. 비록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연관된 위험들과 문제들은 적절한 조장을 마련하는 것을 통해 완화될 수 있는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대한 위험이 여전히 남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국제 투자 협정(…)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키는 것이 과연 오스트레일리아나 상대국들에 물질적 혜택을 가져다주는지는 의심스러워 보인다.. (…) 이러한 배경으로 볼 때, 본 위원회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무역 협정에 있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현재 이미 국내의 법률 체계에서 제공되어 있는 것 이상의 추가적인 내용적 혹은 절차적 권리를 부여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들을 받아들이는 일은 회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정부가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보고서의 권고를 그대로 따른다. 그리하여 올해 2011년 4월, 앞으로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떤 종류의 양자 간 다자 간 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도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천명한다.
물론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서의 한미 FTA 논의가 이 보고서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추종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여러 모로 세계 경제에서의 위치를 우리와 견주어 볼 수 있는 옆 나라의 의회에서 논의되어 결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으로 까지 이어진 이 보고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무시할" 이유 또한 전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제도에 대한 "끝장 토론"은 열리지도 못한 상태이며 이 제도를 협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일방적인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우려를 이어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숱한 논쟁과 갈등을 낳은 바 있는 예민한 쟁점이며 지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이 제도에 대한 보류와 반대를 표명하는 나라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다.
2004년 미국이 투자 협정의 표준안을 새로이 준비하게 된 것도 NAFTA를 낳은 1994년의 표준안에 들어 있는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숱한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하지만 이 2004년 표준안도 과연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지는 이 보고서가 숙고하는 대로 "협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지극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문안을 이리저리 해석하여 이런 저런 걱정들이 기우라고 일소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 과정에서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의회와 정부는 이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6987
[기고] 투자자 국가 소송제는 위험하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11-10-31 오후 3:56:25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 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 Investor-State-Dispute)에 대한 공개 토론회가 무산되어 버렸다고 하며, 한나라당은 이제 모든 토론은 끝났다고 공언하면서 당장이라도 힘으로 한미 FTA를 의회에서 밀어붙일 기세로 나오고 있다.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얼마나 큰 논쟁거리이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가를 알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루어진 논의가 알려진 것을 보다가 다시 한 번 놀라게 된 것은, 그 동안 반대 진영 쪽에서 제시한 수많은 주장과 논의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정부 측 관료들은 이 제도에 대해 거의 아무런 경각심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학자는 "제대로 된 학자라면 이 제도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라는, 정말로 "제대로 된 학자"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주장까지 버젓이 펴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나는 어떤 글에서 이런 분들에게 제발 1분만 시간을 내어 구글 검색창을 한 번만 두드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서구의 여러 정부 기관과 유수한 연구소에서 1990년대 이후 이 제도가 확산되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논쟁을 낳았는지, 그리하여 21세기로 들어온 지금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수많은 나라들이 투자자와 국가의 분쟁 해결에 있어서 1980년대 이전의 방법을 선호하는 쪽으로 회귀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는 점을 소상히 밝힌 문서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목소리들이 정부와 여당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듯싶다. 이들은 현재 한미 FTA에 명문화되어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2004년 새로이 마련된 미국의 투자 협정 표준안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 하나에 의지하여 그러한 모든 걱정들은 근거 없는 기우(杞憂)라고 일소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더 많은 숙고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자칫하면 현재의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된 한미 FTA 원안이 그대로 실현될 상황에 오게 되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지적한 지금,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실만 다시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올해 2011년 4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향후의 모든 자유 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공표한 사실이다.
알려진 대로, 오스트레일리아는 2005년 발효된 미국과의 자유 무역 협정(AUSFTA)에서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배제한 바 있었다. 그러한 판단을 내린 배경에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반대자들이 제기했던 문제들과 똑같은 고려와 염려가 배경에 있었고, 이것이 노동 운동이나 환경 운동 등 시민 사회 진영은 물론 의회의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이 미-오스트레일리아 자유무역협정 당시에는 비록 "양국의 법률 체계가 서로 믿을 만하고(robust) 또 역사적으로 많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불필요하다는 명분을 들어 이 제도를 배제하기는 했지만, 외국 투자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각별한 보호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고 따라서 많은 비판가들은 이것이 언젠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이후에도 ASEAN 각국들 그리고 대한민국 등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 무역 및 투자 협정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이며 여기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논쟁에 불을 붙인 정황은 2010년 들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를 위시하여 말레이시아, 페루, 베트남, 미국까지 포함된 초 태평양 동반자 협정(TPPA :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논의였다. 이 협정에는 미국이 들어가 있기에 이 협정의 논의야말로 한 때 잠들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다시 전면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다시 오스트레일리아 시민 사회를 일깨웠고, 많은 시민 단체와 학자들이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미리부터 내기 시작하였다. 이에 통상부 장관인 사이몬 크린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자신들 또한 TPPA 논의에 있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조심스런 입장(serious reservations)"이라고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더욱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 2010년에 벌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걸려드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안을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담뱃갑의 포장을 광고 문구가 없고 대신 담배로 인한 건강 파괴의 이미지만을 담도록("plain packaging")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초국적기업인 필립모리스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게 이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0년 6월 27일 필립모리스는 정식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제소(dispute)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한다.
필립모리스는 많은 이들이 미국 기업으로 알고 있고 또 미국은 앞서 말한 대로 오스트레일리아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오스트레일리아는 1993년 홍콩과 투자 협정을 맺은 바 있었고 여기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필립모리스는 홍콩의 자회사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홍콩 기업으로 내세운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이미 그 전에도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한 적이 있었고 이때는 스위스 기업으로 스스로를 내세운 적이 있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애초의 담배 포장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설령 국제 중재에 걸린다고 해도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안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의사 협회 등 여러 시민 단체들은 아예 홍콩과의 투자 협정을 종식시키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서게 되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놓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왜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외국은 ISD를 거부하는가? ⓒ프레시안(최형락) |
이 와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2010년 11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의 '생산성 위원회(Productivity Committee)'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라(seek to avoid)"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 위원회는 정부나 의회와도 독자성을 유지하는 학자들과 연구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의회는 2009년 말 이 위원회에 양자 간 및 다자 간 무역 협정의 효과에 대해 포괄적인 경제학적 연구를 위임한 바 있었다. 이 문건은 몇몇 개인들의 "편벽된" 견해도 아니요 또 "이념적으로 편향된" 운동 단체의 입장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여러 명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한 나라의 의회 위원회가 집단적으로 숙고하여 내놓은 문서이니, 그 관련 논지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보고서가 내놓은 첫 번째 결론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있어야 할 경제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특별히 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하기도 힘들고 또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이 제도를 택한다고 해서 외국 투자가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옛날과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은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히려 각종 혜택과 보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려들고 있으며 또 그러한 국제적 평판을 얻으려 애를 쓰고 있기에 오히려 자국 내 투자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5년에 나온 한 연구를 보면 80개국의 1만 명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을 때 자국 투자자들은 역차별을 걱정하는 반면 외국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둘째, 최근인 2010년에 나온 연구에서 볼 때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해외 투자가 증가하게 되었다는 의미 있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셋째, 해외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에도 훨씬 효과적인 대안적인 장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의 다자 간 투자 보장 기구(Multilateral Investment Guarantee Agency)는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전쟁, 테러, 또 직접이든 간접이든 수용(expropriation)이 벌어질 위험에 대비하여 보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출입 금융 및 보험 공사 또한 해외에 투자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리스크 보험(Poltical Risk Insurance)"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제도가 있어야만 할 "경제적"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굳이 포함시킨 여러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볼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책에의 위협과 금전적 위험도 상당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두 번째 결론이다.
첫째, 이 제도 때문에 공공 정책과 규제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효과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먼저 보고서는 소위 "규제에 대한 찬 서리(regulatory chill)"라는 현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와 대상국 국가 사이에 거액의 국제 중재가 걸리는 상황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상국 국가의 정부 관리들은 행여 자신들의 이윤에 영향을 줄 공공 정책이나 규제를 행하지 않는가를 예의주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숨결을 자기들 목덜미에 항상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복지부동"의 공무원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위험한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규제는 애초부터 "쫄아서"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있다는 지적이 그 전부터 많았는데, 이 보고서는 그러한 위협이 현실적인 위험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하여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국 정부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경우 국내의 투자자들과의 권력적 비대칭이 발생하여 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규제를 취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발생할 "정치적 리스크"는 동일한데 해외 투자자들은 이러한 보호 장치를 가진 반면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투자자와 국가의 분쟁을 해결하는 제3자 중재(arbitration)의 국제적 규칙들이라는 것이 제도적인 편향, 이해 상충, 일관성 결여, 투명성 결여,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보고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위원회의 평가로 볼 때,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들을 명시할 경우 이 때문에 주권 국가들은 다양한 범위의 잠재적 문제들에 부닥칠 수가 있으며, 그 문제들의 성격과 정도가 어떠한가는 대단히 계산하기 어렵고 협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는 알 길이 없을 수 있다."
세 번째, 다음으로 보고서는 그렇다면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채택했을 때 투자 대상국에 발생할 위협을 줄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논한다. 지금까지 주로 나온 논의는 협정에서의 문안을 최대한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투자 및 무역 협정에 사용되는 용어들은 아주 크고 추상적인 것들일 경우가 많아 거기에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가 애매할 때가 많다. 또 막상 국제 분쟁이 걸렸을 때에 이를 어떠한 절차로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때가 많다. 이러한 경우들을 최대한 예측하여 협정 문안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법이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또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접 수용"의 성격이 무엇인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으며, 결국 정부가 내리는 이런 저런 결정들이 걸핏하면 제3자인 국제 중재의 판단 대상이 될 위험은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결국 이 제도가 존재해야 할 경제적 이유는 찾기 힘들며, 대신 이 제도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위협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협정을 맺을 적에 마련된 이런 저런 협정 문안에 근거하여 그러한 위협을 막아낼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보고서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최종적으로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위원회의 평가는 이러하다. 비록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연관된 위험들과 문제들은 적절한 조장을 마련하는 것을 통해 완화될 수 있는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대한 위험이 여전히 남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국제 투자 협정(…)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포함시키는 것이 과연 오스트레일리아나 상대국들에 물질적 혜택을 가져다주는지는 의심스러워 보인다.. (…) 이러한 배경으로 볼 때, 본 위원회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무역 협정에 있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현재 이미 국내의 법률 체계에서 제공되어 있는 것 이상의 추가적인 내용적 혹은 절차적 권리를 부여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들을 받아들이는 일은 회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정부가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보고서의 권고를 그대로 따른다. 그리하여 올해 2011년 4월, 앞으로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떤 종류의 양자 간 다자 간 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도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천명한다.
물론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서의 한미 FTA 논의가 이 보고서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추종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여러 모로 세계 경제에서의 위치를 우리와 견주어 볼 수 있는 옆 나라의 의회에서 논의되어 결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으로 까지 이어진 이 보고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무시할" 이유 또한 전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제도에 대한 "끝장 토론"은 열리지도 못한 상태이며 이 제도를 협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일방적인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우려를 이어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숱한 논쟁과 갈등을 낳은 바 있는 예민한 쟁점이며 지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이 제도에 대한 보류와 반대를 표명하는 나라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다.
2004년 미국이 투자 협정의 표준안을 새로이 준비하게 된 것도 NAFTA를 낳은 1994년의 표준안에 들어 있는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숱한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하지만 이 2004년 표준안도 과연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지는 이 보고서가 숙고하는 대로 "협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지극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문안을 이리저리 해석하여 이런 저런 걱정들이 기우라고 일소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 과정에서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의회와 정부는 이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6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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